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체니친이 조국으로 돌아온지 벌써 10년
솔체니친이 조국으로 돌아온지 벌써 10년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4.09.13 0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경향신문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솔제니친이 조국으로 돌아온 지 10년이 됐다. 솔제니친은 러시아인들에게 ‘민족의 양심’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세상에 나왔을 때 세계인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소설은 스탈린 시대 수용소의 참상을 드러낸 첫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의 소설은 스탈린 시대의 상징물이 됐다.

미국에 살던 솔제니친이 러시아로 돌아옴으로써 그는 진정 러시아인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버몬트주에 큰 토지를 갖고 있었고, 그의 책은 전세계에서 출판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귀국한 것은 그의 높은 도덕성을 증명한다. 사실 그는 소비에트 공화국에서 쫓겨간 것이었지 자의로 조국을 떠난 게 아니었다.

솔제니친은 자본주의 국가로 변한 낯선 조국에 돌아왔다. 조국에는 이전에 존재했던 가치와 전통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데올로기 때문에 전쟁과 감옥과 유형을 경험했던 솔제니친과 같은 인물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급속한 시장경제의 물결을 타고 하루 아침에 백만장자들이 생겨났고 러시아의 인텔리겐치야는 형편없이 낮은 봉급을 받게 됐다.

솔제니친은 ‘200년을 함께’란 책에서 러시아의 현 세태에 대한 깊은 불만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유명한 방송인이자 역사학자인 비탈리 불프는 “솔제니친의 생각이 러시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를 비판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옹호했다. 스탈린 시대의 실상을 폭로한 솔제니친은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솔제니친은 ‘러시아를 어떻게 건설해야 할 것인가?’란 책에서 현실과 괴리돼 자신의 유토피아적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이는 소비에트 사회에 살던 그가 달라진 조국에 살면서 생긴 괴리감일 것이다.

솔제니친은 이제 젊지도 건강하지도 않다. 이런 그가 러시아 현실에 적극 동참·활동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이민자의 집’을 설립해 국외 자료들을 수집하며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솔제니친은 오늘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인물로 비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는 급변하는 러시아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인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