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포로 탑승 수송기 격추로 본 러-우크라 프로파간다(정보전) 실태
우크라 포로 탑승 수송기 격추로 본 러-우크라 프로파간다(정보전) 실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1.25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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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인 러시아 벨고로드주(州)에서 포로교환을 위해 이송 중이던 우크라이나 포로 65명과 러시아인 승무원 6명, 호송요원 3명 등 74명이 탑승한 러시아 일류신(IL)-76 군용 수송기가 24일 오전 11시 15분쯤(현지시간)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측의 '테러 공격'으로 격추돼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수송기에 대한 공격은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었다"며 즉각 유엔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사건 발생 7시간 뒤쯤 미사일 공격을 사실상 인정했다. 

격추된 러시아군 수송기 잔해/SNS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벨고로드 최전선 지역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군 항공기를 격추한 첫 번째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탑승한 포로들이 이날 오후 콜로틸로프카 국경 검문소에서 러시아 포로들과 192명 대 192명으로 교환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도 포로교환 계획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포로 80명을 태운 러시아의 또다른 수송기는 앞선 수송기의 격추에 급히 항로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로교환 계획과 이를 위한 포로들의 이송, 그리고 탑승한 일류신(IL)-76 수송기의 격추 등 기본적인 팩트(사실)는 러-우크라 양측에 의해 확인됐다. 남은 의문은 누가 왜 격추시켰느냐다. 진실찾기의 시작이다. 양국의 '프로파간다'(선전전)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스트라나.ua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군 수송기 격추는 키예프(키이우) 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모스크바 시간으로는 12시)쯤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뒤이어 사고기의 추락및 폭발 영상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이 영상은 수송기가 추락한 벨고로드주 야블로노보 마을 주민이 폭발음을 듣고 찍은 것으로 보인다.

수송기의 추락및 폭발 순간을 찍은 영상/캡처 

'정보전'(프로파간다)은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와 'RBC-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측의 공식 반응이 나오기도 전에 군사 소식통들을 인용,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군수송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수송기에는 하르코프(하르키우) 공격용 러시아제 S-300 미사일이 실려 있었다고 했다. 

스트라나.ua는 "사건을 첫 보도한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자력으로 '특종'을 건졌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며 "우크라이나군이나 정보기관이 비공식적으로 이같은 뉴스 거리를 언론에게 주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그 목적은 러시아 군용기의 격추로, 우크라이나인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공군이 지난 15일 러시아의 '장거리 레이더 탐지기'(공중 정찰기) A-50과 항공 통제설비가 탑재된 특수 목적기(항공 통제기) 일류신(IL)-22M를 아조프(아조우) 해 연안 상공에서 격추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며 "수송기 요격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러시아 국방부가 포로교환을 위해 이송중이던 우크라이나 포로들이 탑숭한 수송기가 격추됐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곧 집으로 돌아갈 꿈에 부풀어있던 전우들을 몰살시킨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두 언론은 급히 수송기 격추 뉴스를 인터넷판에서 삭제했다.

동시에 하르코프 지역 방위군 사령관인 세르게이 멜니크 장군은 "수송기에는 S-300 미사일이 실렸다"며 "푸틴 테러리스트들의 선전을 믿지 말라. 그들은 당신을 위해 어떤 소설이라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격추된 러시아군 수송기 잔해/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사건 발생 7시간쯤 뒤에 우크라이나군의 공식 성명이 나왔다. 성명은 일류신(IL)-76 수송기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추됐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지만, 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성명은 "러시아군은 벨고로드에 무기(미사일)을 이전하고, 자주 하르코프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은 미사일 발사 지점과 무기 운반 루트를 추적하고 있었으며, (하르코프에 대한) 테러(미사일 공격)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공급 수단(러시아군 수송기)을 파괴하고, 제공권을 장악하는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러시아군 수송기에 우크라이나군 포로가 탑승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측도 우크라이나를 향해 선전 공세를 강화했다.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수송기가 패트리어트 또는 아이리스-T(Iris-T) 방공 미사일 3발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일각에서 수송기 추락 현장에서 시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수송기가 공중에서 폭파되면서 시신이 반경 1~2km 내에 흩어져 있다고 러시아 측이 반박했다. 또 러시아 투데이(RT)의 편집장 마가리타 시몬얀은 SNS를 통해 피격 수송기에 탑승한 우크라이나 포로 65명의 이름을 전격 공개했다. 

수송기 추락 지점에서 포착된 검은 연기/영상 캡처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자국군 포로를 향해 미사일을 쏴 궁지로 몰린 우크라이나 측이 내놓을 수 있는 대응 논리는 대체로 두가지다.

우선, 격추된 수송기에는 우크라이나군 포로가 없었다고 반박하는 방법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고조시키기 위해 수송기가 격추된 뒤 지상에서 포로들을 사살했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그러나 추락 순간부터 우크라이나 포로가 탑승했다는 러시아측 공식 발표까지 약 45 분쯤 걸렸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런 음모를 꾸미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또 러시아가 포로 이송 수단및 경로에 관해 사전에 우크라이나 측에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포로들을 태운 수송기의 운항 경로를 사전에 우크라이나 측에 통고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UR) 측은 "최전방 30km 이내에서 수송기를 착륙시키는 것은 절대로 안전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격추를 유도하는 덫을 러시아 측이 놓은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송기가 미사일에 격추된 게 분명한 만큼, 우크라이나 입장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이 "우크라이나에는 포로 수송 차량 수, 경로 및 포로 인도 방법에 대한 러시아측 정보가 없었다"고 거듭 강변했지만, 이미 여러차례 포로교환이 이뤄진 터라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에 큰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새로운 포로교환이 언제 이뤄질 지도 불투명해졌다. 오랜 억류 생활 끝에 집으로 돌아갈 희망에 부풀어 있던 양국 포로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러시아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방 무기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고 있다고 공세를 펼 게 분명하다. '서방 무기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지난해 5월 공식적으로 확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머석해졌다. 서방에서 우크라이나에게 협상을 촉구하는 일부 세력에게는 목소리를 더욱 높일 호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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