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또 금융위기가 온다니...
러시아에 또 금융위기가 온다니...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06.09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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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5월12일 자산규모 88위인 소드비즈니스은행의 면허가 취소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70위인 크레디트트러스트은행이 조만간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이 잇따라 위기에 처하자 서방 금융권 일각에서는 러시아에서 새로운 금융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의혹을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1998년에 버금가는 금융대란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위기는 실체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일부 신문에 난 것 처럼 소드비즈니스 은행은 돈세탁에 관여했다가 면허를 취소당했다. 불법적인 은행운영에 대한 당연한 조치다. 러시아 금융권 전체로 보면 과거 불법적 자금운영에 눈을 감아줬던데 비하면 한결 나아진, 개혁적 조치다. 이런 조치에 따라 일부 후유증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 은행권의 장기안정을 위한 장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불안심리라는 게 어떤 이유에서든 예금 인출이 터져나오고, 은행간 자금 거래가 위축되면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그건 단기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번 위기를 봐야 한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금융 및 산업계의 지배 구조에 대한 크레믈린궁의 강력한 개혁의지가 반영돼 있다.

범죄집단의 돈세탁 및 세금 탈루, 자금횡령 등을 이유로 소드비즈니스은행의 사업권을 박탈한 러시아 정부가 앞으로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탁을 끊기 위한 사정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레디트트러스트 은행의 파산설은 소드비즈니스 은행과의 소유구조 관계가 결정적인 흠결이다.

러시아 당국은 나아가 10개 이상의 다른 은행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금융계의 막대한 동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으나 이는 개혁에 대한 저항 움직임이다. 푸틴 정부의 은행개혁 의지가 분명한 한 어느 정도 동요는 예상할 수 있으나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원인을 잘 알고 있으니 대책 또한 쉽다. 중앙은행이 두 은행의 문제에 대해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며 불안론을 진화하고 나섰다. 일반 예금주의 행동을 어떻게 통제하고, 그 여파가 다른 은행으로 옮겨붙기 싶다는 건 자명하나, 그렇게 따지면 러시아 금융권 개혁은 영원히 물건너간다.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다. 고유가로 유동성이 풍부할 때가 적격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번 사태를 1300~1400개 은행이 산재해 있는 러시아 금융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편되는 과정의 일환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물론 대처가 잘못될 수도 있다. 경제일간지 코메르상트에 따르면 당국이 소드비즈니스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이후 크레디트트러스트에 예치된 전체 개인예금의 4분의1에 해당하는 700만달러 가량이 인출됐다. 뻔한 자금들이다. 그것으로 파산할 수는 있지만 그 자금이 다른 은행으로 가든지, 외국으로 빠져나가든지 두 가지 길이 있다. 외국으로 빠져나가지만 않는다면 러시아 금융권이 살아날 길은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금융권 개혁이 봇물처럼 터져 20대 은행까지 그 태풍속으로 들어갈 때 경제심리, 돈 심리가 어떻게 변할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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