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목소리, 소프라노 넬리 리 독창회
그 때 그 목소리, 소프라노 넬리 리 독창회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06.15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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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동구권의 해빙기류를 맞아 구소련 교포로서는 처음으로 ‘조부모의 나라’ 한국에서 독창회를 가졌던 소프라노 넬리 리(63. 그녀가 16년 전과 같은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가곡을 들고 독창회를 갖는다. 27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

16년 전 ‘우리의 핏줄을 가진 예술가가 소련에서도 으뜸가는 레닌그라드 예술학교 교수로 재직중’ 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국내 음악팬들은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넬리 리의 존재는 우연한 계기로 국내에 소개됐다. 1988년 5월 유럽에서 지휘활동을 하던 지휘자 유종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넬리 리의 러시아 현대가곡 콘서트를 관람했다. ‘한국계 러시아 유명 소프라노’의 명연주에 흥미를 느낀 유씨는 곧바로 내한 콘서트를 주선했다. 넬리 리는 1988년 9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첫 내한연주회를 가졌고 관객 전원 기립박수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현재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연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양대 등에서 초빙교수를 지내며 후진을 양성했다. 인사말 밖에 못했던 우리말 실력도 늘어 꽤 유창해졌다. 1992년에는 국제 음악 인명사전 ‘Who’s Who in Music’에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 가곡의 권위자로 이름이 올랐다. 그러나 2000년 러시아로 돌아간 뒤 국내 무대에서 그를 만나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푸근한 음성과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하나하나까지 찾아내는 섬세한 해석으로 ‘최고의 러시아 가곡’을 들려준다. 연주곡목은 차이코프스키의 ‘떠들썩한 무도회에서’ ‘별들은 우리를 비추었네’ ‘밤’, 라흐마니노프의 ‘수련’ ‘은밀한 밤의 고요’ 등. 스무 곡 중에서 밤과 잠, 꿈을 소재로 한 가곡이 열 두 곡이나 된다.

은밀히 유혹하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여름 밤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다.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스바트킨이 반주를 맡는다.

넬리 리는 20, 22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이올란타’에도 주인공 이올란타 공주 역으로 출연한다. 3만∼5만원. 02-751-9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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