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소리부터...
러시아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소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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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8.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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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에서 일주일 민박을 한 적이있다. ‘다'와 ‘니예트' ‘스빠시바' 정도 밖에 러시아어를 모르는 상태였다. 민박집 아주머니는 나를 어린애처럼 대했다. 나의 러시아어가 유아 수준이었기 때문인 모양이다.

먹는 일, 자는 일을 통해서 나는 조금씩 말을 익히기 시작했다. 예를들어 ‘빠이죤(가자)' ‘후꾸스나(맛있다)' 이것들은 사전에서 배운 단어들이 아니라 가족한테서 입을 통해서 배웠다.

푸쉬킨도 토스토에프스키도 그렇게 모국어를 익혔을 것이다. 나 자신이 제로의 상태에서 말을 다시 익히는 유익한 체험이었다.

러시아에서 체험한 것은 언어에 대한 의식과다가 다시 조정되는 경험이었다. 쏘냐라는 아주머니한테 ‘블라디보스톡' 지방의 민요를 배웠다. 파티에서 함께 부르기 위해서 4행 시(詩)와 절(節)을 그녀는 질릴 만큼 반복해서 내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내게 불러보라고 몇 번이고 종용하는 게 아닌가.

그럭저럭 동네 파티에서 부르기는 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 쏘냐 아주머니가 불러 주던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문자랑 서적이 서민들에게는 먼 존재였던 시대, 문학은 그런 소리로서 살아있었다. 물론 우리는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짧은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지내는 사이에 그런 걸 느꼈다. 귀국해서 미뤄 뒀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알았다. 그 소리는 마음의 소리, 어쩌면 살아있는 소리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요즘엔 살아있는 사람의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지적인 문장을 판독해도 마찬가지다. 책에도 주위에도 사람의 정감어린 소리가 없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요즘에 부쩍 그 쏘냐 아주머니와 닮은 인간다운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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