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모스크바 드론 공격 - 우크라이나가 진짜 노리는 것은?
잇딴 모스크바 드론 공격 - 우크라이나가 진짜 노리는 것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8.02 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스크바주재 한국대사관은 7월 한달간 4차례나 긴급 공지(재외국민 안전을 위한 안내문)을 보내왔다. 7월 4일, 24일, 28일, 30일(현지 시간)이다.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 측의 드론 공격이 있었던 날이다.

공지는 "모스크바와 수도권(모스크바주)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테러 공격 시도가 있었다"며 "지난 5월부터 모스크바 일원에 대한 드론 공격이 연이어 발생하고, 러시아 본토에 대한 드론 위협이 확대되는 상황인 만큼, 교민들은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나아가 "러시아 여행을 계획하는 국민들도 긴급한 용무가 아닌 경우, 가급적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줄 것"을 촉구했다. 

주한러시아대사관이 카톡을 통해 보내온 안내문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 공격은 7월의 마지막 날(31일) 밤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측이 이제는 대놓고 러시아 본토 공격이 늘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1일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격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며 “모스크바는 이제 본격적인 전쟁으로 빠르게 빠져들고 있으며, 앞으로 모든 빚을 갚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앞으로 러시아에서 일어날 일은 더 많은 미확인 드론, 더 많은 붕괴, 더 많은 내전, 더 많은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날(30일) "전쟁은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기지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며 "이는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우며, 지극히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예고대로 모스크바의 경제 중심지이자 고층빌딩이 몰려 있는 '모스크바 시티'는 이틀 연속(30일, 31일) 드론 공격을 받았다. 특히 경제 개발부와 산업통상부, 디지털 개발부 등 경제관련 부처가 입주해 있는 'IQ 쿼터' 빌딩이 목표가 됐고,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 측이 날아오는 드론을 격추하거나, 전자전(EW) 방식으로 무력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다.

30일 드론 공격으로 창문들이 부서진 '모스크바 시티'내 건물/현지 매체 영상 캡처 
30일 밤 포착된 '모스크바 시티' 폭발 장면. 영상에는 시민들의 비명소리도 들린다/영상 캡처

또 인터넷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는 '모스크바 시티'에서 큰 폭발이 목격됐고, 놀라는 시민들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서방 외신들도 드론 공격에 의한 사상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대 주민들은 동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시티'내 주거 건물(주상복합 건물)의 한 입주자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갑자기 큰 폭발음이 들렸고 (지진) 파동 같은 게 느껴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시민은 "걱정스럽다"며 "마음 한 구석에 이젠 '모스크바 시티'도 늘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 공격은 시민들의 이같은 심리적 불안을 노린 것이다. 군사적 목표물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지하철역이나 방공호로 대피해야 하는 키예프(키이우) 만큼 대규모 공격도 아니다. 기껏해야 드론 서너대에 불과하다. 건물의 피해도 우크라이나와 비교하면 '창문 틀'이 파괴되는 정도다.

모스크바 공격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드론 '보베르'/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지난 30일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곳곳엔 항상 뭔가 날아다니는 게(드론) 생겼다"며 "그동안 전쟁을 '먼 곳의 이야기'라며 걱정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을 '다른 나라 이야기'쯤으로 여겨온 모스크바 시민들에게도 '그게 아니라'는 현실을 일깨우는 심리적 효과를 노렸다는 뜻이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가까운 우크라이나 국경까지는 500㎞,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100㎞ 이상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측의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코메르산트 등 현지 매체들은 1일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국적 항공사가 8월 1일부터 아쉬가바트(투르크메니스탄 수도)~모스크바 항공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드론이 날아다니는) 모스크바 상공의 여건과 비행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31일 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남부 지역에서 러시아 방어선 돌파에 성공하지 못해 민간 시설에 대한 테러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를 막을 뽀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적인 고민이다. 모스크바 등 특정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앞으로 방공망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전체를 방어하기에는 러시아 땅은 너무 넓다.

러시아 군사 텔레그램 채널들은 모스크바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일방적인 공습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러시아는 더욱 강력한 보복 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 연합(EU), 유엔 등은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다. 러시아측에 본토 공격을 빌미로 더 확전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31일 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본 '모스크바 시티' 건물/현지 TV채널 NTV, 스트라나.ua 

하지만, 다툼이란 그 속성상 서로 보복에 나설 수록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의 모스크바 드론 공격도 그 시작은 '크림대교'에 대한 '사보타주'(비밀 폭파 계획)였다. 러시아는 보복 조치로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와 주요 도시들을 공습했고, '흑해 곡물 협정' 탈퇴에 맞춰 우크라이나 해상 봉쇄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모스크바의 러시아군 정보국(7월 24일)과 '모스크바 시티'(30, 31일)을 공격을 택한 것이다. 

상대에 대한 보복 공격은 결국 '끝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진다. 누가 더 많은 군수물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 확보할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승패가 갈라지기 마련이다. 

ⓒ바이러시아 출처를 밝힌 전재 및 재배포는 환영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