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호도르코프스키 가능성이 높은 올리가르히는 미하일 프로호로프(46). 러시아 3대 부호이자 미 프로농구팀 구단주다. 그는 지난 6월 친크렘린 정당 '정의당'(올바른 일이라는 게 본뜻)의 대표가 되면서 거꾸로 크렘린을 비판하는 엉뚱한 면을 보였다. 정의당은 2008년 중도우파 계열의 정당 3곳이 합쳐 창당했는데, 푸틴 총리보다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당으로 인식돼 왔다.
급기야 그는 15일 정의당 대표직 사임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현 정권의 실세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정치를 저버리지 말고 힘을 합쳐 새로운 정치운동을 시작하고 진짜 선거를 치러 승리하자"고 촉구했는데, 여당인 통합러시아당과 경쟁하는 최대 유력정당으로 키우겠다는 포부가 당내 반대세력에 의해 저지당하자 탈당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정권 실세인 블라디미르 수르코프 대통령실 부실장에 대한 공격. 그는 프로호로프는 수르코프를 가리켜 '꼭두각시 조종자'라며, "그는 정치를 사유화 하고 지도자를 오도하며, 언론을 탄압하고 여론 조작에 힘쓰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프로호로프는 이날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나 푸틴 총리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도 줄곧 자신이 반(反) 크렘린 인사는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렇다고 그가 정치적 야심을 숨긴 것은 아니다. 총리 또는 대통령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아, 그가 정의당 대표에 선출되자 반여권 친재벌 성향의 정치세력를 하나로 모을 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푸틴 정권 초기 총리를 역임한 미하일 카시아노프는 15일 '모스크바의 메아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프로호로프가 진정으로 대정권 투쟁을 시작한다면 호도르코프스키의 전철(제2의 호도르코프스키)을 밟게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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