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는 지금) 록의 전설 '빅토르 최' 노래는 유죄, 안보 실세 손녀의 뮤직 비디오는 무죄?
우크라는 지금) 록의 전설 '빅토르 최' 노래는 유죄, 안보 실세 손녀의 뮤직 비디오는 무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05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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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사기 진작을 위해 가슴을 보여준 여성 인플루언스는 왜?

미사일이 날아들고 비명이 터지는 아수라장 전쟁터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다만, 엇나간 사소한 언행은 곧바로 스캔들이 되고 비난을 받는다. 속고 속이는 일도 잦다. 우크라이나의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466일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도 치열한 삶 속에서 숱한 스캔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에는 러시아군의 공습과 그에 따른 인적·물적 피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태세, 최전선의 전투상황 등이 주로 실리지만, 눈길을 끌만한 스캔들도 없지 않다. 최근에도 여러 건이 올라왔다.

◇ 안보 실세 손녀의 뮤직 비디오 출시
전쟁 와중에도 가수들의 신곡은 출시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6월 2일)에 따르면 국내외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우크라이나 안보 실세인 알렉세이 다닐로프 국방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격)의 손녀 마샤가 두번째 뮤직 비디오를 냈다. 표제곡은 '환희'(Кайф). "삶은 즐겁게 계속돼야 한다. 원하는 걸 하고, 마음에 드는 삶을 살고.." 올해 16세인 마샤가 전쟁으로 절망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안보실세의 손녀 뮤직 비디오/사진출처:스트라나.ua
안보실세 다닐로프 장관의 손녀 마샤 뮤직 비디오 출시/영상 캡처

마샤는 올해 초 첫 뮤직 비디오를 출시했다. 가장 유명한 노래는 '촛불'(Лампочки)이다. 지난 겨울,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에 우크라이나 전역은 시도 때도 없이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누구나 작은 '촛불'(램프) 하나는 끼고 살았다. 그러나 뮤직 비디오에서 그녀는 최고급 승용차 '벤틀리' 옆에서 노래했다. 대중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보여줬다. 

실제로 그녀는 호화로운 생활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그녀는 지난달에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생일 축하파티를 벌였다. 그녀의 옷장에는 명품 가방이 여럿 들어 있고, 그중 하나는 2,200유로(약 300만원)상당의 루이비통 멀티 포셰트처럼 보인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또 그녀의 SNS 사진에는 1,450유로(약 200만원)에 판매되는 프라다 니일론(Prada Nylon) 컬렉션도 포함됐다. 노래 '환희'는 16세 소녀에게는 너무 버거운 주제인 듯하다.

◇ 소련의 전설적인 로커 '빅토르 최' 노래는 왜 문제?
유명 인사의 손녀가 만든 스캔들과는 다른 차원이다. 소련의 전설적인 로커이자 고려인 '빅토르 최'의 노래를 부르는 길거리 가수가 우크라이나 서부 르보프(리비우)에서 현지 주민과 충돌했다. 러시아어로 된 '빅토르 최'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게 발단이 됐다. 

스트라나.ua(6월 3일)에 따르면 비교적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남부 오데사 출신의 길거리 가수는 "전설적인 록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발했고, 현지 아주머니(할머니?)는 "지난해 10월 이후 르보프에서 러시아어 사용이 금지됐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화가 난 그는 욕설을 섞어가며 "빅토르 (최)는 전설적인 록 가수다. 가수인 나는 그의 노래를 부르고, 당신은 당신 일이나 잘하면 된다. 남편이 있는지, 자녀가 있는지, 직업이 뭔지 상관하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내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다

르보프 말다툼(아래)에 대해 사과하는 길거리 가수/사진출처:영상 캡처

말다툼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사과해야 했다. 그는 고향 오데사에서도 '빅토르 최' 노래를 부르다가 여성 정치인(의회 의원)과 충돌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 러시아어 사용을 놓고 주민들간에 갈등이 폭발한다. 오데사의 한 카페에서는 러시아어를 쓰는 바텐더와 손님이 직접 충돌하기도 했다. 

◇ 우크라군 돕기 자선 공연 사기 사건? 
우크라이나 유명 여가수 이리나 페디쉰(Ирина Федишин)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군 돕기 자선 콘서트에 참여했으나 주최 측에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5월 29일)에 따르면 그녀는 콘서트 주최 측으로부터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4,000 파운드(약 640만원)에 해당하는 좌석 판매권을 받았는데, 그것마저도 일정 금액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가수 이리나 페디쉰과 그녀의 자선 공연 소식들/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짜 자선재단을 만들어 돈을 뜯어내는, 소위 '애국심'을 앞세운 사기 사건들이 빈발하고 있다. 또 최전선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주겠다며 돈을 뜯는 사건도 여기저기서 터진다.가장  최근에는 격전지 바흐무트와 우글레다르 주민들에게 폴란드로 안전하게 대피시켜주겠다며 3만 흐리브냐(약 130만원)를 받은 일당이 체포되기도 했다. 

◇ 우크라군의 사기 진작을 위한 여성 인플루언스의 일탈
스트라나.ua(5월 24일)에 따르면 가수 출신 블로그 인플루언스 인나 보로노바는 우크라이나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과감하게 가슴을 보여주는 사진을 올렸다. 설명도 "우크라이나군의 사기진작을 위한 사진"이라고 달았다. 물론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다. 투명한 티셔츠를 입었는데, 거의 벗은 것이나 다름없다. 

여성 인플루언스 인나(위)의 일탈 사진/사진출처:스트라나.ua

그녀의 이같은 일탈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달 키예프를 강타한 러시아의 미사일·드론을 우크라이나 방공체계가 요격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보안당국에 전격 체포된(전쟁 정보 유출 혐의) 6명의 블로거중 한명이다. 특히 인나의 영상은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이 작동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는 의심을 샀다. 한순간 '번쩍'하는 폭발 순간이 영상에 담겼는데,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이 패트리엇 방공체계를 때리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은 또 마약 밀매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상태라고 한다.  

◇ 바흐무트 유명 벽화 아파트의 붕괴
최근 러시아군에 함락된 바흐무트의 유명한 벽화 아파트가 완전히 무너졌다. 스트라나.ua(6월 3일)에 따르면 바흐무트 서쪽에는 벽화로 유명한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아파트 한 동에는 아버지의 목말을 탄 아들이 비행기를 날리는 그림이, 옆의 동에는 모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전쟁으로 어느 순간 '모녀 그림'의 동은 무너지고 '부자 그림'의 동은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무너졌다는 소식이다. 바흐무트는 9개월여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바흐무트의 유명 벽화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바흐무트의 치열한 전투를 기록해줄 참전 용사들의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안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1일 우크라이나군이 아직도 도시의 남서부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흐무트 측면 공격은 며칠 전 중단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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