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킨대 출신 이항나씨 바람의 키스 주연으로
푸쉬킨대 출신 이항나씨 바람의 키스 주연으로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2.06 0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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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만에 무대에 서게 돼 한편으론 설레기도 합니다.”

극단 떼아뜨르 노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연극인 이항나(35)씨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오는 11일부터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되는 연극 ‘바람의 키스’에서 1인3역을 맡아 특유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줄 예정. 이 작품은 1993년 러시아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출범시켰던 극단 떼아뜨르 노리의 여덟번째 정기 공연이기도 하다. 러시아 푸쉬킨 대 연극석사 출신인 그녀는 러시아에서 연극전공(쉐프킨 쉬킨연극대 등) 유학생들과 스타디 그룹을 만들어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며 귀국해서는 연극협회 연기상을 수상한 재원이다. 이씨는 또 2003년에 이어 지난해도 연극 ‘냉정과 열정사이’의 연출을 맡아 관객과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다.

연출자에서 다시 배우로 돌아온 느낌은 어떨까.

“연출을 할 땐 배우에 대해 마구 시샘하게 돼요. 특별히 매력적인 역을 볼 때면 ‘내가 해 봤으면’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연출과 연기를 오가다보면 양쪽 입장이 모두 이해되긴 하지만, 다른 한 쪽을 질투하는 마음도 생겨요. 지난 2년동안 연출을 하면서 무척 무대에 직접 서고 싶었어요.”

이씨가 연출했던 ‘냉정과 열정 사이’가 두 남녀의 엇갈린 기다림과 만남을 보여주었다면, ‘바람의 키스’는 결혼 이후 찾아오는 사랑에 대한 남녀의 엇갈린 입장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의 소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가 원작.

"운명적으로 만난다고나 할까. ‘냉정과 열정 사이’의 경우 책을 끼고 다니며 읽으면서도 무대에 올릴 생각을 못했었는데, 영상을 넣어서 하면 되겠다는 발상이 무대화를 가능케 했지요."

‘바람 의 키스’는 연출을 맡은 우현주씨가 ‘좋은 작품이 있다’며 추 천했다. 연극에서 이씨가 맡은 세 배역은 이렇다. 가정에 충실했으나 새 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클로에), 유부남을 사랑했으나 혼자서 그의 아이를 키우기를 선택한 여자(마틸드), 파국을 깨달았으나 가정을 버릴 용기가 없어 안주해버리는 여자(쉬잔) 등이다.

"전반적으로 관객의 공감을 자아낼 때 작품이 성공할 거라고 봅니다. 관객이 세 인물의 상황 모두에 ‘아, 안타깝다’며 절로 공감하게 만들어야겠지요.”

이씨의 상대역은 관록의 연극배우 윤주상씨. 결혼 후 일생일대의 사랑을 찾았으나, 사랑이 없는 가정을 선택한 남자 역이다. 그는 극 중에서 사랑을 택해 떠난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는 며느리에게 사랑을 선택하지 못한 자신의 괴로움을 털어놓는다.

이 연극의 또 한가지 특징은 이씨와 우현주 연출자 외에 무대미술과 기획을 각각 맡은 이유정씨와 장현주씨도 모두 30대 초·중반의 여성들(우 연출자 이외에 모두 미혼)이라는 점. 이들은 또 각각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재원들이다 . 어쩌면 연극 ‘바람의 키스’는 이처럼 자아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성들이, 여성의 삶과 사랑에 대해 그 의미를 파고든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공연은 3월 20일까지 . 02-323-7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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