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러시아를 가다 시리즈를 보고
신 러시아를 가다 시리즈를 보고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06.15 0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에 오일달러가 흥청거리는 것을 보고 '신러시아' 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쓰려고 했는데, 오늘 경향신문을 보니, 르포 '신러시아를 가다'가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신러시아라는 말인데, 90년대 중반에 유행한 노브이 루스키가 돈을 번 개인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노바야 라시야, 그러니까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하여튼 흥미롭습니다.

세계가 ‘고유가’ 홍역을 앓고 있는 요즘 러시아가 오일 달러를 밑거름으로 ‘노브이(新) 러시아’로의 변신을 시도중이다.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 경제의 빛과 그림자, 한·러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일요일인 지난 6일 저녁 9시쯤(현지시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시내로 통하는 외곽도로는 다차(주말 별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승용차들로 옴짝달싹하기도 힘들었다. 벤츠, BMW 같은 고급차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현지 가이드는 “지난해 자동차 할부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정체현상이 부쩍 심해지고 있다”며 “독일 다음으로 독일 자동차가 많은 곳이 모스크바”라고 전했다. 자작나무숲이 펼쳐진 도로 옆에는 대형 광고판이 줄줄이 이어지고,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레닌언덕은 폭주족들이 몰고 나온 값비싼 오토바이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모스크바 도심의 스카이라인 역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최근 부동산값이 크게 올라 재개발과 재건축이 붐을 이루면서 시내 한가운데인 크렘린궁 주변까지 재건축·보수공사가 진행중이다. 주러 한국대사관의 견제민 공사는 “올들어 아파트값이 2배 가까이로 수직상승하고 있다”며 “고급 주상복합의 경우 평당 3천만~4천만원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커다란 변화는 고유가 속에 밀려들어오는 ‘오일 달러’ 덕분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전년보다 11% 많은 8백40만배럴(하루 평균)의 원유를 생산했다. 석유회사들의 순이익이 2백30억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우랄산 원유의 가격은 배럴당 35달러선으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에 바싹 다가섰다.

곧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원유생산량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7.3%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는 7.9%를 기록, 연간 8% 성장도 무난할 것이란 얘기다.

내수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휴대전화는 1년6개월마다 2배씩 늘어 지난해에는 3천만대를 넘어섰다. 냉장고와 세탁기의 소유비율도 2001년 10명 중 1명꼴에서 2002년 5명 중 1명꼴로 높아졌다. 신흥 부유층인 ‘노브이 루스키’(新 러시아인)의 등장으로 소비가 가격보다는 품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1인당 소득이 3,200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실질 구매력 수준으로 따지면 7,500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주장. 주러 대사관의 김회정 재경관은 “1998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하던 때와는 완연히 달라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취임 후 지속돼온 정치안정도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푸틴은 “2010년까지 경제규모를 2배로 키우겠다”며 토지·조세·노동·연금 등 전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무려 500여개의 입법작업이 진행중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세르게이 타타리노프 대외협력국장은 “연 14%인 기준금리를 12%까지 점진적으로 낮추는 등 성장우선 정책을 계속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