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문건 유출-12일) 이번엔 포로 참수 영상이.. 우크라 봄철 반격작전이 늦어지는 이유
기밀문건 유출-12일) 이번엔 포로 참수 영상이.. 우크라 봄철 반격작전이 늦어지는 이유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4.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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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내달까지는 우크라이나군의 야심찬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예측이 쑥 들어가는 모양새다. 결정적인 계기는 인터넷에 최근 유출된 미 국방부의 기밀 문건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군이 아직 반격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공동 주최하는 총회 참석차 미국에 간 데니스 슈미갈 총리가 "반격은 여름에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슈미갈 총리는 "우리의 친구와 파트너들(나토)이 모두 반격에 나서기 위해서는 100% 또는 그 이상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의 방미 모습

그는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도 "반격은 늦어도 여름까지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격 개시에 대한 강력한 압력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나오고 있으며, 파트너들로부터 받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흥미로운 것은 미 워싱턴 포스트(WP)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완전히 연기했다고 썼다는 사실"이라며 "(도로를 진창으로 바꾼) 날씨와 (서방 측의) 군사 장비 공급 지연, 탄약 부족 등으로 인해 반격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데 대한 두려움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WP는 "계획된 반격 작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기밀 문서 유출"이라며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준비) 상태와 전투력, 취약한 방공 시스템 등 비밀 정보들이 많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도네츠크에 주둔하고 있는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WP에 "탄약과 중장비의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부대는 전면 공격에 대비한 소규모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포로제 지역 주둔 기갑(탱크) 대대의 한 지휘관은 "러시아군은 매일 강해지고 있다"며 "양 측에서 최전선에 부설한 지뢰가, 특히 전진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를 위축시키는 것은 계속 쏟아져 나오는, 반격 준비 미흡에 관한 서방 언론들의 보도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반격을 준비 중인 우크라이나의 12개 여단 중 11개 여단이 반격의 개시를 방해하는 특정한 문제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기밀 문건이 작성된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5개 여단은 아직 훈련을 시작하지도 못했고, 6개 여단은 필요한 장비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 CNN 방송은 11일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나서더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지 못할 것이라는 기밀 문건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전선의 교착상태가 앞으로 몇 개월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비밀 문건에 나온 대로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 재고 부족을 틈 타 러시아군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우크라이나는 지상군 총력 체제 구축조차 못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출된 국방부 문서들을 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데 비관적이다/CNN 웹페이지 캡처  

그러나 미 국방부의 공식 반응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반격 성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는 공격 능력도 갖추고 있고, 훌륭한 작전 계획도 갖고 있다"며 "그들에게는 승리를 거둘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서방)는 많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훈련시켰고, 상당한 양의 무기도 제공했다"고 했다.

문제는 그의 발언을 뒤집을 만한 분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이 유력한) 자포로제 지역 약 120km에 걸쳐 이미 3단계 방어 장벽을 구축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다만, 방어 진지의 위력은 이를 지원하는 포병 전력과 주둔 병력에 달려 있는데, 러시아군이 그만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하지만 스트라나.ua는 지금까지 러시아군의 포 사격이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3배나 많다는 서방 전문가들의 분석을 내세우면서, 러시아군의 군수 물자 공급 루트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 주지 않는 한, 포탄이 부족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은 또 흑해와 아조프(아조우)해 인근 대초원으로 난 많은 길을 물자 공급 루트로 활용할 수 있어, 물류 지원 차단 자체도 매우 어렵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포 공격. 포탄 껍질이 수북이 쌓여있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유출된 미 기밀문서/사진출처:스트라나.ua

비밀 문서를 근거로 한 서방 외신의 비관적인 분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트라나.ua는 1) 보도 문맥 그대로 2) 미국의 역정보 흘리기로 3) 서방의 정책 변화 신호로 등 3가지로 해석 가능하다고 짚었다.

주목되는 것은 3) 서방의 정책 변화 신호로 부분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점령된 영토를 탈환해야 하고, 서방 측은 이를 위해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공식 발언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한국전 종전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는 가설이다. 우크라이나의 반격 성공 발언 뒤에는 기밀 문건에 나온 것처럼 성공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대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현재의 언론 분석과 발언들은 이를 위한 '사전 판깔기'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독러 해저 가스관 '노드 스트림' 폭파 사건에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개입했다고 주장한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세이모어 허쉬 전 NYT기자는 미국이 이미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에 위한 합의안 초안을 준비했다고 12일 주장했다. 그는 "두 달 전 미 합동참모본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 측(혹은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할 종전안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허쉬 기자의 정보가 올바른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3번째 버전이 존재하고 있음을 간접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반격 예상 시점은 4월 말~5월이었다.

◇ 이번에 끔찍한 포로 참수 영상이 올라왔다.

친러 텔레그램 채널에 우크라이나군 포로가 참수당하는 끔찍한 영상 2개가 올라왔다. 하나는 작년 여름에, 다른 하나는 최근 바흐무트 전장에서 제작된 것으로 분석됐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약 1분 40초 분량의 첫번째 영상에는 위장복 차림에 마스크를 쓴 남성이 군복을 입은 남성을 참수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는 이를 격려하는 목소리와 참수 이후 머리를 사령관에게 보내야 한다는 발언도 녹음됐다. 피해자의 군복에는 우크라이나군을 상징하는 '삼지창' 표식이 붙어 있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포로를 참수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두 번째 영상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장갑차가 파괴되고, 머리와 손이 잘린 두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의 시신을 보여준다. 러시아 용병 '와그너 그룹' 전사로 보이는 군인들이 웃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죽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전사자의 신원 노출을 막기 위해 시신을 참수했다는 주장이다. 이 영상은 바흐무트 근처에서 촬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끔찍한 영상 장면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로 '와그너 그룹'을 지목하며 "바흐무트에서 계속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격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짐승 같은 적들이 얼마나 살인을 쉽게 저지르는지 전세계가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는 살인자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렘린도 이례적으로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댓글을 통해 "끔찍한 장면"이라며 "먼저 진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이 영상은 진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벌어졌다면 어디서,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라나.ua는 "이같은 영상이 친러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된 것은, 러시아 또는 러시아내 개별 세력(와그너 그룹 등 무장단체)이 양측의 적대감을 고조시켜 가까운 장래에 종전 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의 하나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스트라나.ua는 "또 한달쯤 전에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말과 함께 처형되는 영상이 충격을 안겨줬지만, 이미 다 잊혀졌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모르겠으나, 그때와 다른 것은 페스코프 대변인이 조사를 약속하면서 논평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가해자를 찾아 처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스트라나.ua는 "전쟁에서 포로에 대한 학대가 분명히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모든 수준에서 계속 추적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 오늘(12일) 의 주요 뉴스 요약 

-영국 BBC는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을 인용, ‘우크라이나 내 미국·나토 특수작전부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나토 회원국 특수부대원 97명이 우크라이나로 배치됐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는 보도했다. 영국군이 50명으로 가장 많고 라트비아군 17명, 프랑스군 15명, 미국군 14명, 네덜란드군 1명이다. 이들 특수부대가 어디에 배치돼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이 내용이 맞는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토군과 대치하고 있다는 러시아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는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실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전략미사일군 부대가 카푸스틴 야르 발사시험장에서 이동식 육상 미사일 시스템으로 ICBM 발사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훈련용 탄두가 카자흐스탄의 사리-샤간 발사시험장의 모의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험을 통해 새로운 전략 미사일 시스템 개발을 위한 설계 및 공학 기법의 정확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사르마트' 차세대 ICBM 시험발사 장면/현지 TV 채널 캡처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든 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는 평소처럼 미국에 통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 발사된 미사일 종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러시아 언론은 차세대 ICBM으로 개발 중인 '사르마트'라고 밝혔다. '사르마트'는 최대 사거리 1만8천㎞에,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최대 2천 배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대 15개 다탄두를 탑재해 미사일 방어(MD) 체제로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러시아 로켓·우주기업 '에네르기야'가 러시아 새 우주정거장(ROS) 건설을 당초 계획보다 3년 빠른 2032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코제브니코프 에네르기야 수석 설계자는 11일 "2027년에 첫 번째 모듈을 발사하고 2032년에 최종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당초 2028년부터 2035년까지 2단계 과정을 거쳐 우주정거장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새 우주정거장에는 최대 6명의 승무원이 최대 240일간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된다.

러시아는 ISS 노후화를 이유로 정거장 운영 계약이 종료되는 2024년 이후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2028년으로 연기했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우주 화물선인 '프로그레스'의 엔진으로 ISS의 고도를 상공 400㎞ 안팎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미국은 ISS의 전력 공급과 생명 유지 장치 운영 등을 각각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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