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는 돈쓰는 맛에 산다?
모스크바는 돈쓰는 맛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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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1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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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기회의 땅 러시아 집중조명이라는 기획물을 실었습니다.

새롭게 부각되는 러시아는 91년의 투자붐도 아니고, 98년의 국가 파산 위기도 아닌, 정말 우리가 협력하고 공략해야 할 대상입니다. 다시 한번 러시아를 보면서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어 봅니다.

------모스크바는 돈쓰는 맛에 산다

지난 11일 오후 모스크바 남부에 위치한 아샨(Auchan) 쇼핑몰. 자동차 400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1층의 야외 주차공간이 개장 3시간 만에 꽉 차자 쇼핑몰에서 500m가량 떨어진 신규 개발용지에까지 차량 행렬이 빼곡하게 꼬리를 문다.

1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북오세티아 초등학교 테러참사 이후 크렘린궁전을 비롯 한 모스크바 도심 관광지 곳곳은 2주일째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것은 관광객들의 사정일 뿐이다.

실제로 900만명에 달하는 모스크바 시민들은 고유가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98년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이후 최대 소비 호황을 즐기고 있다.

모스크바 소재 무기모(MGIMO) 대학의 보리스 보론트소프 교수는 "신흥 중산층이 급부상하면서 개방(글라스노스트) 이후 15년 만에 러시아가 완전히 시장경제로 편입됐다"며 "특히 최근에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대란이 가시화되면서 러시아의 전략적 경제적 위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푸틴 정권의 최대 버팀목은 연봉 1000~2000달러를 받는 '노보이 루스키'(신흥 중산층)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집권 1기가 '실라비키'(정보기관 출신 보수성향 인맥)에 의존했다면 집권 2기 개막은 신흥 중산층의 탄탄한 지지기반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러시아 전역에 걸친 테러 재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9월중에만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이 줄줄이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오는 10월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러 소문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이처럼 '러시아 구애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아가 보유한
△매장량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부존자원 △ 교육수준이 높은 1억4000만명의 인구와 상품시장
△미국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 는 우주ㆍ항공 분야 과학기술력 등
전략적인 교역 파트너로서의 매력이 워낙 뛰어 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대러시아 수출도 지난해 총 16억59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58.8 % 늘어나는 등 해마다 비약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트라 CIS지역본부 이광희 모스크바 본부장은 "올해 들어서도 자동차 휴대폰 석유 화학제품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작년보다 50% 이상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곳 교민들은 이달중 한ㆍ러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양국간 교역ㆍ투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올 상반기 250%가 넘는 판매 신장률을 기록하며 일본 도요타 등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도 지난 3월 열린 러시아 국민브랜드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빠르게 신장하고 있는 외국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는 고유가 기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7.4%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달성했고 하반기에도 6~7%대 건실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푸틴 정권 목표대로 러시아가 2007년 전후 WTO에 성공적으로 가입하고 서비스 시장이 전면 개방될 경우 2030년 러시아의 세계 5위 경제대국 도약(골드만삭스의 ' 브릭스' 보고서 전망)이 현실로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게 이곳 분석가들의 공통된 전 망이다.

비탈리 바실리에비치 러시아 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제조업 분야의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나면 러시아 경제의 G5(세계 5위 경제국) 부상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2~3년 간 천정부지로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최근 들어 안정 조짐을 나타내는 것도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0~2001년 연 평균 20%에 달했지만 2002년 15%대, 2003년 12%대로 하락했고 올해는 1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스크바 사범대학 석사과정에서 러시아어를 전공중인 정재원 씨는 "90년대 외국으로 나갔던 토종 자본과 두뇌가 최근 들어 속속 러시아로 복귀하는 '러시아 컴백'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는 기초과학 분야 잠재력과 맞물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카드를 경제ㆍ 외교적으로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들의 시장 공략과 달리 정부간 외교는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일본 정부가 지리적인 접근성과 역사적 배경을 앞세워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 지위를 선점한 데 비해 한국의 러시아 공략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는 분석 이다.

정태익 주러시아 한국대사는 "상품시장과 지하자원 등 경제적인 가치는 물론이고 북한 핵문제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동, 미ㆍ중ㆍ일 3국간 아시아 주도권 견제 구도 등 외교ㆍ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러시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는 아직도 복잡한 행정 규제와 부정부패, 운송ㆍ통신ㆍ금융 분야의 열악한 인프라스트럭처 등 외국인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사회주의 병폐가 존재하고 있다. 금융, 조세, 토지 소유 등 전방위 제도개혁이 푸틴 집권 2기 기간에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품ㆍ자원시장으로서의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대러시아 직접투자가 지난해 말 현재 2억달러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도 이처럼 법적 ㆍ제도적인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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