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함락 1주년에 맞춰 나온 바흐무트 함락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 방문중, 또..
마리우폴 함락 1주년에 맞춰 나온 바흐무트 함락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 방문중, 또..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5.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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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 프랑스 항공기를 타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에 도착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파트너·친구들과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며 "오늘 평화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러시아 성향의 모디 인도총리와 만나 자신의 평화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히로시마에서 F-16 전투기의 키예프(키이우) 제공에 대한 미국측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몇 개월간 F-16 훈련이 진행되고, 이에 따라 동맹국들과 함께 전투기를 누가, 언제, 얼마나 전달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우크라이나 공군 전력을) 장기적으로 4세대 전투기로 전환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며 F-16의 조기 이전에 대한 기대를 차단했다. 

#3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0일 격전지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늘 정오 바흐무트는 완전히 함락됐다"며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은 224일 간 지속됐다"고 밝혔다. 그의 영상은 우크라이나군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바흐무트 서남부로 추정되는 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바그너 용병들도 동원됐다. 

#4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5월 20일 개전 초기 최대격전지였던 도네츠크주(州)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에 함락됐다. 아조프(아조우)스탈을 거점으로 결사항전하던 우크라이나 아조프 연대는 이날 저항을 포기하고 투항했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마리우폴 점령 작전을 시작한지 80일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마리우폴 함락 스토리와 현재 모습, 러시아의 재건 노력 등을 집중 조명했다.

위의 4가지 사건은 모두 하나의 날짜, 5월 20일로 맞춰진다. 우연일까?

G7의 개막에 맞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히로시마를 찾고, 미국이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제공 가능성을 공식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측이 무려 451일간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최대 전과로 인정하는 '마리우폴 점령' 1주년이 되는 20일이었다. 그리고, 전날만 해도 바흐무트 점령이 하루이틀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바그너 그룹' 수장이 이날 바흐무트의 완전 점령을 선언했다. 서로 끼워맞춰진 듯한 느낌을 쉬 지울 수가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행보도, 프리고진의 발언도. 그 이유를 한번 찾아보자.

일본 히로시마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스트라나.ua는 19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늘 새로운 월드 투어를 떠났다"며 아랍 정상회의 참석과 히로시마 방문 가능성을 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그는 화상을 통해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키예프 현지에서도 '춘계 반격작전'을 앞두고 군통수권자(대통령)가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특히 군작전 실무총책인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도 열흘 가까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러시아 군사 블로거(텔레그램 채널)들은 그의 전사절과 부상설, 실각설까지 제기하고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신변안전상 극비로 진행된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가 제공한 항공편을 이용해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아랍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0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제다 공항에서 프랑스 국적기를 타고 히로시마로 향했다. 그에게는 F-16 전투기의 제공 필요성을 G7 정상들에게 호소하고, 친러 성향의 인도나 브라질 정상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평화 구상을 설명할 수 있는 자리로 히로시마 G7 회의 만한 장소가 없다.

진창길로 변한 도로를 우크라이나군 장갑차가 힘겹게 오르는 모습. 4월 말 사진/텔레그램 영상 캡처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봄철 반격 작전이 날씨와 도로(진창길로 변하는 '라스푸티차'), 군 장비부족, 서방 무기에 대한 훈련 미흡 등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지는 상황에서 '마리우폴 함락 1주년'에 대한 안팎의 관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방 외신의 눈은 현재 모두 젤렌스키 대통령을 따라 히로시마로 쏠려 있다.

#2,
F-16 전투기 제공의 물꼬를 텄는데..

F-16 전투기 제공은 미국이 떠밀린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폴란드와 영국, 북유럽 국가(네덜란드 등)들의 조직적인 압력에 미국은 '일단 조종사 훈련부터 시작하자'고 물러선 모양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즉각 환영 트위트를 올린 것을 보면, 그의 히로시마 방문 리스크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하다.

그러나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전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유리 샤크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고문은 "우리는 9월 말이나 10월 초 F-16 전투기의 수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결정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그때쯤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F-16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몇 주 안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반격에 전투기(F-16)를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F-16 전투기/사진출처:위키피디아

독일 측에서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F-16 전투기를 하늘로 띄우려면 최소한 6개월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말에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때 쯤 우크라이나 전황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평화협상이 아니라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하더라도, F-16 전투기의 정비 및 수리 문제는 작전 능력을 크게 제한할 게 분명하다. 정비 기술 교육에는 최소한 몇 년이 필요하다.

#3 
프리고진은 점령 발표를 서둘렀다?

프리고진의 바흐무트 점령 발표는 마리우폴 함락 1주년에 딱 맞춘 느낌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프로고진은 "20일 낮 12시(현지 시간) 바흐무트를 완전히 장악했다"며 "바흐무트 점령 작전은 224일이 걸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우리 방어군이 현재 그 지역과 민간 부문 특정 산업 및 기반 시설 일부를 통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프리고진이 올린 바흐무트 점령 동영상 캡처 사진/사진출처:스트라나.ua

바흐무트 점령설은 18일 밤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스트라나.ua는 19일 "러시아 군사 블로거(텔레그램 채널)들이 '어제밤 바흐무트가 러시아군에 완전히 점령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강력한 요새를 갖춘 남서쪽에서 격렬한 전투가 진행 중"이라며 "바흐무트가 내일 모레 점령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바흐무트의 함락은 '시간의 문제'였다.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외곽 측면에서 일부 전진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바흐무트로의 보급로를 확보하는 차원에 불과했다는 게 러시아 언론의 지적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독일 일간지 빌트는 18일 "바흐무트의 99%가 점령됐고, 우크라이나군은 도시의 가장 서쪽 거리의 한쪽만 통제한다"며 "몇 개의 건물을 지나면 서쪽으로 이바노프스코예 마을까지 거의 2km가 뻥 뚫려 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에게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고 했다. 말랴르 차관도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며 "방어할 수 없도록 건물 토대만 남기는 초토화 작전을 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독 빌트지가 바흐무트의 함락 임박을 전하며 올린 군사 지도. 바흐무트시 경계선 내에 남아 있는 우크라군 점령지(흰색)가 서쪽 끝에만 일부 보인다. 서쪽으로 이바노프스코예(이바니브스케)가 있고, 오른쪽은 러시아 점령 지역이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는 프리고진이 이날 바흐무트 완전 점령을 발표하면서 영상의 절반을 또 러시아군 지휘체계(쇼이구 국방장관-게라시모프 군총참모장)에 대한 비판에 할애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자신들은 오는 25일 바흐무트의 모든 지역을 러시아 군대에 넘기고 떠날 것이라며 "조국이 우리를 다시 필요로 할 때까지 앞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마리우폴 점령 1주년에 맞춰 바흐무트 점령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마리우폴의 점령에는 체첸자치공화국의 수반 카디로프가 앞장섰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4
꼭 1년전 마리우폴에서는

'체첸 전사'들이 선봉에 선 마리우폴 봉쇄 작전은 지금부터 꼭 1년 전 아조프스탈의 우크라이나 방어군이 항복하면서 막을 내렸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마리우폴의 점령은 러시아군의 중요한 전략적 성공이었으며, 개전 이래 가장 큰 군사적 승리로 기록됐다. 우크라이나는 마리우폴을 러시아에 내주면서 아조프(아조우)해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처참했다. 마리우폴은 거의 완전히 파괴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최대 민간인 사망자 6만명설까지 나온다. 전후 유럽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재난이 발생한 도시로 기록된다.

지난 3월 말 심야에 마리우폴을 방문,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 영상 캡처

큰 피해를 내며 마리우폴을 장악한 러시아는 곧바로 후스눌린 부총리를 현지로 보내 도시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스트라나.ua는 러시아가 지난 1년간 이 도시를 '돈바스 복원'의 시범 지역으로 지정해 재건에 나섰으나, (워낙 많이 부서진) 도시가 정상으로 돌아올려면 아직 멀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3월 마리우폴을 방문해 복구 작업을 둘러보고 주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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