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날부터 선제 기싸움 - 러, 미사일 드론 공격에, 우크라 사보타주로 대응, 반격은?
5월 첫날부터 선제 기싸움 - 러, 미사일 드론 공격에, 우크라 사보타주로 대응, 반격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5.0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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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첫날부터 기선제압 기싸움이 치열하다. 이미 공언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사일·드론 공습 vs 드론·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공격을 주고 받으며 5월을 열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1일 개전 432일차 전황 종합 분석에서 '새로운 미사일 공격과 사보타주'(Новые ракетные удары и диверсии)라는 코너를 통해 4월 30일 밤~5월 1일 사이에 서로 주고받은 공격과 피해 상황을 자세히 전달했다.

러시아군의 파블로그라드 폭격/영상 캡처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30일 밤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물류 허브중 한 곳인 파블로그라드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매우 강력한 폭발 영상들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우크라이나 남부작전사령부 측은 "적(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물류시설및 루트 등 '병참 관련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사흘 전인 4월 27일 밤~28일 새벽에도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비롯한 중부·남부 지역의 주요 도시를 미사일로 공격, 20여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 등 80~90대의 미사일·자폭 드론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는 '우만'의 한 아파트 건물이 파괴되고 불타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들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일련의 공습 작전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최전선에 투입되기 전 우크라이나군 예비 전력이 머물던 숙소와 군사 물자의 물류 기지 등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단지를 직접 겨냥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된 미사일이 (우만의) 아파트 단지에 떨어졌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말 싸움'이 있었지만, 사실 여부는 늘 확인되지 않는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우크라 대사가 올린 러시아 폭격 사진/트위터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장악한 크림반도의 흑해 함대 군사기지를 향해 공격용 드론을 날리고, 러시아 본토의 주요 인프라 시설을 겨냥한 사보타주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측의 사보타주는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가 이미 지난해 10월 사보타주 공격을 받아, 다리 일부가 무너지고 지나던 화물열차가 불탔다. 또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침투한 일부 무장병력이 러시아 측과 총격전을 벌어기도 했다.

미국 정보당국도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 주도의 사보타주 계획을 사전에 탐지해 무산시키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GUR이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과 에너지 관련 시설을 공격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철회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 정보국의 기밀 문건이 유출됐다.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적 후방으로 침투해 주요 군사 관련 시설물을 파괴(사보타주)하는 것은 일반적인 특수 군사작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둘러싸고 있는 레닌그라드주(州)에서는 1일 전력선의 지지대(우리 식으로는 고압선 철탑)가 폭파됐고, 우크라이나 접경 브랸스크주에서는 철로 폭파로 연료를 실은 화물열차가 탈선했다. 크림대교 폭파와 유사하다. 탈선한 열차는 이웃국가인 벨로루시 소유로 밝혀졌다. 벨라루스로서는 화물열차 테러를 당한 셈이다.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유류 탱크 폭발 장면/영상 캡처
세바스토폴 라즈보자예프 주지사, 흑해함대와 방공망이 드론 공격을 격퇴하고 있다고 밝혀/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크림반도의 군사기지를 겨냥한 드론 공격도 계속됐다. 지난 29일 유류 탱크들이 잇따라 폭발한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상공에는 방공망이 계속 작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주지사(엄밀히 말하면 군사 특별시 시장)는 1일 흑해함대와 시 방공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격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바스토폴 항구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영상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 사령부 대변인은 "크림반도를 겨냥한 드론 공격은 반격작전 준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유소프 GUR 대변인은 지난 29일 "드론 공격으로 흑해함대용 유류 제품 4만톤을 저장한 유류탱크 10개를 파괴했다"며 "전날 러시아군의 '우만' 아파트 미사일 공격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고 강조했다. 또 크림반도 주민들에게 "공습은 계속될 것이니 러시아군 기지및 관련 시설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양측의 공습 양상은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군은 최소한 수십 기의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데 반해 우크라이나 측은 한자리 숫자의 드론으로 반격하고, 주요 시설물을 겨냥한 사보타주로 응수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세바스토폴을 타격한 우크라이나 드론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중국산 무긴(Mugin)-5 Pro 드론이라는 게 러시아측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무게 85kg의 가벼운 정찰용 드론으로, 인터넷 쇼핑몰 '알리바바'나 무진 본사를 통해 자유롭게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본 모델의 가격도 9,499달러에 불과하다. 운반 중량은 20~25㎏, 비행 시간은 최대 7시간이다. 탄소 소재로 만들어져 탐지가 어렵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중국제 드론을 구입한 뒤 20Kg 정도의 폭발물을 실어 날려보냈다는 주장이다. 

중국 무긴 드론 소개/홈페이지 캡처 

반면 러시아군의 공습은 그 규모와 대상, 피해 범위가 우크라이나와 비교 자체가 안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8일 밤 X-101, X-555 순항미사일 23기 중 21기, 작전전술용 드론 2대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언론은 적어도 80기 이상의 미사일·드론이 공격에 동원됐다고 했다. 

공격 목적은 분명하다. 반격작전에 투입될 병력과 군사 장비의 파괴다. 후방을 공습함으로써 최전방에 배치된 방공 시스템을 후방으로 돌리도록 압박하는 작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트라나.ua는 지난 28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키예프는 반격작전에 투입할 대공 방어 시스템을 최전선에 둘지, 후방으로 뺄지 선택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군이 최근 사용 빈도를 크게 늘린 '항공 폭탄'(항공기로 투하하는 유도용 폭탄)을 막기 위해서는 최전선의 방공망을 강화해야 하고, 순항 미사일·드론 공습을 막기 위해서는 방공 시스템을 주요 후방 도시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심을 끈 것은 우크라이나와 미국(나토) 사이의 최고위급 군사 협의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이 유럽 모처에서 나토 최고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카볼리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을 만났다. 카볼리 사령관은 우크라이나에 서방이 지원을 약속한 전투용 무기가 거의 다(98% 이상) 도착했다고 의회에서 증언한 당사자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카볼리 사령관이 최전선의 작전 상황을 중심으로 가능한 시나리오와 리스크, 향후 작전을 위한 전제 조건 등을 브리핑했다"며 "우리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가능한 준비, 목표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두 최고사령관이 우크라이나군의 향후 반격 작전을 논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앞서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과 함께 미국의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전화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왼쪽)이 예르마크 대통령실장과 미국측 파트너들과 전화 통화(위)하고, 나토 총사령관과 회의를 위해 데리고 간 참모들. 가운데가 잘루즈니 총참모장/사진출처:텔레그램, 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시작되면, 이미 구축된 러시아군 방어 진지를 향해 대규모 포격이 제대로 이뤄질까? 미국의 추가 군사(탄약)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군의 탄약이 거의 바닥났다는 외신 보도들이 걸린다. 

◇오늘(4월27~30일)의 주요 뉴스 요약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러-우크라 간 종전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라고 지난 30일 촉구했다. 그녀는 "상황을 너무 좁게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푸틴 대통령을 달래려는 시도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동원한 모든 수단과 시도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시도할 가치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무엇에 대한 협상이냐?"고 반문하면서 "러시아의 값싼 가스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전쟁 범죄자들과?"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스트라나.ua는 "메르켈 전 총리의 협상 발언이 서방 진영에 '외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징후"라고 해석하면서 "러-우크라 분쟁에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이 가능하고, 그렇게 비현실적이지는 않다"는 안드레이 멜니크 우크라이나 외무부 차관(전 독일 대사)의 발언도 소개했다. 

- 우크라이나의 ‘봄철 반격 작전’을 앞두고 러시아가 군수 분야를 책임지는 미하일 미진체프 국방부 차관을 해임하고 알렉세이 쿠즈멘코프 장군을 새로 임명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30일 밝혔다. 국방부 측은 이날 인사 배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 CNN은 군수 물자 보급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새로 임명된 쿠즈멘코프 장군은 러시아군 병참 관련 부서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알려졌다. 미진체프 차관은 군수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후 총참모부 산하 안보통제센터(종합상황실) 센터장을 맡아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하는 등 승승장구해온 군사작전 전문가로, 지난해 9월 드리트리 불가코프 장군(2008년 12월 차관 임명)의 뒤를 이어 군수담당 차관에 올랐다. 

- 러시아의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지난 29일 포탄 고갈이 심각하다며 다음주 금요일(5일)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종군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관에 넣어 고향으로 보내는 시신 수천구가 쌓여 있다”며 “부족한 탄약이 보충되지 않으면 비겁한 쥐처럼 도망치지 않기 위해 병력을 철수하거나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러시아군 수뇌부가 충분한 포탄을 지급하지 않고 바그너 용병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바흐무트 철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비밀 평화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지난 30일 밝혔다. 헝가리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임무를 진행 중”이라며 “때가 되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강제이주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환을 돕겠다고도 했다. 그는 헝가리 방문 중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부다페스트의 러시아 정교회 주교 힐라리온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두 나라 사이에 평화를 중재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 러시아가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을 강화하기로 한 한미 '워싱턴 선언'에 대해 국제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난 28일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과 한국의 핵 합의는 역내 및 국제 질서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며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군사적 우위 확보를 위해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해치는 다수의 군사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미국과 동맹국에 대해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세계 안보를 저해하는 조처를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핵을 포함한 미국의 역량을 총동원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지원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 러시아의 천연가스 산업이 붕괴하고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러시아의 파이프 라인을 통한 가스 수출이 올들어 지난해보다도 50% 가량 줄었다는 것. 그러나 석유 수출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크게 위축되지 않고 있다. 비록 싼 가격에 수출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여전하다는 것. 러시아의 파이프 라인을 통한 유럽 천연가스 수출은 올해 3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 러시아 정부가 석유 및 가스, 콘덴세이트 생산 통계 발표를 오는 2024년 4월1일까지 중단하라고 지난 28일 명령했다. 이에 따라 올 3월과 1분기 통계부터 공개를 중단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주요 통계 발표를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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