러시아CIS 토크) 러시아 토종 미르 카드, 서방의 금융 제재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러시아CIS 토크) 러시아 토종 미르 카드, 서방의 금융 제재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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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4.1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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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토종 카드 '미르'가 국내에 상륙한 것은 2021년 7월 쯤이다. BC카드와의 제휴로 국내에서도 320만 BC카드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러시아인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지면서 결제 실적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보인다. BC카드 측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만 해도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약 34만명에 이르렀다. 

이후 '미르 카드'는 지난 해 2월 러시아의 대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 개시로 결제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3년 제 4호(2023년 4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서방 금융시장에서 퇴출된 미르 카드의 '오늘과 내일'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김상경씨(석사과정, 러시아·CIS 경제 전공)가 쓴 '러시아 토종 미르카드, 서방의 금융제재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다. 이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인들은 현재 국외 결제 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이후 서방의 고강도 대러 금융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SWIFT) 결제망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VISA와 Master Card, JBC 등 국제 카드사들도 러시아 시장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인들은 구매 대행사와 같은 간접 경로를 통해 국외 결제를 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자체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미르 카드' 뿐이다. 러시아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미르’가 과연 서방의 금융 봉쇄를 뚫고 러시아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 미르 카드의 탄생 배경과 성과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하는 '단골'로 꼽힌다. 미국 등 서방 측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보복 조치로 SWIFT 배제와 함께 VISA, Master Card의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당시는 일시적 제재였는데, 러시아는 이를 계기로 대비책을 꾸준히 강구했다. 서방 측이 대러 제재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언제든지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서방의 결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결제 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체 결제 시스템(NSPK)을 만들었고, 2015년부터 미르 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는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연금을 미르 카드로 지급하거나 모든 매장에서 미르 카드 결제를 권장하는 등 미르 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미르 카드는 러시아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출시(2015년)된 지 5년여 만에 1억 장을 넘어섰고, 2022년 말 기준 1억 8,200만 장에 이르렀다. 러시아 인구가 약 1억 4,400만 명인 점을 고려할 때, 어린이를 제외하면 성인 대부분이 미르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할 수 있다. 미르 카드는 러시아 국민경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서방의 금융제재를 방어하는 데 나름대로 중요한 일역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 미르 카드와 멀어지는 협력 국가들

러시아는 미르 카드를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라시아경제연합(EAEU)회원국 및 우호국들과 금융협력을 확대했다. 2021년에는 한국을 비롯해 튀르키예(터키)와 베트남, 중앙아시아 5개국 등 약 14개국에서 카드 사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2022년 9월 미국 재무부가 미르 카드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하면서 국외에서 카드 사용이 어려워졌다. 터키를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기술적 문제’라는 이유를 내세워 사용 중단 조치를 취했다. 미르 카드와 금융협력이 이뤄진 국가들, 특히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은 대러 제재에 직접적으로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카드 사용을 중단함으로써 사실상 러시아에 등을 돌린 셈이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이후 미르 카드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국가는 5개국으로 줄어들었다.

◇ 미르 카드의 새로운 시장

러시아의 손을 뿌리치는 국가들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구세주도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는 EAEU와 CIS 위주로 협력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금융협력 국가들이 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예컨대, 인도의 루페이(Rupay)는 미르카드와 상호 결제 시스템을 호환한 루피-루블 거래 방식 도입을 논의 중이다.

미르 카드/사진출처:SNS

이란도 최근 러시아 미르 시스템에 합류할 의사를 밝히고 금융협력을 시작했다. 이란의 의도는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미르 시스템을 사용하는 EAEU 회원국들과 금융·무역 거래 비중을 증대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인들이 즐겨 찾는 쿠바는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얼마 전 미르 카드 결제 시스템에 참여했다. 친러 성향의 베네수엘라 역시 농업·에너지 교류 확대를 위해 미르 시스템 합류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적지 않은 국가가 미르 시스템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달러 패권에 균열 내는 미르 카드

미르 카드 사용이 러시아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달러 거래에 불편을 겪고 있거나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체제를 벗어나려는 국가들이 러시아와 새로운 금융협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사회에서 달러 위주의 거래가 아닌 자국 화폐 거래를 우선시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인도, 이란 등 비서구 국가들이 러시아와 손잡고 달러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통화 블록의 형성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달러 패권이 아닌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 금융질서로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信號彈)으로 해석할 수 있다.

브릭스 정상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이처럼 러시아와 금융협력을 새롭게 원하는 국가들은 점차 국제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 가는 브릭스(BRICS) 회원국이거나 가입 희망국이 대부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새로운 경제적 ‘극’을 형성해 가고 있는 BRICS 국가 간의 금융협력 방향, 무엇보다도 BRICS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국영 결제 시스템 기술인 미르 카드가 향후 국제 결제서비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 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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