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이지상의 이르쿠츠크 문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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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2.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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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이지상의 이르쿠츠크 기행

시베리아 한복판의 이르쿠츠크.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한 도시지만 아픈 역사도 서려 있다.

1825년 12월, 차르 니콜라이 1세의 즉위식에서 일단의 청년들이 차르를 암살하려다 실패한다. 공화제나 입헌군주제를 추구했던 이들 귀족 자제는 12월에 거사를 해서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라 불리는데, 실패 후 이르쿠츠크로 유배되었다.

그때 그 부인들은 선택을 강요받았다. 반역자들을 잊고 새 출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버리고 남편을 따라갈 것인가. 이때 그들은 쇠고랑을 차고 유배지 시베리아로 떠나는 남편들을 따라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놓이기 전에 그 길은 죽음의 길이나 다를 바 없을 만큼 험했다. 데카브리스트들은 황량한 이르쿠츠크 근처의 광산이나 벌목장에서 일을 했고 부인은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이곳에서 삶을 다 바쳤다.

그런 이르쿠츠크가 이제 시베리아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교통의 요지이며 웅장한 건물과 화려한 상점들로 활기찬 이 도시에는 데카브리스트의 주동자인 트루베츠코이와 볼콘스키가 살던 집들이 보존되어 있고 러시아 화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전시된 예술박물관도 있다. 시베리아 벌판에도 이제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있는 것이다.

이르쿠츠크가 가장 자랑하는 곳은 바이칼 호수다. 면적이 3만1500㎢로 한반도의 약 7분의 1이고, 길이는 한반도만한 바다 같은 이 호수에 가려면 우선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침엽수림이 우거진 눈 덮인 길을 1시간45분 정도 달리자 리스트반캬라는 마을이 나왔고 드디어 바이칼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11월 초 영하 10여도의 차가운 공기 아래서 호숫물은 엷은 김을 뿜어내며 서서히 얼어가고 있었다. 여름에는 배를 타고 호수 주변의 휴양지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지만, 한겨울에는 꽁꽁 얼어 호수를 건너는 노선 버스가 생길 정도라고 한다.

바이칼 호수의 깊이는 1673m로, 세계에서 가장 깊고 물이 매우 투명해 40m 깊이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호수에는 336개의 강이 흘러드는데 물이 빠져나가는 강은 앙가라강 하나뿐이고 호수 밑에서는 샘물이 솟고 있다. 3500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데 그 중에서 84%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다고 한다. 또한 햇빛에 닿으면 그냥 녹아버리는 투명한 물고기도 있다.

바이칼이란 타타르어로 ‘풍요한 호수’라는 뜻이다. 타타르인은 원래 13세기 몽골을 따라 서진했던 투르크족과 불가리아인, 카자흐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인데, 나중에 북방 투르크족들을 모두 타타르인이라 부르게 되었다.

바이칼은 먼 옛날 우리 조상의 무대이기도 했다. 학자들은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 중의 일부가 차차 동진해서 한반도로 흘러들었다고 추정한다. 그 흔적일까. 바이칼 호수 근처에는 한국의 장승과 모습이 똑같은 장승이 서 있기도 하다.

바이칼 호수에 온 이들은 누구나 ‘오물’이라는 물고기 맛을 본다. 끝없이 펼쳐진 바이칼 호수 앞에서 오물 안주에 목이 타는 듯한 보드카 한잔을 기울이는 것은 빠뜨릴 수 없는 의식이다.

이르쿠츠크에 이런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르쿠츠크 근처의 가스 매장량은 1조5000억㎥. 이는 한국과 중국에 30년간 공급할 수 있는 매장량이다. 또한 석탄과 석유 철광석 등의 지하자원 개발 중심지도 이르쿠츠크다. 이제 러시아는 거대한 포부를 안고 시베리아를 개발하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오염되는 자연은 몽골과 중국의 황사처럼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련이 망한 후 지난 10여년간 서방인들로부터 설움을 톡톡히 맛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새해 벽두에 강성 러시아 재건을 이렇게 선언했다.

“최근 수년간 일어난 사건들은 러시아가 강해지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과연 이르쿠츠크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 여행정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리스트반캬까지 가는 버스가 오전 9시에 있다. 리스트반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11시와 오후 4시45분, 오후 8시에 있다. 역 맨 왼쪽의 건물에 외국인 전용 매표소가 있다. 이곳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또 짐을 맡기고 싶으면 역 부근의 ‘카메라 흐라네니야(수하물 보관소)’를 이용할 수 있다.

■ 여행 에피소드

시베리아의 도시들을 들르면 늘 숙소를 찾느라 무거운 배낭을 메고 많이 걸었다. 그리고 날마다 추운 날씨 속에서 하루 종일 걷다 보니 한 2주일쯤 지나자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르쿠츠크 구경을 마치고 저녁에 호텔침대에 누우니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허리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가슴까지 결려 왔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욕조 속에 들어가 뜨거운 물로 아픈 허리를 달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누가 나에게 전화를?’ 이상했지만 간신히 기어나와 전화를 받으니 여자가 러시아말로 떠들고 있었다. 내가 영어로 묻자 여인은 전화를 끊었다. 다시 욕조로 기어와 탕으로 들어갔는데 또 전화가 왔다. 다시 기어나와 전화를 받고, 끊고…. 이 짓을 서너번 하다 보니 짜증이 나고 말았다. 마침내 마지막에는 소리를 지르려고 거칠게 받았는데 수화기에서 여인의 부드러운 영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오늘 밤, 아름다운 러시아 여인을 원하지 않아요?” “…니예트(아니오).”

말로만 듣던 인터걸이었다. 이르쿠츠크 이전에 들렀던 울란우데의 어느 호텔에서도 계속 전화가 와 코드를 아예 뽑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인터걸의 전화였던 것 같았다.

그 호텔의 1층에는 나이트클럽이 있었고 마피아 같은 건장한 사내들이 늘 서성거리는 것으로 보아 마피아와 매춘이 결합한 곳 같았다. 글쎄, 이런 전화는 울란우데와 이르쿠츠크에서만 걸려왔으므로, 전 러시아가 다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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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ecg 2011-12-22 22: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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