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풍성한 러시아 예술의 힘을 보여준 소치 올림픽 폐막식
깊고 풍성한 러시아 예술의 힘을 보여준 소치 올림픽 폐막식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4.02.24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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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러시아 예술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개막식에서 자국의 역사와 문화, 스포츠, 과학 등을 총망라해 '대국의 부활'을 과시했던 러시아가 23일 폐막식에서 개막식에 못지 않는 '예술극장'을 빙판위에 선보였다.

23일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폐막식 공연에는 음악과 미술, 문학, 발레, 서커스까지 러시아의 예술성을 남김없이 보여줬다. 폐막식 초반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 순서에서 러시아 국기가 올라가고 어린이 합창단이 국가를 부를 때부터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에 나서 무대를 압도했다.

선수 입장 뒤에 열린 '카지미르 말레비치, 바실리 칸딘스키, 마크 샤갈의 색채' 공연에서는 러시아 출신 거장들의 작품이 형상화되는 '러시아 미술관'이 소치에 펼쳐졌다. 바닥에 미술 작품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샤갈의 그림에 나오는 염소 모양의 가면을 쓴 무용수가 튀어나와 무대 위를 누비고, 집들이 공중에 거꾸로 떠다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화려한 그림 속 세상이 사라진 뒤 무대 중앙에 피아노 한 대가 떠올랐고,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시작되자 62대의 피아노가 무대를 꽉 채워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안톤 루빈시테인 등 러시아가 배출한 수많은 피아니스트를 상징했다.

바슈메트의 열정적인 연주가 끝나자 피시트 스타디움은 샹들리에가 은은하게 빛나고 웅장한 발레 음악이 흘러나오는 극장으로 바뀌었다.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곡인 '세헤라자데'의 선율 속에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단인 볼쇼이와 마린스키의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등장해 우아한 몸짓을 뽐냈다.

발레단이 퇴장한 빙판은 다시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세 명의 어린이가 무대 중앙에 쌓인 책더미 위를 누비는 가운데 러시아가 낳은 대문호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고골, 푸슈킨, 솔제니친, 톨스토이 등의 사진이 그 주변으로 올라왔다. 책더미 사이로는 종이가 꽃가루처럼 뿜어져 나와 러시아의 풍부한 문학적 유산을 표현했다.

'러시아 예술극장'의 대미는 러시아 근현대 음악의 대표주자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와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 시절부터 왕궁에서 공연된 전통 서커스가 함께 장식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의 즐거우면서도 슬픈 리듬을 따라 서커스단의 화려한 공연이 이어졌다. 이 공연을 위해 전문 서커스 공연자만 러시아 전역에서 69명이 모였고, 서커스를 배우는 학생 120명이 더 투입됐다고 한다.

15일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그토록 우려하던 테러사건도 없이, 러시아의 스포츠와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지구촌 축제로 끝이 났다. 대 축제의 후유증을 섣불리 걱정하는 건 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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