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전승절 우크라 반격설도 물건너 가나? 붉은 광장 행사엔 중앙아 정상들도 참석
5월 9일 전승절 우크라 반격설도 물건너 가나? 붉은 광장 행사엔 중앙아 정상들도 참석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5.09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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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5월 9일, 그 다음은 또 언제?
러시아 전승기념일인 9일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을 개시할 것이라는 예측도 또 하나의 '설'로 지나갈 조짐이다. 5월 9일은 소련이 1945년 독일 나치 정권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역사를 기념하는 전승절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는 8일 "러-우크라 양국의 주요 기념일 전날에는 늘 공습이나 대공세에 관한 전망이 나왔다"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9일 반격설'에 대해 '시작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고 했다. 지난해 전승절엔 대규모 공습이나 테러, 기념 행사를 방해하는 사보타주(극비 파괴공작)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해에도 양측이 서로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우르줄라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9일 키예프(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키예프시 당국은 시민들의 전쟁 기념관 방문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가 전날(7일 밤~8일 새벽)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단행한 만큼, 9일에는 쉬어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클리츠코 키예프 시장은 전날 밤 개전이후 가장 대규모의 드론 공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일부가 부서진 키예프 고층건물(위)와 '개전후 최대 규모의 공격을 받았다'고 인정한 클리츠코 키예프 시장 발언 기사/스트라나.ua텔레그램, 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에는 중앙아시아와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정상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측이 그 행사를 겨냥해 자폭용 드론을 날린다거나 '사보타주'를 시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스트라나.ua는 "6개국 정상의 모스크바 방문 발표가 오늘 갑자기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크렘린은 앞서 전승절 군사퍼레이드에 외국 지도자들을 초청하지 않고, 이미 러시아를 방문 중인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만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2022년 전승절 기념 군사 퍼레이드 모습/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그러나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크렘린에 대한 드론 공격이 발생한 3일 이후,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전승절 주요 행사를 취소한 지역은 14곳으로 늘었다. 대부분 수도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도시들이다. 

주목을 끈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을 유럽에 맞추기로 한 발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승전기념일을 유럽과 같은 날(5월 8일)로 바꾸고, 기존의 기념일(9일)은 '유럽 통합의 날'로 제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모두가 함께 악을 물리쳤던 과거처럼 오늘 우리도 비슷한 악을 물리치고 있다"며 "러시아가 되살리고 있는 모든 낡은 악은 과거 나치가 그랬듯이 패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예프 전쟁기념관 앞에서 전승절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스트라나.ua는 "승전기념일이 8일로 하루 앞당겨지고, 휴일로 지정되려면 법률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승전일에 맞춘 반격은 (대통령의 발표로) 물건너 간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유럽과 러시아(소련) 간에 승전일이 다른 것은 나치 독일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시점의 시차 때문이다. 독일의 항복 문서 서명이 8일 밤 11시 베를린 교외의 칼쇼르스트에 이뤄졌는데, 러시아 시간으로는 이미 자정을 넘긴 9일 새벽 1시(중부 유럽관의 시차는 2시간)였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승전일의 변경은 단순히 시간대의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탈소비예트의 상징적인 조치다. 전후 수십년간 우크라이나인의 머리에 박힌 전승일 인식을 바꾸는 것은 시도 자체부터 만만치않은 일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감히 이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에는 즉각 엇갈린 반응들이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국익의 관점에서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스트라나.ua는 전쟁(2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많은은 사람들과 사랑하는 친인척들을 전쟁에 내보냈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5월 9일을 전승일로 기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역사의 족쇄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오늘(7, 8일)의 주요 뉴스 요약 

-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주에서도 전승절 행사가 진행된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에서는 자동차 뒷유리창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선조들이나 '특수 군사작전'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주민 등의 사진을 붙이고 도시 전역을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 행진을 펼친다. 또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서도 승전일 당일, 자동차를 이용한 '불멸의 연대' 행진을 계획하고 있으며,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전시하거나 그들의 죽음을 기려 나무를 심는 '기억의 벽'과 '기억의 정원' 행사도 진행된다. 

남부 헤르손주(州)에서는 2차대전 참전 용사들의 얼굴 등을 그려 넣은 대형 배너가 중앙 거리에 내걸리고, 자포로제(자포리자)주에서는 주민들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참전용사 사진을 보내거나 개인 집 창문에 참전용사 초상화를 내거는 등의 방법으로 '불멸의 연대' 행사를 진행한다. 

- 친러 자포로제주 수반(주지사 대행) 예브게니 발리츠키가 지난 5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예상되는 18개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면서 이 일대에 큰 혼란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령에 따라 마을을 빠져나가려는 차량 수천대가 한꺼번에 몰리고, 사재기로 인해 의약품과 식품이 동나는 등 혼란이 극에 달했다고 영국 BBC 등이 7일 전했다. 

발리츠키 수반은 지난 5일 “초근 며칠간 적군은 최전선에 가까운 지역에 대한 포격을 강화했다”며 “어린이를 가진 부모들과 노인, 장애인, 병원 환자를 우선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 공격이 실제로 강화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이 주말에 대거 대피에 나서면서 자포로제주 전역에 혼란이 빚어졌다고 한다. 

친러 자포로제주에 의해 대피령이 내려진 18개 지역. 왼쪽 위가 (우크라이나 통제 하의)자포로제시이고 오른쪽 끝이 (친러 세력이 통제하는) 도네츠크시. 아조프 해안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마리우폴, 베르댠스크, 멜리토폴(큰 글씨 도시)이 위치해 있다/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는 5일 "자포로제 원전이 있는 에네그로다르와 같은 도시에서도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이 카호프카 호수에서 드네츠크 경계 지역까지 널리 분포돼 있다는 것은 멜리토폴과 베르댠스크, 마리우폴 등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목표라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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