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에도 질이 있다
통역에도 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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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7.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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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경찰서에 러시아인 V씨(26)와 N씨(25)가 오토바이 연료를 훔친 혐의로 잡혀 들어왔다. 저녁 내내 러시아어 통역인을 찾던 경찰은 밤 12시가 돼서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조사는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담당 형사는 “이번에는 통역인을 일찍 구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일주일 전쯤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역술인의 가방을 훔쳐 달아나다 붙잡힌 콜롬비아인 의류무역상 C씨(47)는 경찰이 스페인어 통역인을 구하지 못해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러시아어나 스페인어 통역을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다면 소수언어는 사정이 어떨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999년 3012명이던 외국인 범죄 피의자는 지난해 6144명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들과의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통역인 사정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통역인을 구한다고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통역의 질’ 때문이다.
5월 18일 이란인 마약사범에 대한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의 한 법정. 통역인은 선고 내용 중의 ‘미결구금일수’ ‘집행유예’라는 용어의 뜻을 몰랐다.

외국인 전담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 이홍권 부장판사는 “통역인은 해당 언어와 문화뿐 아니라 전문지식도 갖춰야 한다”며 “통역인의 실력이나 경력을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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