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여행의 묘미를 알려주는 책 "유라시아 횡단 기행"
유라시아 여행의 묘미를 알려주는 책 "유라시아 횡단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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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5.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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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써루의 유라시아 횡단 기행 (원제 The Great Railway Bazaar 폴 써루 지음, 이민아 옮김, 궁리, 536쪽, 1만6000원)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기쁨을 옮긴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기차에 올랐고, 거기에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횡단열차.

무명 소설가였던 저자는 이 한권으로 세계적인 여행 작가가 됐다. 여행의 모든 것을 한 줄로 줄인다면 기차가 있고,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 정도가 아닐까?

사실 기차도 많이 변했다. 아날로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기차도 이젠 속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예컨대 고속철도와 여행은 선뜻 어울리지 못한다. 기차역 주변의 명승지엔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겠으나 철로변의 가로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차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유라시아 횡단 철도 여행-.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꿈꾸었을 법한 코스다. 한반도를 출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머지않아 경의선 복원이 마무리되면 그간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철의 실크로드’를 탈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상살이의 현장을 확인하고,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소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 “기차가 지날 때면 늘 거기에 타고 있는 내 모습을 꿈꾸었다”는 그는 런던을 출발, 프랑스·유고·터키·이란·아프가니스탄·인도·미얀마·태국을 기차로 여행하고, 그곳에서 비행기로 일본으로 날아가고, 다시 기차로 시베리아·러시아를 관통해 폴란드·네덜란드·영국으로 돌아오는 멀고도 험한 여행을 마쳤다.

신간은 ‘문화와 사람의 박물지’같다. 천하명승의 절경을, 산해진미의 요리를 소개하는 여행 정보서와 달리 저자가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은 사람 풍경을 구어체 문장으로 생생하게 풀었다.

그가 여행했던 시기가 동서 냉전이 무너지기 시작한 1970년대 초반이라 이른바 지구촌 시대라는 요즘과 분위기가 다소 다르지만- 예컨대 저자는 당시 전쟁 중인 베트남에서 기차를 타고 중국으로 가고 싶어했다- 책 속에는 기차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과 낭만이 여유롭게 춤추고 있다.

차창 밖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정경, 차 안에서 만난 세계 곳곳의 여행객, 각국의 독특한 기차간 풍경 등 갈피갈피마다 ‘떠나야만 알 수 있는’ 여행의 매력이 담겨 있다.

승려를 위해 따로 좌석을 비워놓은 스리랑카, 사회계급 그대로 객차도 여섯 등급으로 나누어 운행하는 인도, 객석이 조용하고 깨끗해 오히려 불안감을 주는 일본, 차량마다 차 끓이는 주전자가 놓여 있는 러시아, 열차 안에 기도용 돗자리를 비치한 이란 등 세상의 모든 풍경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펼쳐진다.

과연 여행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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