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살아남기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살아남기
  • 흐음
  • sysop@buyrussia21.com
  • 승인 2004.07.07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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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장직 기자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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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난합니다. 13일부터 대한항공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직항 노선을 개설한다고 합니다만 유럽 대부분의 도시처럼 여권과 비행기표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닙니다. 러시아 대사관에서 발급한 비자가 필요합니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여행사에서 알아서 수속을 밟아 주겠지만 단독 여행이나 배낭 여행이라면 미리 필요한 서류를 챙겨 초청장 발송, 비자 발급 등의 순서를 거쳐야 합니다. 호텔 예약도 미리 끝내 놓아야 비자가 나옵니다.

백야 축제 취재차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다녀왔습니다. 95년 겨울 모스크바 시내가 눈으로 질퍽거릴 때 다녀온 후 두번째 러시아 방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대한항공 직항 노선 개설 직전인 데다 일정 때문에 러시아 항공 Aeroflot를 이용했습니다. 9년전 모스크바로 갈 때 탄 비행기(이륙할 때 배기 가스가 기내로 스며들어 올 정도)보다는 나았지만 에어컨 대신에 앞좌석에 달린 꼬마 선풍기로 땀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러시아 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싼 티켓으로 마케팅을 한다더군요. 약 5일간 다녀온 여행이지만 몇가지 노하우를 적어봅니다.

1. 여름철에 러시아 항공(Aeroflot)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부채를 지참할 것.

위에서 말씀 드렸습니다만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시는 분들은 미니 선풍기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비상사태시 대처요령을 적은 비닐 코팅의 안내문으로 부채질 할 수도 있겠지만....승무원들도 겉옷을 벗어두고 와이셔츠 바람으로 음식을 나릅니다. 투입 기종에 따라 에어컨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또 공항에서 항공기까지 이동할 때 연결통로보다는 버스로 이동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버스가 항공기 앞에 도착한 후에도 동승한 공항 직원이 비행기 안에 들어가서 휙 둘러보고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에 버스 출입문을 열고 항공기로 안내합니다. 그 짧은 시간이지만 버스 안이 찜통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채를 꺼내드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의 부러움을 사겠지요.

2. 사시사철 러시아 항공(Aeroflot)을 이용할 때는 배터리가 장착된 CD 플레이어와 즐겨 듣는 음악 CD 5장 정도 챙길 것.

러시아 항공은 기내식은 주지만 기내 영화상영은 물론 , 즉 오랜 비행시간 동안 지겹지 말라고 틀어주는 기내 유선음악방송 채널도 없습니다. 그러니 헤드폰(또는 이어폰)도 당연히 나눠주지 않지요. 10시간 내외로 걸리는 것은 유럽 노선과 비슷하니 지겨운 것 못 참는 분들 CD 플레이어 가지고 가세요. 저도 이번 기회에 하나 장만했습니다. CD는 Putumayo가 편집한 월드뮤직 시리즈를 가지고 갔습니다. 비행기 내에서는 물론 출입국 심사대 앞에 죽 늘어서 있을 때, 거리를 활보할 때 귀에 음악이 흐른다면 짜증이 즐거움으로 변한답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매표소 앞에서 줄서서 기다릴 때도 음악 들었습니다. 혼자 여행할 때 음악처럼 좋은 동반자도 없습니다. "음악과 함께라면 고독도 즐겁다...." 기내에 게임기를 휴대하거나 둘이 함께 여행한다면 카드를 지참하는 것도 좋겠지요.

3. 상트 페테르부르크 직항편을 이용하지 않을 때는 모스크바 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모든 짐을 찾아서 국내선 청사로 이동해야 합니다.

모스크바의 국제선과 국내선은 같은 활주로를 이용하지만 청사끼리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듯 수하물 연결도 안됩니다. 셔틀 버스가 있지만 유료입니다. 짐이 많다면 택시(거의 무허가)를 이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공항 출입구에서부터 화물(가방)을 X레이로 체크합니다. 공항 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죠. 모든 출입자의 소지품을 올려 놓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체크인 창구로 가기 위해서도 다시 한번 가방 X 레이 체크를 합니다.

3. 비행기에서 내린 다음 luggage claim에서 자기 짐을 찾은 후에도 비행기표 커버에 붙어 있는 가방 맡긴 스티커(화물표)는 절대 버리시면 안됩니다.

luggage claim에서 공항 청사 바깥으로 나오려면 또 하나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데, 짐표와 가방 갯수를 확인하면서 내보내는 과정입니다. 짐표 없이 (남의 가방은 물론 자기 가방도) 가져 나올 수 없습니다. 짐표를 버렸을 경우 이를 자기 짐이라고 주장한 후 확인시키려면 한참 걸리는데다 기분 상하기 일쑤입니다.

4.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는 서울에서 환전해 갈 수 없습니다.

미국 달러나 유로를 준비해 갔다가 현지에서 루블로 바꿔서 씁니다. 공항 청사에서 간단히 생수라도 마시고 택시를 이용해야 하니 공항에 내리자 말자 간단하게 몇푼 환전해 둡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내 곳곳에는 은행마다 호텔마다 환전소가 많이 있습니다.

5. 고급 양주나 보드카 등은 반드시 기내 수하물에 넣고 탄다.

인천 공항 면세점에서 선물용으로 사서 가지고 갔다가 케이스도 튼튼하고 해서 Hand-Carry가 아닌 짐칸에 맡기는 큰 가방에 넣었더니 공항 직원의 소행으로 짐작되지만, 누군가가 가방을 열고 양주를 빼갔더군요. 현금, 귀중품은 물론 양주도 직접 들고 비행기에 타세요. 짐칸에 맡기는 큰 가방에는 티셔츠 등 값싼 옷이나 세면도구, 책 등 탐을 낼만하지 않은 물건만 넣어야 합니다. 자물쇠로 잠그면 되지 않느냐구요? 공항 직원들이 보안 검사를 이유로 가방 안을 들여다 보아야 할 경우가 생기므로 자물쇠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자물쇠는 아예 채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비밀번호로 잠그는 가방에도 귀중품은 물론 보안상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쇠붙이는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

6. 라고 써붙인 진짜 택시가 더 비싸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택시를 잡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주긴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라는 표시가 붙은 것도 미터기가 없거나 고장 난게 많고 미터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탈 때부터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시작하는 게 많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어디까지 얼마면 되느냐 하고 흥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관광객들은 라는 간판을 붙인 택시를 선호하므로 들은 값을 비싸게 부르는 편입니다. 가령 서울 같으면 시청앞에서 신촌까지 거리는 100 루블(약 4천원)이면 뒤집어 쓰는 데도 관광객임을 알아채면 200-500 루블까지 부릅니다. 승객을 기다리면서 대기 중인 들은 비싸게 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보다 '택시 아닌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길거리에서 그냥 손을 들고 있으면 아무 차나 와서 섭니다. 여행 가이드엔 이렇게 나와있군요.
St. Petersburg's official yellow taxis are gradually being replaced by unmetered private cabs. Most locals, however, use the cheaper alternative of catching a chastnik, effectively hitching a ride in any passing vehicle....
보다 가 훨씬 쌉니다. 공식 택시라고 해서 미터기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아예 꺼져 있거나 고장나서 터무니 없는 액수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흥정을 해야 합니다. 너무 비싸다고 느끼면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깎아달라고 해야 합니다. 이곳 택시는 자기가 가기 싫은 곳이면 승객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묻지마 택시는 약간 겁나긴 하지만 훨씬 친절하고 값도 쌉니다. 한 밤 중에도 이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값을 흥정해야 하는 이유는 관광 시즌에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내가 거의 꼼짝을 못할 정도로 정체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미리 가격이 정해진 후에는 택시 기사에게 맡기면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최대한 빨리 데려다 줍니다. 늦게 가봐야 자기만 손해니까요.
상트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지나가는 고물 자동차의 대부분이 묻지마 택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묻지마 택시는 20년도 넘은 게 많은데 신호 대기 때 보네트를 열고 과열된 라디에이터에 물을 붓기도 합니다. 여름이니까 과열 때문에 고장 나서 서 있는 를 시내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묻지마 택시는 시내 웬만한 곳까지는 100루블이면 충분합니다.

7. 식당이나 커피숍, 박물관에 가거나 호텔을 나서기 직전 꼭 화장실에 다녀올 것.

공중 화장실이 있다고 해도 잘 찾을 수도 없고 유료이고 지저분하답니다. 오래참지 못하는 분들 특히 유의하세요. 그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한번쯤 가볼 만한 곳입니다. 시내 중심가는 도보 여행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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