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부쩍 뛴 텔레그램을 만든 '은둔의 기업가' 두로프의 칼슨 앵커 인터뷰, 그 내용
몸값이 부쩍 뛴 텔레그램을 만든 '은둔의 기업가' 두로프의 칼슨 앵커 인터뷰, 그 내용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4.04.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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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기업가'로 알려진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최근 터커 칼슨 전 미국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를 했다. 칼슨 전 앵커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서방 언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언론인이다. 

텔레그램은 지난달 모스크바 인근의 '크로쿠스(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사건으로 또 주목을 받았다. 현장에서 살육전을 벌인 테러범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모집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두로프 등 텔레그램 경영진에게 텔레그램이 테러범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고 필요한 조처를 해달라는 의견을 반복해서 전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칼슨 전 앵커와 인터뷰하는 드로프 텔레그램 CEO/영상 캡처

두로프 CEO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공개됐다. 두 사람은 3시간여 대화를 나누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은 1시간 남짓이다. 러시아 언론은 그가 언론을 만난 것도, 인터뷰가 영상으로 제작된 것도 아주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그의 인터뷰는 올해 들어 지난 3월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이어 두번째이지만, 2017년 이후 그때까지 언론을 만난 적이 없다. 

그의 인터뷰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텔레그램에 대한 미 FBI의 관심, 애플과 구글의 압력, 샌프란시스코에서 당한 강도 사건 등이다.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를 두루 참조해 두로프 CEO의 회견 내용을 종합한다./편집자 

◇ 미 FBI의 집요한 감시

“FBI 등 미국의 정보기관은 우리가 미국 어디에 있든,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메신저를 관리하는 엔지니어와 함께 미국을 가면, 그들은 늘 먼저 접근해온다. 공항에서 FBI 요원들이 우리를 붙들고 온갖 질문을 해댔고, 어느 날은 아침 9시에 찾아왔다. 묵고 있던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던 중이라 그때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 분야 요원이 우리 엔지니어를 비밀리에 포섭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텔레그램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칼슨 전 앵커가 "미국 정부가 텔레그램 엔지니어를 빼돌려 메신저 사용자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텔레그램 개발과 운영에 적절한 환경이 절대 아니다. 우리는 주재국 정부와의 관계에 신경쓰기 보다는 우리들의 일에 집중하고 싶다."

두로프 인터뷰 영상/캡처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거기에서 '트위트'(현 엑스 X) 창업자인 잭 도시와 만난 뒤, 길거리에서 세 명의 괴한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나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가까스로 벗어났다. 이 사건으로 아주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사업할 생각을 접었다. 러시아를 떠난 후, 독일과 영국,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를 둘러봤지만, 최종적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택한 것도 다른 국가에서는 관료주의 등으로 기대한 사업 환경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바이 당국은 텔레그램에 압력을 일체 가하지 않는다. 또 사업하기에 좋은 인프라를 갖췄고 조세제도도 훌륭하다.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이유다."

◇ 텔레그램에 대한 IT 공룡들의 압력

"주요 압력은 국가의 정부가 아니라 미국 IT 기업인 애플과 구글에서 온다. 두 기업은 텔레그램 경영진이 그들의 권장 사항을 준수하도록 거듭 요구했다. 이 두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에서 모든 것을 검열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은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론 머스크 태슬라 CEO의 트위트 인수를 환영한다. 소셜 네트워킹(SNS)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1년 1월 6일 미 국회 의사당 습격 사건 이후, 우리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편지를 보내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에 관한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미국 헌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는 관련 정보 제공을 거절했다. 뒤이어 미 공화당 측에서 편지가 왔다. '민주당이 요청한 데이터를 공개하면 미국 헌법을 위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습게도 우리는 무엇을 하든(데이터를 공개하든, 안하든), 미국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에 있을 때는 2011년부터 (반정부) 시위를 조직한 단체의 계정을 '브콘닥테'(VK, 드로프가 개발한 러시아판 페이스북)에서 차단해 달라는 당국의 요청을 받았다. 2013, 2014년에는 VK가 보유한,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2014년 우크라이나의 반러 대규모 시위) 사건 배후 조직에 대한 개인 정보를 러시아 당국이 요구했다. 우리는 '잠깐만요, 우크라이나는 다른 나라인데요'라며 그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크렘린으로부터 최후 통첩을 받았다. 개인 정보를 제공하든지, VK 지분을 팔고 러시아를 떠나든지, 택일하라고 했다. 처음으로 만든 VK를 매각하는 것은 고통스러은 일이었지만, 팔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도 자유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을 개발하려는 아이디어는 바로 그때쯤 떠올랐다.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 있는데, 보안요원들이 또 압수수색하기 위해 찾아왔다. 안전한 통신 수단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비밀 메신저 기능을 지닌 텔레그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두로프 CEO는 2014년 봄 VK를 러시아 IT 대기업인 메일닷루(mail.ru)에게 매각하고 떠났다. 

"이같은 경험들 때문에 텔레그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국가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텔레그램이 홍콩과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의 반정부 시위대에 의해 사용된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고, 어느 한쪽 편을 들기를 원치 않는다. 러시아와 중국, 미국 등 '주요 지정학적 강대국'에도 접근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하는 일, 우리의 가치와 일치한다고 확신하는 국가로 간다."

◇ 러시아 당국의 텔레그램 통제설 

"텔레그램이 러시아 당국에 의해 통제된다는 주장은 경쟁사의 모략이다. 텔레그램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텔레그램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보다는 텔레그램이 들불처럼 널리 번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이 우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믿는 경쟁 업체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텔레그램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중립적인 플랫폼이다." 

"텔레그램은 매일 250만 명이 사용하고, MAU(30일 동안 한 번 이상 앱을 사용한 사람들의 수)는 9억 명에 달해 경쟁 플랫폼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 경쟁업체가 마케팅에 수백억 달러를 지출하지만, 우리는 마케팅, 플랫폼 홍보 및 광고에 돈을 일체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앞으로 1년 안에 MAU가 1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지정학적 플레이어가 아닌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가 팀에는 30명의 엔지니어가 있고, 채용 담당자는 없다. 내가 플랫폼의 유일한 제품 관리자다." 

텔레그램은 지난 2018년 4월 러시아에서 차단된 바 있다. 모스크바 타간스키 법원은 텔레그램 측이 메시지 해독 키를 연방보안국(FSB)과 공유하는 것을 거부하자, 텔레그램 차단을 결정했다. 러시아 관련 당국은 텔레그램 주 서버의 IP 주소를 차단했지만, 러시아 인들은 VPN(가상사설망)를 통해 텔레그램에 접속했다. 러시아 당국은 텔레그램 접속 차단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2년 후(2020년 6월) 공식적으로 이를 해제했다. 

러시아 당국은 또 지난달 모스크바 '크로쿠스 시티홀'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두로프 CEO에게 텔레그램이 더 이상 테러범들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겨줄 것을 요청했다. 

인터뷰하는 드로프 텔레그램 CEO/영상 캡처

◇ 두로프 개인에 대해 

"2014년 러시아를 떠났는데, 다시 돌아갈 계획은 없다. 이유는 7가지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하고 독립적인 법원(사법부)이 없고, 서로 상충되는 법률이 많다'는 것이다."

"2013년에 카리브해 동부에 있는 영연방 소속의 '세인트키츠네비스연맹'의 시민권을, 2021년 가을에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지금은 텔레그램 본사가 있는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 은행 계좌와 비트코인 계정에는 수억 달러가 들어 있었다. 그걸로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도, 개인 비행기도, 요트도 없다. 그런 생활 방식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텔레그램 일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 결코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돈을 버는) 주요 목적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두로프의 재산을 155억 달러로 추정했다.

"나는 범유럽인이다. 소련에서 태어났으나 4살 때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로 이주해 학교를 다녔다. 소련 붕괴 후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다." 

◇ 아주 특이한 인터뷰 장소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두로프CEO가 칼슨 전 앵커와 만나 인터뷰한 곳은 회사 사무실이다. 인터뷰 영상을 보면 그 곳에는 특이한 의자 두 개가 있다. 의자 하나에는 뾰족한 창끝이, 다른 하나는 남자 성기가 여럿 놓여 있다. 이 의자에는 유명한 감방 에피소드가 따라다닌다. 새로 온 수감자에게 '두개의 의자 중 너는 어느 의자에 앉고, 어머니는 어느 의자에 앉히겠느냐'고 물어본다는 것. 정답은 두 개라고 한다. '뾰족한 창끝으로 성기를 자르고 그 의자에 어머니와 같이 앉겠다'는 답과 '창끝의 의자에 앉아, 어머니를 무릎 위에 앉힐 것'이라는 답변이다.

인터뷰하는 두로프의 뒤로 보이는 이상한 의자 2개/사진출처:스트라나.ua 

이 의자 세트는 '토체누이와 드로체누이'(Tochenyi & Drochenyi)로 불리는데, 러시아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에카테리나 쿠릴로바가 그의 파트너 보리스 야르체프와 공동으로 생각해낸 것이다. 가격은 24만9,000 루블 (약 2.600 달러). 이 의자 세트는 현대 미술관 '에라르타'(ERARTA) 등 상트페테르부르크 갤러리에 정기적으로 전시된다. 두로프 사무실에 있는 의자는 원본이 아니다.

◇ 텔레그램은 현재?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로 텔레그램은 양국 정부가 주요 성명을 발표하고, 사용자들이 앞다퉈 전쟁 속보를 올리고, 확인하는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익명성 뒤에서 숨은 사용자들에 의해 테러와 마약 거래, 성 착취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도 계속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는 텔레그램이 러시아 당국(FSB)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달에는 텔레그램 규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두로프 CEO 인터뷰 기사/웹페이지 캡처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텔레그램이 사용자 9억명(MAU)에 도달하고, 목표 수익에 근접하면 미국의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고 지난달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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