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평화 정상회의 일정은 나왔으나, 중국 참석 여부 등 온통 지뢰밭?
스위스 평화 정상회의 일정은 나왔으나, 중국 참석 여부 등 온통 지뢰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4.1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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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9일 시진핑 국가 주석을 예방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시 주석은 라브로프 장관의 중국 방문을 푸틴 대통령의 올해 중국 국빈 방문을 위한 포괄적인 준비의 중요한 단계로서 환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방중 계획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내달(5월)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 대선에서 5기 연임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이 5월 7일 취임한다. 취임후 첫 해외 순방지로는 중국이 당연하고, 그렇다면 5월 방중이 거의 확실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예방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사진출처:러시아 외무부 텔레그램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라브로프 장관의 시 주석 면담 사실을 전하면서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주요 정상들 간의 만남 일정을 소개했다. 우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번 주말 베이징을 방문한다. 내달(5월) 초 시 주석은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에마뉘엘 마크롱을 만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시 주석이 유럽의 두 강대국 정상과 미리 대좌하는 일정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러시아와 서방 측을 중재하는 듯한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최대 쟁점은 역시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범위를 좁히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도하에 스위스가 추진하는 '국제 평화 정상회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놓은 '평화공식 10원칙'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모으는 자리다. 그의 평화 원칙은 러시아군의 철수와 전쟁 보상금 지불 등 10개 항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도국)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1년 전 현 전선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바탕으로 한 자체 평화안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중국의 평화안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스위스는 10일 우크라이나와 함께 추진 중인 국제 평화 정상회의를 6월 15~16일 뷔르겐슈토크(Bürgenstock)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루체른 호수 등 휴양시설을 갖춘 알프스 산악지대다. 스위스는 "모스크바의 참석없이는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 과정이 불가능하다"며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원하고 있지만, 러-우크라 양측은 모두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일찌감치 초청을 받아도 푸틴 대통령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캡처2-스위스 정상회의 회의장소 루체른 호수 등 산악휴양지 위키피디아
캡처2-스위스 정상회의 회의장소 루체른 호수 등 산악휴양지 위키피디아

러시아가 참석하지 않는 상태에서, 스위스 국제 평화회의의 성패는 중국의 참석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회의 참석을, 시 주석은 거꾸로 러시아의 참석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숄츠 총리의 평화 정착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3월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게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의 제공을 거부하며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평화협상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대 총리 사상 가장 낮은 지지율로 고민중인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이끌어낸 '평화 총리'의 이미지를 구축해 2025년 가을 총선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 주말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의외로 강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시 주석의 5월 초 프랑스 방문이다. 이번 방문은 중-프랑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스위스 평화 정상회의가 주요 의제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러시아의 정상회의 참여를 마크롱 대통령에게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가 이를 거부할 경우, 중국도 보이콧하겠다는 카드를 내밀 것으로 전망됐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국의 이같은 스탠스는 지난 3월 초 리후이 중국 특사의 유럽 순방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확인됐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리후이 특사의 유럽 순방이 끝난 뒤 “모든 당사자의 평등한 참여와 모든 평화안에 대한 공정한 논의를 전제한 국제 평화 회의(스위스 정상회의) 소집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모든 평화안에는 1년 전에 나온 중국의 평화안도 포함된다.

중국은 스위스 평화회담에 참가하기 위한 조건으로 막판에 이 두가지를 내걸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러시아와 회의 참석과 중국의 평화안 논의다. 중국은 이를 위해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와의 공감대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또 프랑스 방문을 통해 러시아와의 '국경 없는 파트너십'으로 인해 훼손된 유럽과의 관계 재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 외교 일정의 하일라이트는 날짜가 확정된 스위스 평화 정상회의다. 스위스 측은 회의 성공을 위해 "러시아의 참여 없이는 현 상황에 대한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중국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캡처2-스위스 정상회의 카시스 Иньяцио Кассис 스위스 외무 페북
스위스 카시스 외무장관/사진출처:페이스북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이 참석하지 않는 스위스 평화회의는 소리만 요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 주석이 참석해야 우크라이나와 서방측은 '글로벌 공동체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평화안을 크렘린에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10개 평화공식이 회의에서 그대로 추인된다는 뜻은 아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1년전 시 주석이 내놓은 평화안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9일 “러시아의 입장을 무시하는 모든 국제 행사가 소용없다는 사실을 중국측과 확인했다"며 최전선을 따라 휴전하는 중국 평화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등 서방측은 중국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끊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다. 미국이 최근 '세컨더리 제재'(제 3국에 대한 제재)를 계속 확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결과, 중국의 주요 은행들이 러시아 금융기관과의 협력관계를 축소했지만, 중-러 교역이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 

중국에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주요 수출 시장이다. 교역 제한은 중국에 타격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이다. 서방측도 중국의 대체 국가를 찾지 못하거나 찾더라도 값비싼 가격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칫하면 중국이 대외 무역에서 달러와 유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미국과 EU 중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스트라나.ua는 '중국과의 교역을 끊겠다'는 서방측의 위협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스위스 평화 정상회의에 대한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젤렌스키 대통령과 서방이 중국의 막판 제안을 거부하고, 서방진영으로만 회담을 개최하는 경우다. 당연히 '글로벌 공동체의 요구'라는 명분이 퇴색된다. 거꾸로 중국은 러시아와 회담을 갖고 중국 평화안에 대한 '글로벌 사우스'의 지지를 넓혀갈 수도 있다. 

둘째,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안이다. 우크라이나에게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다수를 차지하는 '글로벌 사우스' 측이 '현 전선에서의 즉각 휴전'이라는 중국안을 지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10대 평화공식의 폐기 가능성마저 거론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전 협의를 통해 제 3의 안을 만드는 길이다. 휴전을 토대로 평화 절충안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를 받아들일 확율은 낮지만, 전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또 미국의 대우크라 추가 지원 문제가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보스 포럼에서 자신의 평화공식을 설명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8일 스위스 평화회의에 글로벌 사우스를 포함해 약 80~100개 국가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의 회의 참석과 '글로벌 사우스'의 지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글로벌 사우스' 측은 러-우크라 일방의 전쟁 승리를 기다리기 보다는, 또 러시아 군대 철수와 같은 전제 조건없이 평화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을 옹호하는 편이다. 

정상회의를 결산하는 공동성명에 대한 기대도 낮다. 모호하고 두루뭉실하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의 반대로 러시아에 대한 비난이나 양보 요구도 담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껏해야 평화안 협의를 위한 새로운 조직의 구성에 대한 합의 정도다. 

자칫하면 회의 자체가 양 진영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공동체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제 평화 정상회의라는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회의 자체가 또 연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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