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님
이진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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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0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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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에 대한 이진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바쁘고 번거롭더라도 꼭 의견을 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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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구소련과 동구권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우후죽순 무너질 무렵 미국의 일본계 학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을 이야기했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승리함으로써 역사가 일단락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사회주의는 역사의 사생아, 혹은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가장 먼 길’로 전락했고, 사회주의자들은 줄줄이 과거의 이념을 버리고 자유주의나 심지어 파시즘으로 전향해버렸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제임스 페트라스는 자본주의-사회주의 논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신생 자본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동유럽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고 또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과 사회주의를 견지해온 쿠바를 비교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 ‘신생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그나마 옛 사회주의와 쿠바가 훨씬 우월하다고 판단한다.

저자 : 제임스 페트라스 미국 빙햄턴 대학 사회학과
출처 : Rebelion 2004년 6월호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이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념 전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유엔, 국제노동기구,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 등과 엔지오, 유네스코, 각종 전문가들의 보고서를 보면 이 논쟁은 오히려 지금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내려면 우선 ‘자본주의 도입’ 이후 러시아, 동유럽의 모습을 그 이전과 비교해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현재와 지금도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를 비교해보면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옛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로 이행하기 시작한지 15년이 흘렀다. 평가엔 충분한 시간이다.



옛 사회주의 국가들이 공산주의 체제였을 당시, 경제 자원들은 국가 소유이거나 공공 소유였다. 또한 이를 운용하는 결정도 국가적이거나 공공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국가들이 자본주의로 이행한 15년 동안 일어난 일은 이런 경제 자원들, 즉 모든 기초산업, 에너지, 광업, 사회하부구조, 유통 등이 미국과 유럽 혹은 억만장자 마피아들에게 넘어가는 것이었다. 혹은 문을 닫았다. 이는 대량실업과 불안정 고용의 증가, 경기침체, 이민, 돈 세탁과 국민경제에서 자본이 탈출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폴란드에서는 연대노조의 기반이었던 그다노스크 조선소가 폐업하고 박물관이 되었다. 이 나라의 노동인구 중 20%는 공식적으로 실업상태이다.(『파이낸셜 타임스』 2004년 2월21일) 나머지 30%는 성매매, 밀수, 노천시장, 행상, 각종 지하경제 등 주변부의 저임금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라트비아, 동독도 비슷하거나 더 나쁜 상황이다. 이러한 옛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지난 15년 동안의 1인당 평균 실질소득 증가는 그 이전의 15년(공산주의 치하) 보다 훨씬 낮았다. 이와 함께 소득격차는 엄청나게 심각해져서 최상위 소득계층 1%가 사적 자산의 80%와 소득의 50%를 지배하게 되었다. 빈곤층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옛 소련, 특히 아르메니아, 조지아,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생활 표준이 80%나 떨어졌다. 인구의 25%가 이민을 가거나 극빈 상태에 놓였으며, 산업과 공공자금, 에너지는 강탈당했다. 과학, 보건, 교육 시스템은 거의 붕괴되었다.


옛 소련에서는 하이테크의 중심지였던 아르메니아의 경우 지난 1990년엔 2만 명에 달했던 과학기술 연구자의 수가 1995년엔 5천명으로 폭락했으며 지금도 줄어드는 추세이다.(『내셔널 지오그래픽』 2004년 3월호) 아르메니아는 결국 대다수 인민들이 중앙난방장치와 전기 없이 사는 국가로, 국가의 경제적 자원들을 마피아들에게 강탈당한 국가로 전락했다.

러시아의 경제적 쇠퇴는 더욱 심각하다. 1990년대 중반 현재, 러시아 인구 중 50% 이상이 빈곤층이며 이러한 현상은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 외부에서 더욱 심각하다. 노숙자는 증가 추세이고 국가적 차원의 보건․교육 시스템은 붕괴했다. 비(非)전시 상황에서 한 나라의 경제가 이토록 빠르고 철저하게 무너진 경우는 현대사에서 ‘러시아 자본주의’밖에 없다. 러시아 경제는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민영화되면서 마피아들에게 접수되었다. 러시아 마피아를 이끄는 것은 8개의 억만장자 과두체제이다. 이들은 뉴욕, 텔아비브, 런던, 스위스 등의 은행으로 2천억 달러 이상을 반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전 경제 부문에서 살인과 테러는 ‘경쟁력’이 되었고, 과학은 말살되었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러시아 과학자들이 현재는 저소득과 설비부족 때문에 굶주리고 있다.





‘러시아 자본주의화’의 수혜자는 옛 소련의 관료, 마피아 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은행, 유럽의 땅 투기꾼, 미국의 제국주의자, 군부, 초국적 기업들이다. 이렇게 약탈과 대량실업, 빈곤, 절망이 만연하면서 자살과 알콜, 약물 중독이 폭증하고 있다. 소련 체제하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질병도 나타나고 있다. 옛 소련이 붕괴되던 당시 남성의 예상 수명은 65세였으나 2003년엔 58세로 줄어들었다.(『월스트리트 저널』 2004년 2월4일자) 이는 방글라데시 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쿠바 남성의 예상 수명인 74세 보다 16년이나 적다. 인구학 전문가들은 러시아 인구가 다음 10년 동안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월스트리트 저널』 2004년 2월4일자)

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옛 사회주의 국가들이 도입한 자본주의는 대중적인 보건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붕괴시켜 과거엔 통제 가능했던 전염병을 다시 대대적으로 부활시켰다. ‘유엔 합동 프로그램’ 보고서에 따르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는 에이즈 전염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2004년 현재 1백50만 명이 에이즈 보균자인데 1995년엔 3만 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는 데 큰 몫을 한 집단이 바로 러시아, 동유럽, 발칸, 발틱 국가의 범죄조직들이다. 이들은 헤로인 무역을 주도하면서 매년 20만 명의 성노예를 세계 각국으로 팔아 넘기고 있다. ‘해방’된 코소보를 근거지로 설치고 있는 알바니아 마피아들은 헤로인 무역의 요충지를 통제하면서 성노예들을 서유럽과 북미에 ‘수출’하고 있다. ‘해방’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과 동맹을 맺었던 군부가 헤로인을 생산, 옛 유고슬라비아를 거쳐 서유럽으로 반입시키고 있다. ‘해방’된 러시아의 마피아 과두체제는 주로 마약 및 불법무기 거래, 성매매 여성 양산, 미국-유럽-캐나다를 경유한 돈세탁 등에 종사하고 있다. 마피아 억만장자들은 정치인과 정당들(‘동방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선거에서 선출된)을 사실상 사고 팔면서, 미국, 유럽 등의 정보기관과 공식/비공식적인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자본주의’의 경제, 사회적 상황들은 본질적으로 이전의 사회주의체제 당시 실존하던 완전 고용, 안정적 성장, 복지 보다 못하다. 개인적인 삶에서 봐도 고용, 노후생활, 저축, 생활의 공적, 사적 안전성 측면에서 옛 사회주의 체제는 ‘범죄집단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보다 훨씬 안전한 시스템이었다. 정치적으로도 옛 공산주의 국가들은 노동자들의 사회적 수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고, 소득 불평등을 억제했으며, 대외정책에서도 자국의 이해를 지킬줄 알았다. 또한 경제의 주요 부문을 산업화했고 소유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된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정치가들은 자국의 모든 주요 산업을 해외나 특정인에게 팔아 넘겼고 기괴할 정도로 심한 사회적 불평등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보건과 고용은 무시된다.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자본주의 15년’과 ‘이전의 15년’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사회주의 당시에 시민들은 질적으로 훨씬 우월한 삶을 누렸다. 이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제 ‘신생 자본주의 사회’인 러시아, 동유럽, 중앙아시아를 쿠바 사회주의와 비교해보자.

쿠바 사회주의는 소련과 동유럽의 자본주의화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산업 생산과 무역은 60% 하락했으며, 쿠바인의 1인당 칼로리 섭취량도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유아사망률은 1989년의 1천명 당 11명에서 2003년엔 6명으로 하락했다. 한편 러시아가 국민소득의 3.8%를 공공 보건에, 1.5%를 사보험에 쓰는데 비해, 쿠바는 16.7%를 사용한다. 남성의 예상 수명도 자본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는 58년이지만, 사회주의 쿠바에서는 74년이다.

자본주의 국가 폴란드에서는 실업률이 21%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쿠바에서는 3%로 떨어졌다.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마약과 조직범죄자들이 날뛰고 있다. 그러나 쿠바에서는 청년실업자들을 위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젊은이들은 기술을 배울 때마다 봉급을 받고 일자리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쿠바에서는 과학기술(특히 생명공학과 약학)이 계속 발전해왔으며 이젠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상태이다. 이에 반해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과학 인프라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 국가들의 과학자들은 이민을 가거나 국내에 머물러도 먹고 살 수가 없다.

쿠바는 정치, 경제적으로 자주성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은 미국에 군사적으로 예속되어, 발칸반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 용병을 보내 미 제국주의에 봉사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 쿠바의 의료인 1만4천 명은 남미와 아프리카의 최빈곤 지역에서 그곳 정부와 협력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쿠바는 하이티에도 의료인 5백 명을 파견했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쿠바에서는 대다수 산업이 국민적이거나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 부문도 존재하며, 외국자본과 합작한 벤처회사도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우 거의 모든 기간 산업과 언론매체, 문화산업 등의 소유권을 해외로 넘겨 버렸다. 쿠바는 기초 식량, 주택, 보건, 교육, 스포츠 등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실업자와 저소득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로의 접근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렇게 경제․사회 지표들을 비교해 보면 쿠바의 ‘개혁 사회주의’는 동유럽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 보다 훨씬 낫다. 윤리, 문화적 측면에서 봐도 쿠바의 경우 비록 1990년 이후 관광 부문의 성장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마피아가 주도하는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마약, 성매매, 미제국으로 종속 때문에 부패한)보다 우월하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수백만 명을 감염시킨 에이즈에 대해서도 쿠바는 세계에서 가장 예방중심적이며 인간적인 의료 시스템으로 대처하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무료 의료, 무료 약품, 광범위한 공공 보건 프로그램 및 교육은 쿠바의 에이즈 발병률이 개발도상국 중 가장 낮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 분명히 관광산업과 저소득으로 인한 성매매가 존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관한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동유럽에 도입된 자본주의가 그 이전의 체제 보다 모든 경제, 사회적 부문에서 훨씬 열악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관한 논쟁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쿠바의 성과가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을 뛰어 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아메리카에서 시작된 사회운동들이 자치(사파티스타), 토지소유 민주화(브라질의 MST 운동), 자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볼리비아)에서 실질적인 변혁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 제국주의가 제공하는 것, 그리고 ‘신생 자본주의 국가'들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 보다 훨씬 우월하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사회주의는 과거의 복지국가에 쿠바식 인간적 사회 프로그램과 사회 안전망, 사파티스타와 MST의 자치 실험을 결합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사는 디지털 말에서 제공한 것이며 이종태기자는 월간 말 편집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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