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올해 경제 전망은 어둡다. 안드레이 클레파크 러시아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2.4%로 또다시 낮췄다. 올해 초 제시한 5.0%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도 최근 "경제 부진으로 GDP 성장률 3% 달성이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1사분기 GDP 성장률이 1%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천연가스 수출과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금융전문가들은 러시아와 같은 경제 체질에서 3% 미만의 성장률은 스태그네이션(장기 경제침체)에 가깝다는 해석을 내놓았고, "러시아가 이미 불황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에너지 수출에 제동이 걸린 것. 석유가스 부문이 러시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5년 42.6%에서 2011년에는 70.2%로 무려 27.6%포인트나 뛰어올라, 이 부문이 정체될 경우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격도 떨어졌다. 러시아 국영 석유·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지난해 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5개국 에너지 기업과의 가스 공급가격을 약 10% 인하하고 11월에는 폴란드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도 16% 내렸다.
여기에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은 미국의 제조산업을 살려주는 대신, 러시아나 유럽 지역의 제조업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안겨줄 전망이다. 독일 최대 화학 업체인 바스프(BASF)가 오는 10월 미 루이지애나 주에 새로운 포름산 제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며 오스트리아 철강 업체 보에스탈파인은 미 텍사스에 7억1,500만 달러를 투자해 철강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2007년 유럽의 80%선에서 올해 2월 현재 4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경기 부양 등 추락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지난 3월에는 금리 인하를 거부한 세르게이 이그나티예프 총재를 사실상 경질하고 후임에 최측근인 엘비라 나비울리나 수석 경제보좌관을 지명하기도 했다.
또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전략청'을 설립하고, 비즈니스 장벽을 제거하고 투자환경 개선 전략 수립을 전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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