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푸틴 대통령이 아내와 같이 나와 이혼사실을 발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생소한 장면이었다. 지도자들 부부가 이혼을 하든 별거를 하든 잘 살고 있든..알려지지 않는게 통상적 흐름이었는데, 최고지도자가 TV 앞에 나와 공식적으로 이혼을 밝혔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이들의 이혼 발표는 그동안 러시아 정계에서 금기시됐던 지도자의 사생활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언급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고위공직자는 사생활을 언급한 적이 거의 없었다. 어떤 결혼생활을 유지했는지도 베일에 가려진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이혼사례를 찾기도 힘들다.
굳이 예를 들자면 1689년 러시아 근대화에 기여한 표트르 대제가 17세 때 결혼한 부인과 이혼하고 1711년 재혼했다는 기록이 있다.
독재자 스탈린의 둘째 부인 나데즈다 알릴루예바가 자살했을 때에도 정부 통제 아래 있던 언론은 사인은 언급하지 않고 간단하게 소식만 전했다.
하지만 지도자가 아니라 일반인이라면 이혼이 그리 생소한 게 아니다. 주변에서 이혼한 부부가 넘치고, 이혼한 뒤 할머니나 어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도 흔하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이혼은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양쪽이 이혼을 원하고 자녀가 어리지만 않다면, 단 400루블(약 1만3800원)만 지불하면 이혼이 가능하다. 재산은 반반씩 나누게 돼 있고 이혼 조정기간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다.
러시아 지도자의 배우자가 주목받은 경우는 앞서 말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부인 라이사 여사다. 활동적인 성격으로 거침없는 말을 했던 그녀는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난 최초의 ‘크렘린 여성’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정권을 잡은 옐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나이나 여사도 조용한 내조에 힘을 기울였다. 비록 이혼을 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류드밀라 여사도 대중앞에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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