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여권 발급 받으려면 경찰서로
러시아에서 여권 발급 받으려면 경찰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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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ysop@buyrussia21.com
  • 승인 2004.06.02 12:4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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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시립 베르니사쥐 극장의 상임 연출가인 김원석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러시아에 유학해 국립연극아카데미(기치스)를 졸업한 후 모스크바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연출가인 김씨는 마산연극제에 초청받아 21일 일시 귀국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최근 극작가 이강백씨의 작품 ‘결혼’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베르니사쥐 극장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습니다. 마산연극제에서도 바로 이 작품을 초청했습니다.

2년여만의 한국 공연을 준비하던 김씨는 뜻밖의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김씨의 공연에는 배우와 스텝 등 모두 5명의 러시아 단원이 동행해야 합니다. 그 중 2명이 여권이 없었기 때문에 4월초에 서둘러 여권을 신청했습니다. 한 달 안에 여권을 받기 위해 1인당 150달러의 ‘급행료’까지 지불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출발해야할 시간이 가까워져도 여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씨는 2명의 스텝을 남겨둔 채 한국으로 떠나야했습니다. 공연 계획이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이고 항공사로부터의 단체 할인도 받지 못해 큰 낭패를 당했습니다. 모처럼의 외국 공연에 기대를 걸었던 러시아 스텝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휴가철을 앞두고 러시아 여행사마다 난리가 났습니다. 지난주 여권 발급을 대행할 수 있는 면허를 모두 뺏겼기 때문입니다. 급한 일로 외국으로 떠나려던 사람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여권 발급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여권발급과 외국인에 대한 거주등록 업무를 맡던 ‘오비르’라는 기구를 없애고 앞으로 관할 경찰서에서 이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 조직 개편이 끝날 때까지 여권 발급이 중단됐습니다.

명분을 그럴듯합니다. 몇 개 안되는 오비르 사무소보다 경찰서 숫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앞으로 여권 발급이 더 빨라질 거라는 겁니다. 경찰서야 동네마다 다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걱정이 태산’이라고들 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경찰로부터 이런저런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패한 경찰로부터 뇌물 요구와 폭력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거죠. 응답자의 80%가 경찰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러시아에서 경찰은 관료조직 중 가장 부패하기로 유명합니다.

러시아는 이제 전세계에서 여권을 경찰이 내주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 같습니다. 경찰관들은 이제 확실한 ‘수입원’을 하나 더 확보했습니다. 러시아 국민들은 여권을 받기 위해 경찰서 앞에 줄을 서고 뇌물을 바쳐야겠지요. 그런데 왜 여권 발급 업무를 경찰에 넘겼을까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의 사회통제 강화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러시아 경제는 고속성장하고 있지만 사회분위기는 옛 소련 시절을 연상시킬 정도로 경색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의 ‘키스’를 금지하는 법부터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 통행금지 법안 등이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10여 년 동안의 혼란에 지친 러시아 국민들은 이것을 오히려 ‘안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러시아 사회를 걱정하다보니 좀 주제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장 ‘제 코가 석자’입니다. 앞으로 외국인 거주 등록도 경찰서에서 해야 하니 그 꼴 보기 싫은 러시아 경찰들과 마주칠 일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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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2004-06-12 16:46:58
거주등록 호텔에서 이제 안해줍니까?

도사 2004-06-12 16:46:58
거주등록 호텔에서 이제 안해줍니까?

도사 2004-06-12 16: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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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2004-06-12 16: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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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2004-06-12 16: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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