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마음을 훔치는 LG의 마케팅 전략
러시아인 마음을 훔치는 LG의 마케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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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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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6일 크렘믈린 대공연장에서는 주요 언론사 사장들과 대학교수 등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3년 나로드나야 마르까(국민브랜드)’ 수상식이 열렸다.

LG전자 모스크바지사장인 변경훈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그도 그럴 것이 선정된 20개 브랜드 가운데 LG전자가 에어컨, 진공청소기, 오디오 등 3개로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시상식은 관영방송이 러시아 전역에 생중계함으로써 LG전자 제품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LG전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올해는 세탁기와 노트북 등에서 라인업을 크게 강화, 1등 품목을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러시아인의 마음을 훔치다=LG전자는 휴대폰과 청소기, 세탁기 등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올해 러시아에서 매출 신장률이 70%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휴대폰은 지난해 동기대비 200% 이상 급신장했으며 세탁기,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00∼150% 가량 늘어났다.

LG전자의 강점은 러시아인들의 취향에 꼭맞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LG전자 모스크바지사 정석준 부장은 “러시아인들의 요구를 세밀하게 파악,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라며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시장에서 먹혀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라오케 기능을 추가한 오디오. 러시아인들이 한국사람처럼 춤과 노래를 즐기고 밤이 길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는데 착안, 올초부터 내놓은 이 제품은 현재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며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드럼세탁기의 경우 처음에는 제품의 앞뒤가 길어 러시아인들의 불만을 샀다. 러시아 가옥들이 낡고 화장실과 주방이 좁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놓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반영, 앞뒤를 대폭 줄인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LG전자는 히트상품 목록에 드럼세탁기를 추가할 수 있었다.

에어컨은 7∼8월에는 35℃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한겨울에는 영하 30℃를 가리키는 러시아 날씨를 감안해 냉난방을 겸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히트였다. 러시아 가정의 약 절반이 LG에어컨을 사용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 최대의 굼백화점에서 만난 새내기 주부 올가 미스키나씨(27)는 “지난해 10월 결혼하면서 혼수품으로 LG전자의 TV와 냉장고, 전자레인지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가격이나 기능,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는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시장은 전쟁터다=LG전자가 러시아에서 이만큼 성장한 것은 우연히 아니다. 많은 땀과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소니·도시바를 비롯한 일본업체들이 고토회복을 외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모스크바지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업체들이 일본업체들에 도전하는 형국이었으나 지난 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했을 때 일본업체들이 주춤하는 바람에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면서 “내년부터 일본 기업들의 거센 공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LG전자는 남들이 안하는 것 또는 못하는 것을 하고, 남들이 안가는 곳에 가는 행사를 많이 펼치고 있다. 바로 LG전자만의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대표주자는 ‘어린이LG 사생대회’, ‘미스LG 선발대회’, ‘LG 가라오케 경연대회’ 등으로 구성된 ‘LG페스티발’이다. 지난 97년부터 28개 주요거점 도시를 순회하면서 개최하고 있는데 이제는 러시아 지방의 최대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문화공연 혜택을 맞본 순박한 시골사람들조차 LG를 기억하게 된 것이다.

2000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작된 러시아판 장학퀴즈 역시 사회공익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줬다. 특히 이웃 우크라이나에도 전해져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청소년에게 가장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99년부터 개최 중인 LG 바둑대회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매년 수백여명이 대회에 참가한다. 덕분에 러시아에서는 국제적 명칭인 일본어 ‘고’(GO) 대신 ‘바둑’(BADUK)이 바둑을 지칭하는 표준용어가 됐다.

변 지사장은 “러시아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체계적이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 러시아 소비자들의 호감과 신뢰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러시아를 제2의 내수시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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