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언론-31일) 반격작전 앞두고 더욱 가열되는 러-우크라 병력 보충 전쟁?
우크라 언론-31일) 반격작전 앞두고 더욱 가열되는 러-우크라 병력 보충 전쟁?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02 03: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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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를 직접 겨냥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계기로 러시아에서는 계엄령, 혹은 전시 총동원령을 즉각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초 우크라이나 무장단체가 러시아 브란스크주(州) 접경 지역을 습격(러시아는 테러행위로 규정)했을 때,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빅토르 소볼레프 의원은 "우크라이나에 정식으로 선전포고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브란스크주를 습격한 그 무장단체(자칭 '러시아 자원의용군' Русского добровольческого корпуса, RDK)가 지난달 또 다른 러시아 땅(벨고로드주)을 침략하고, 모스크바로 공격용 드론들까지 날아들었으니, 러시아의 전쟁 강경파에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체첸자치공화국(이하 체첸)의 수반인 람잔 카디로프는 31일 모든 전투 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엄령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용맹하기로 유명한 '체첸 전사'들을 이끌고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개전 초기 최대 격전지인 남부 '마리우폴' 공략에 앞장섰으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영토 확장에 핵심 전력을 이루고 있다. 최근 바흐무트를 점령한 민간 용병그룹 '바그너 그룹'과 임무를 교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디로프 체첸 수반/사진출처:체첸자치공

바흐무트 점령 과정에서 2만명의 병력 손실을 봤다는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는 크렘린을 향해 총동원령 발동을 주장했다. 그는 모스크바의 드론 공격을 허용한 국방부를 거세게 비판한 뒤 "총동원령을 내려야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서 '바그너 그룹'을 빼는 중인데, 앞으로 2개월 가량 부대 재정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가 최근 SNS에 신규 용병 모집 공고를 띄운 것도 부대 재정비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수 군사작전에서 주요 격전지 공략에 앞장선 '전사'들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의 '전시 동원 체제' 도입 주장에 크렘린은 부드러운 톤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계엄령과 총동원령 발령은 전적으로 국가 최고위 당국의 권한에 속한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그같은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주요 도시에 세워진 특수 군사작전 지원병 모집 사무소의 안과 밖/사진출처:스트라나.ua

하지만, 러시아는 그 대안으로 다양한 병력 충원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평가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에는 특수 군사작전에 참여할 지원병 모집 활동이 활발하고, 지난 4월 중순에는 푸틴 대통령이 병역 대상자에게 인터넷으로 소환장을 보내는 '전자 소환장에 관한 법안'에 서명했다. 기존의 군 등록및 징병사무소(우리 식으로는 병무청)에서 당사자에게 일일이 소환장을 직접 전달해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된 것은 물론, 대상자가 소환장 수령을 피할 수 있는 명분, 혹은 요령들이 거의 사라졌다. 또 이를 거부할 경우, 부동산 거래등 실생활에서 큰 제약이 뒤따른다. 

이 법안이 통과될 당시, 영국 정보국은 "러시아는 지원병 추가 모집을 우선시하고 있으나,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 새로운 제도가 지속적으로 병력 보충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은 또 지난 5월 올해 예비군 동원 훈련 실시를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현지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러시아의 예비군 동원 훈련은 매년 실시된다. 통상 겨울이 끝날 즈음에 훈련 실시 명령이 떨어지는데, 지난해(2022년)에는 2월 19일에, 2021년에는 4월 26일에 발표됐다. 일부 외신은 이 예비군 훈련 명령을 특수 군사작전에 동원하기 위한 조치로 확대 해석했지만, 현지에서는 연례행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원을 위한 '꼼수'라는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목할 만한 사안은, 31일 국가두마(하원)에 제출된 전과자들에 대한 군 복무 계약 허용 법안이다. 이 법안은 동원및 전시 기간에는 전과자들도 계약을 통해 정규군에 편성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그너 그룹'은 사면을 전제로 죄수(수감자)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을 최전선으로 끌어들였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감자는 물론, 전과자들까지 러시아 정규군 편성이 가능해진다. 의외로 손쉽게 병력 보충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미 총동원령과 계엄령이 모두 발령(지난 5월초 재연장)된 우크라이나의 병력 징집은 러시아보다 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전장에서 희생된 병력을 대체할 예비 인력이 필요한데, 징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최근 "키예프는 임박한 반격작전에 대비하고 전장에서 희생되는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는 강제 징집 모습을 가감없이 전했다.

스트라나.ua도 지난 28일 "날씨가 따뜻해고 야외생활이 더욱 활기를 띠면서 병력 징집을 위한 우크라이나 군사위원회(병무청 격)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군사위원들은 이제 도시 길거리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캠핑장까지 찾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겨울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스키장에서 소환장을 전달했던 군사위원들이 급기야는 키예프시 덴스냔스키 구역의 삼림공원들을 찾아가 캠핑을 즐기는 젊은 남성들의 손에 징집 소환장을 쥐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키예프 근교 삼림공원에서 캠핑하는 젊은 남성에게 소환장을 전달하는 군사 위원/사진출처:스트라나.ua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낸 병력의 공백을 메우고, 반격을 위한 신규 병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군사위원들의 이같은 활동은 이해못할 바가 아니다. 다만, 현지에서는 군사위원들의 강제 징집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남부 오데사의 군사위원들은 아예 의료용 버스를 타고 거리로 나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동원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신체검사도 불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 SNS에 올라온 군사위원들의 강제 징집 모습/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군사위원회의 이같은 무리한 징집은 궁극적으로 동부와 남부 점령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낼 수 있는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러시아는 '부분 동원령'으로 최대 30만명의 예비 병력을 확보한 상태. 이에 맞서야 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그간의 가용 인력 총동원으로 이제는 '마른 수건도 쥐어짤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는 듯하다. 스트라나.ua와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에 따르면 현지 징집 담당자들도 최근 몇 주 동안 더욱 공격적으로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인정했으며, 제복을 입은 사람(군사위원)들은 정기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거리에서 불시 점검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대상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징병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식 '전자 소환장 발송 제도'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자 소환제'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 더디고, 의회에서도 여론을 살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그러다 보니, 징집 대상 남성이 아직 부족하지는 않지만, 징집 과정은 더욱 복잡해졌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예컨대 많은 대상자들이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바흐무트'와 같은 전쟁터로 보내진다는 소문에 소환장 수령을 거부하고, 일각에서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직전'이라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홍보에 "그런데, 왜 또 나까지 필요하지?"라는 생각으로 기피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치 전선이 무려 1천㎞에 이른다. 그만큼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는 반격을 위한 병력 준비가 거의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후방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그렇지 않는 듯하다. 후방에서는 '징병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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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2023-06-16 03:22:19
기사 내용이 대한민국 기자의 모범이 되기 충분하기에 이 댓글을 드립니다. 현 기성 권위 붕괴 시대에 귀감이 되는 귀하의 노력을 치하해 마지 않습니다. 본인은 이러한 치하를 기자에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작성은 작은 아들 투룸 집에 왔다 새벽 2시에 기상하여 주변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옥외 주차된 차안에서 소주 1병을 혼자 먹고 작성함으로 구성이 해괴할 수 있으나 작성자의 진심이 충분히 전달되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