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이후 젤렌스키의 과제 - 바흐무트는 진짜 누구의 손에?, 러시아군은 시 경계 넘어섰다?
G7 이후 젤렌스키의 과제 - 바흐무트는 진짜 누구의 손에?, 러시아군은 시 경계 넘어섰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5.2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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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을 위한 외교전은 끝났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프랑스의 정부 전용기 편으로 일본에 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G7 지도자들과 만나 그토록 원하던 F-16 전투기 제공 동의와 3억 7,500만 달러 규모의 새 군사 지원 패키지를 이끌어 냈고, 친러 성향의 인도, 브라질 정상을 만나 자신의 평화 구상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어설프게 답변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격전지) 바흐무트가 러시아군에 함락됐다'는 주장을 '사실'(사실 여부는 논쟁중?)로 확인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당초 계획한 성과는 상당히 거뒀다고 할 수 있다.

G7 히로시마 확대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옆자리의 모디 인도총리와 대화하고 있다/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앞으로 남은 것은 그가 서방의 전폭적인 지지에 빠르게 보답하는 일이다. 서방 측이 기대하는 반격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을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게 우선이다. 전쟁이 450일을 넘기면서 서방의 각 국가에서 높아지고 있는 정치·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전쟁 피로도를 해소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도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하원)가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을 확정하는 오는 9월까지다. 넉넉잡아 4개월여가 남아 있다.

G7 정상회의 참석후 귀국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곧바로 맞딱뜨린 여러 문제를 하나씩 알아보자. 

◇ 바흐무트는 지금?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흐무트 전황'을 정리, 혹은 수습하는 일이다. 함락된 게 사실이라면 달라진 전황에 따른 반격작전의 세부 내용을 새로 조율하는 것이고,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다면, 혼선을 일으킨 자신의 발언을 재빨리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습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러시아 군사 블로거(텔레그램 채널)에 따르면 바흐무트를 점령한 러시아군(바그너 민간 용병 그룹을 뜻하는 듯/편집자)은 21일 시 경계선을 지나 서쪽으로 열린 '흐로모보'로 진격하고 있다. '흐로모보' 마을을 북동쪽과 동쪽 두 방향에서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또 마을을 통해 바흐무트와 연결되는 우크리아나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스트라나.ua는 21일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점령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히로시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답변이 이런 논란을 촉발시켰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 아르쵸모프스크(바흐무트) 점령 러시아군 치하/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이 논란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20일 낮 12시(현지 시간) 민간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의 바흐무트 완전 점령 선언→ 우크라이나 측의 부인→ 러시아 국방부의 바흐무트 점령 성명(20일 밤 8시), 푸틴 대통령의 치하(21일 새벽 1시)→ 젤렌스키 대통령 함락 시사 발언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해명 →젤렌스키 대통령의 번복 순이다.

바흐무트 함락 여부는 여전히 확인할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군총참모부(합참 격)는 바흐무트 함락 자체를 부인하면서도 "바흐무트의 상황이 위급하다"며 도시 철군을 승인했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그리고 20일 밤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일부 철수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상에는 "이게 다야, 바흐무트가 저기고, 우리는 떠난다"는 발언이 달리는 차안에서 흘러 나오고, 또 다른 영상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저항해왔던 바흐무트의) '사말료트'(Самолёт, 비행기) 구역을 떠난다"며 "(운전자에게) 시동을 걸어라"는 발언도 들린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포성이 요란하다. 

우크라이나군의 철수를 보여주는 영상/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는 번역상 논란의 소지도 있다. 스트라나.ua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흐무트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손에 있습니까?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주장합니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я думаю, нет(니예트, no)'라고 답변했다"며 "이때 '노'라는 뜻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질문 중 '우크라이나의 손에 있느냐'는 대목에 '노'라고 한 건지,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 주장'에 대한 '노'인지 헷갈린다. 이어진 대통령의 발언이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손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노'로 해석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바흐무트 점령 주장'에 대한 '노'라고 해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 있고, 그들은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남서쪽 '사말료트' 구역의 시설과 민간 부문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바흐무트 방어군 사령관 겸임/편집자)은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바흐무트 일부를 앞으로 반격 작전의 발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가 바흐무트의 함락 임박을 전하며 올린 군사 지도. 바흐무트시 경계선 내에 남아 있는 우크라군 점령지(흰색)가 서쪽 끝에만 일부 보인다. 러시아군이 진격중이라는 '흐로모보'가 바로 왼쪽에 보인다. 오른쪽은 러시아 점령 지역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반원형태로 러시아군을 포위하려면, 위 지도의 남쪽에선 '오프트노예'(Opytne), 북쪽에선 '야고드노예'(Yahidne)로 깊숙히 더 치고 들어가야 한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말랴르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를 '반원'(半圓) 형태로 포위한 상태로, 러시아 주둔군을 격파할 기회를 잡았다"고 주장했으나,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군의 배치 상태를 근거로 이를 반박했다. 우선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보면 바흐무트 러시아군을 반원 형태로 포위했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 우크라이나군이 5월 초부터 바흐무트 남쪽과 북쪽 측면에서 러시아군의 시 외곽 포위망을 밀어냈으나, 정작 바흐무트내 러시아 방어군을 반원 형태로 포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측면으로 훨씬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또 시르스크 사령관은 "우크라이나군이 그러한 임무(바흐무트 반원 포위)에 직면해 있다" 말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측의 바흐무트 함락 부인에 '바그너 그룹'의 프리고진은 당장 반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군인 한 명도 도시에 남지 않았다"며 "바흐무트의 시 경계선을 따라 1센티미터도 남겨두지 않고 장악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포로 수용도 중단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인은 살려두지 않았다"며 "바흐무트에는 우크라이나 군인이 한명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사말료트 구역에서 올린 첫 영상. 정면 건물 꼭데기에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영상 캡처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바흐무트 '사말료트' 구역에서 찍은 첫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여전히 포성이 울리고 연기가 치솟고 있지만, 건물에는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다. 

◇ 오늘(19~20일)의 주요 뉴스 요약

- G7 정상들은 20일 정상회의를 결산하는 공동성명 ‘G7 히로시마 지도자들의 코뮤니케’를 발표했다. 약 40쪽 분량의 이 문서는 유엔 헌장을 존중하고 국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의와 단합을 다짐했다. 또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군사적 공격을 중단하고, 즉시 우크라이나에서 무조건 군대를 전면 철수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 이 문건은 G7 정상회의 첫날(19일) 발표된 공동성명을 기초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G7 정상들은 19일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결속을 다지고 대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G7이 정상회의가 끝날 때마다 그날 그날 성명은 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19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로제(자포리자) 점령지를 시찰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그는 현지 지휘부로부터 전황을 보고받은 뒤 "적의 계획을 적시에 파악하고 실행을 막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찰 활동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또 "작전 중인 부대에 전면적인 보급을 보장하고, 병력의 안전한 수용 조건을 조성하도록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자포로제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의 유력한 반격 루트로 꼽힌다. 

-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격)는 19일 잇따른 민간인 테러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저지르고 미국과 영국이 그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미 특수부대의 조종 아래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해 왔다"며 평론가 다리야 두기나(두긴의 딸)와 군사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 암살, 정치인이자 작가인 자하르 프릴레핀의 자동차 폭파, 크림대교 사보타주(비밀 폭파작전), 독-러 해저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노드 스트림) 가스관' 폭발 등을 들었다. 

앞서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러시아의 유력 인사 살해 관여 여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이미 상당수 인사들을 겨냥한 공격에서 성공했다"며 "언론 보도 덕에 모두가 아는, 잘 알려진 사건들"이라고 답한 바 있다. 

-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19일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무역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하는 등 전방위적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5개국 정상은 이날 중국 시안에서 막을 내린 제1회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논의 결과를 담은 15개 항 '시안 선언'에서 "더욱 긴밀한 중국-중앙아 운명공동체를 힘 합쳐 구축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선언은 또 안보 협력과 관련, "중점 프로젝트, 대형 이벤트의 안전 보장 경험의 교류를 강화하고, 전략적 협력 프로젝트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선택한 발전 경로를 확고히 지지하고 각국이 국가의 독립,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고, 각 측이 채택한 각항의 독립·자주적인 대내외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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