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의 유학일기(4)-가난한 유학생은 발품을 팔아야
재원이의 유학일기(4)-가난한 유학생은 발품을 팔아야
  • 이재원
  • ljw0303@hanmail.net
  • 승인 2005.02.25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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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요일

가르부쉬까에 가서 종종 DVD를 사서 보는데, 동생 재설이랑 함께 갔다. 모스크바서 파는 CD는 대부분 불법CD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팔린다. 오늘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서 러시아에 개봉 안한 영화를 골라서 샀다. 모스크바는 개봉하기도 전에 DVD부터 나온다. 다 불법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잘 모르겠다.

재설이는 러시아 가수 타투와 알수 CD를 샀다. 알수는 모스크바에서 열린KBS 주최 '열린음악회' 녹화를 했을 때 초청된 인기 가수다.

돌아오는 길에 학교 근처에 있는 영화관에서 개봉작 MEET THE FORCKERS라고 된 영화를 봤다. 재설이가 들고온 천원짜리 영화잡지 '무비 위크'엔 그렇게 제목이 적혀 있었다.

여기 영화는 전부 더빙이 되기 때문에 재설이가 영화를 보면서 알아들었나 모르겠다. 웬만한 건 알아들었을 테지만… 여기선 무조건 더빙이다. 유일하게 더빙 안 한게 오페라의 유령 이었다. 영화의 특성상 더빙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더라.

22일 토요일

주말이라 집에 그냥 있기 근질근질해서 크렘린쪽으로 나갔다. 붉은 광장 바로 옆에 있는 현대식 쇼핑몰 ‘아호뜨느이 랴드’에 갔는데, 누구 말에 따르면 모스크바 중심가를 개발하면서 들어선 쇼핑몰이란다.

근데 뭔일이 있는지 다 막아놨더라..재설이가 눈밭에 신고갈 신발이 마땅치 않아서 신발을 사려고 돌아다녔는데, 그 안에 있는 가게들은 모두 유명브랜드여서 도저히 ㅠㅠ 살 수가 없었다. 진짜 비싸…돈 많은 일부 유학생들이 거기서 산다더만 가난한 유학생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져.

그래서 일전에 내가 부츠를 산 곳, 베르낟스코보에 있는 오부비(신발) 전문 쇼핑몰(가게)로 갔다. 거기도 꽤 비싸던데, 부츠가 이젠 들어갈 때가 됐지만 여전히 괜찮은 것은 100불 가까이 붙어 있었다.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니고 엄청 발품을 팔아서 1000루블에 세일하는 부츠를 하나 샀다. 1000루블이면 35불 정도 하나.. 그 정도면 아주 양호한 거다. 원래 가격이 100불 가까이 하는데 말이다.

이 것마저 못찾았으면 재설이가 너무 섭섭해했을텐데..너무 다행이다. 가난한 유학생은 역시 발품을 많이 팔아야 주머니에 돈이 남는다.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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