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보드카 광고, 맥주광고...
러시아의 보드카 광고, 맥주광고...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09.12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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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기사

러시아인은 독한 술을 즐겨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술은 보드카.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은 얼마나 보드카를 마셨는지 늘 코가 불그스레했다. 보드카 예찬론자인 옐친은 술에 취해 정상회담까지 미뤘던 일화까지 있을 정도다. 최근들어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맥주판매가 급성장을 하고 있다.

-러시아가 보드카의 나라로 알려져 있어서 그렇지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많았다. 여름엔 보드카를 잘 마시지 않는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여름에 지하철 역 옆이나 공원벤치에 앉아 맥주를 나발을 불고 있는 장면이 흔하다. 하긴 미국에선 전철에서 맥주를 병나발을 부는 사람도 봤지만. 그래서 차장이 문이 열릴때마다 테이크 케어 조심하라고 경고를 주더라만..

러시아의 맥주판매 급증은 지난 1995년부터 정부가 주류광고를 금지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주류광고를 금지하면서 맥주를 술이 아닌 음료로 간주, 예외로 인정했다. 그래서 16 세 이상의 청소년들에게 판매됐을 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에서 음료수로 제공됐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도 맥주를 마시는 풍경도 자주 목격돼 왔다. 이런 예외조치 덕분에 지난해 러시아의 맥주시장은 전체주류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글쎄 그렇다니깐. 여름엔 보드카보다 맥주가, 젊은이들의 잔치엔 맥주가 더 많았어.

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보드카 대신 맥주만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맥주시장의 1위는 덴마크의 칼스버거와 영국의 스코티시 앤 뉴캐슬사가 공동투자한 발틱브루(BBH)로 전체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벨기에 맥주회사인 인터브루는 16%의 시장점유율 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네덜란드 하이네켄이 쫓고 있다. 하이네켄은 지난달 10일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근에 맥주주조공장 2곳을 매입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BBH와 인터브루의 아성이 견고해 쉽게 순위를 뒤집지 못하고 있다 .

최근 고속성장을 보여왔던 맥주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옐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술과의 전쟁’을 선언했기 때문.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사람이나 동물의 사진을 술광고에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또 맥주광고시간을 오전 7시에서 오후 10시로 제한했다.

-푸틴도 푸틴이지만 의회가 아예 술광고를 못하게...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광고라면 못하게 했는데,...

동쪽에서 서쪽끝까지 시차가 11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러시아의 전국 TV네트워크에서 생방송으로 맥주광고를 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러시아 맥주시장에 발을 내딛은 신생업체나 작은 회사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또 동물이나 사람을 이용해서 술광고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기존 동물을 상표로 사용했던 업체들이 법망을 피하는 묘안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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