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유출-19, 20일) 우크라, 러 항공기 납치, 해외주둔 기지 공격 계획 세웠다 - 미 감시 필요?
기밀 유출-19, 20일) 우크라, 러 항공기 납치, 해외주둔 기지 공격 계획 세웠다 - 미 감시 필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4.22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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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을 근거로 미국 주요 언론들이 우크라이나의 '봄철 반격작전' 등 대응 태세에 대한 비관적인 기사를 쏟아낼 때,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우크라이나는 모든 작전과 정보, 자료를 미국과 공유하지 않았다"며 "작전의 전체 그림은 극히 좁은 범위의 일부 고위 인사들만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의 키릴 부다노프 국장도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기밀 문건 유출이 우크라이나 반격의 실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이같은 반응은,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보기관, 군부에 대한 도·감청을 통해 미리 우크라이나의 돌발 행동에 대비할 수 밖에 없었다는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그것이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20일 "우크라이나가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철회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며 "우크라이나가 국제사회의 관여를 높이기 위해 확전을 시도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 정부의 기밀 문건/WP 홈페이지 캡처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GUR 장교들이 추진한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 공격 작전은 테러 혹은 사보타주(비밀 폭파작전)을 연상시킬 정도다. △무인항공기(드론)을 이용해 시리아내 러시아군의 주요 군사시설이나 러시아 관련 석유 인프라 등을 타격한다 △무인함정(드론 보트)으로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부터 운용하고 있는 시리아 서부 해안의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공격한다.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민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 기지를 노린다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 전사들을 동원해 러시아 시설물을 폭파한다는 것 등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는 작전은 SDF를 통한 사보타주다. SDF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군의 격퇴작전에 참여하는 등의 군사활동으로 그간 서방의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나토(NATO) 회원국인 터키(튀르키예)에게는 타도 대상이다. 쿠드르족의 독립을 위해 터키에 맞서 무장 투쟁을 벌이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SDF군/사진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군의 시리아 주둔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반정부군과의 내전에서 패배 직전에 몰린 아사르 대통령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러시아군의 지원은 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기사회생시켰다. 시리아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의 정치 협의체인 '아랍연맹'에 재가입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최근 친서방 주변국들과 관계를 개선했다. 

그러나 작전은 실제로 실행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작전 계획을 전면 중지시켰다. WP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압박과 보급로 문제, 드론 공격의 한계, 공격 성공에 대한 의구심 등 여러 이유로 공격 작전을 주저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실제 작전을 수행했다면, 해당 지역에서 미국을 표적으로 한 러시아의 맞대응을 촉발할 수도 있었다고 미국은 예측했다. 러시아의 대응 수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 목표물은 시리아 라타키아 공항 사진이 첨부된 '러시아 핵심 시설'이고 '석유 및 가스 시설', '와그너 그룹' 기지 순이었다.

시리아 라타키아 공항의 모습. 왼쪽에 러시아 수호이-24 전투기의 이륙이 보인다/사진출처:위키피디아

실제로 작전에 돌입했다가 실패한 게 러시아 항공기 납치 작전이다.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에 의해 첫 폭로된 이 작전은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21일 작전을 주도했던 전 정보국 요원 로만 체르빈스키를 권력남용 혐의로 기소하면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체르빈스키는 그러나 "자신의 체포는 정치적의 결정"이라며 "2020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체포된 '와그너 그룹' 전사들에 대한 작전 실패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 사건은 '와그너 그룹' 전사 수십명이 남미 분쟁지역으로 가려다 민스크에서 체포됐는데, 당시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미국의 도움을 얻어 중간에 이들(일부가 2014년 돈바스 전투 참가자)을 우크라이나로 빼돌려려고 했다는 것이다. 

민스크에서 벨라루스 특수요원들에 의해 끌려가는 '와그너 그룹' 전사들/현지 매체 영상 캡처 
비행기 납치 기도로 보복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카나토보 공항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비행기 납치 계획은 체르빈스키가 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일부 세력과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가 실패했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보국의 설명이다. 작전 실패로만 끝나지 않고 러시아군의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지역 공항(크로피브니츠키의 카나토보 공항)에 출동한 부대의 부대장이 사망하고, 공항 시설도 다수 파괴됐다는 것이다. 

체르빈스키는 지난해 7월 돈으로 매수한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로 하여금 고장난 것처럼 관제탑을 속인 뒤 기수를 우크라이나로 돌려 카나토보 공항에 비상착륙하도록 작전을 짰다. 하지만 예정된 날(7월 23일) 전투기 대신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날아왔다. 그 결과, 현장에 출동해 있던 우크라이나군 부대장이 사망하고 군인 17명 부상, 전투기 2대 파괴, 활주로와 장비, 건물이 크게 손상됐다. 당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조종사 매수및 여객기 납치 계획을 사전에 분쇄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의 뼈아픈 작전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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