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강충모 상트의 봄 체임버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초청돼
피아니스트 강충모 상트의 봄 체임버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초청돼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2.19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봄을 한국 피아니스트 강충모(44·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연다. 세계 음악 무대 봄의 전령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체임버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은 3월 10일부터 17일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아 음악당에서 열린다.

작곡자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아들 막심 쇼스타코비치,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이상 지휘자), 안나 네트레브코(성악가)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연주인들이 대거 무대에 오르며 지휘자 레온 크래머, 워싱턴 국립합창단 등 13개국에서 세계적 음악가들이 초청받았다. 아시아에서는 강씨가 유일하다.

강씨는 16일 말리홀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이곳은 베토벤의 ‘장엄미사’가 세계 초연됐던 유서 깊은 음악당. 강씨는 블라디미르 알트슐레르가 지휘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러시아 청중들 앞에서 강씨가 고른 곡은 ‘황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협연곡 가운데 단 한 곡만 고르라면 단연 ‘황제’일 수밖에 없어요. 협연곡의 대표작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곡이기 때문입니다.”

강씨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바흐의 피아노 음악 전곡 연주에 매달려온 뚝심의 연주자다. 총 연주시간만 23시간에 이르는 바흐의 120여곡을 5년간 묵묵히 연주해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며 고행하는 것만 같았죠.”

러시아 축제를 시작으로 다시 강씨는 굵직한 무대를 의욕적으로 펼친다. 오는 5월 ‘전주곡 연주회’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환상곡’ ‘변주곡’ ‘소나타’ ‘피아노 편곡작품’ 등 장르별 연주회를 갖는다. 일반인 연주회 외에도 피아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장르의 유래와 작곡기법을 해설하며 연주하는 전문가 공연을 별도로 연다.

“나이가 들수록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은 되도록 피하려 합니다. 한 곡을 치더라도 청중과 연주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주를 해야죠.” 7월에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유로 뮤직 페스티벌’ 음악감독으로 초청받았다.

강씨는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클래식화’를 외친다. “레퍼토리 수준을 자꾸 낮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클래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친절한 해설과 다양한 기획도 필요하지만, 프로그램은 정식 클래식 곡목이어야 한다고 지금도 믿어요.” 올해는 강씨가 우리를 클래식으로 흡인(吸引)시키는 해가 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