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철강산업을 주무르는 세베르스탈 모르다쇼프 회장
러 철강산업을 주무르는 세베르스탈 모르다쇼프 회장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1.04.02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러시아 두번째 재벌은 철강분야 올리가르히인 세베르스탈의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회장이다. 세계 부자 순위로 따지면 29위.

모르다쇼프 회장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기회를 잡기는 했으나, 그후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거대한 부를 쌓았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1965년 당시 비교적 큰 철강공장이었던 세베르스탈의 본거지인 옛 소련의 체레포베츠시에서 태어났다. 이 도시는 세베르스탈을 위한, 세베르스탈에 의한 도시여서, 모르다쇼프 회장의 부모도 당연히 이 회사에서 일했다. 그리고 어릴 적에 매월 자신 몫으로 400g의 소시지와 200g의 버터를 회사로부터 배급받았다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그 국립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88년 고향에 돌아와 세베르스탈의 사내 이코노미스트로 취직한 뒤 승진을 거듭, 92년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된다. CFO는 늘 경영권 변화의 길목에서 기회의 우선권을 갖게 된다. 소련의 붕괴와 민영화 바람은 세베르스탈도 피해갈 수 없어, 공장 경영진은 모르다쇼프에게 세베르스탈의 민영화 계획 수립을 부탁한다. 이때 모르다쇼프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지분의 대부분을 자신이 직접 인수해 버린다. 그리고 1996년 31세의 나이에 세베르스탈의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CEO가 되자 모르다쇼프는 '강철인간'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세베르스탈 지분의 80% 이상을 갖고 있는 그에게는 회사의 확장은 곧 부의 축적이었다. 소련 붕괴 후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온 철강회사는 물론, 이탈리아 철강회사를 인수하는 등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그에겐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 아니, 시련이었다. 2006년 아르셀로와 미탈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전쟁이 벌어졌을 때였다. 당시 세계 1위의 미탈스틸이 프랑스 아르셀로에 적대적 M&A를 선언하자 아르셀로는 러시아 세베르스탈과 합병해 미탈 대신 세계 1위 철강회사가 되려고 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모르다쇼프 회장은 아르셀로의 지분 32%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되며 '철강왕'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세계철강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결국 미탈스틸의 승리로 끝났다. 아르셀로는 미탈스틸에 인수된 것. 하지만 모르다쇼프 회장은 이 사건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올리가르히로 국제사회에 알려졌고 1억7,500만달러의 위약금도 받았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모르다쇼프 회장에 대해 "러시아 밖에선 무명에 가깝던 그가 이제 러시아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최근 아프리카 광산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세베르스탈은 지난해 5월 아프리카 콩고와 가봉 등에서 광산개발 사업권을 가진 코어마이닝 지분 16.5%을 인수했고, 8월에는 캐나다 금광업체 하이리버 골드마인을, 10월에는 기니에 사업권을 갖고 있는 크류 골드를 인수했다. 금 사업부문의 외형 확대를 위해 런던증시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올리가르히의 부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변화를 겪는다. 많은 올리가르히 1세대가 푸틴 총리와 불화로 해외로 망명했지만 모르다쇼프 회장은 2004년 대선 당시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러시아 민영TV채널인 Ren-TV도 갖고 있는데, 여성 앵커 올가 로마노바가 방송 중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프로그램을 없애버려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정치권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런 처세로 모르다쇼프 회장은 철강제국의 틀을 다져나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