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대상은 최대 2만5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같은 사면 조치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러시아 인권 탄압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수감 중인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인도적 차원에서 사면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를 이끌었던 1세대 올리가르히 출신 호도르코프스키는 돈을 배경으로 야당을 지원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다 사기·탈세·횡령죄로 체포돼 10년간 복역해 왔다. 그는 1990년대 민영화 과정에서 재산을 모은 전형적인 올리가르히 출신이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18일 헌법 제정 20주년을 명분으로 푸틴이 신청한 대규모 사면안을 446 대 0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면은 19일 관보 게재 직후 발효된다.
'푸시 라이엇'은 작년 2월 모스크바에서 푸틴 3기 집권 반대 공연을 펼쳐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그린피스 회원 30명은 지난 9월 북극해 인근에서 해저 유전 개발 반대 시위를 벌여 구속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2011년 총선 무효 대규모 시위를 이끈 변호사 출신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와 일부 경제사범 등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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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은 그의 사면을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그 동안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장기 집권체제를 위협하는 호도르코프스키를 쉽게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호도르코프스키의 몰락한 모습을 내세워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공고하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석방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푸틴이 이번 연말 기자회견 내내 자신감이 있었다"며 "집권 3기 체제의 정당성에 관한 안팎의 비판으로 다소 움츠러든 모습을 보인 지난해 연말 기자회견과는 대조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가장 강력한 비판자 가운데 한 사람인 호도르코프스키를 석방하는 위험 정도는 감수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고 논평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러시아에서 민영은행 메나테프와 석유기업인 유코스오일을 소유하면서 한때 '올리가르히'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2003년 총선에서 그가 푸틴 대통령에 맞서는 민주화 세력을 지원하면서 몰락의 길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해 탈세 혐의로 전격 구속된 이후 2010년에는 돈세탁 혐의가 추가돼 총 13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그가 소유하던 유코스는 2007년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에 흡수됐다.
지난해 2년 감형된 그는 내년 8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