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 러시아(1)-"에따 러시아"
불가사의 러시아(1)-"에따 러시아"
  • 암행어사
  • clintylee2002@yahoo.co.kr
  • 승인 2004.06.19 08:55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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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 러시아(1) - "에따 러시아", 2004. 06. 19

러시아인이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에따 러시아 = This is Russia."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살고있는 나라가 러시아인줄 모르고 "이곳이 러시아다, 이것이
러시아다"라고 말하는 러시아 사람도 있을까 - 처음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 속을 스쳐간 의문이었다.

당시 러시아직원 중 매혹적인 외모에 엷은 갈색머리의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젊은
장교 출신이 있었다.

나의 사춘기 시절의 꿈은 - "청년이 되면 내 외모에 여자들이 홀딱 반해 버스, 건물등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사족을 비트는 것을 보는 것" 이었다.

이 꿈은 잠시 떳다가 사라진 무지개였지만, 혼자 공상에 젖어 꿈속을 헤메이던 시절이 있었기에
러시아 직원을 처음 보았을 때 "여자들이 얼마나 따라다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 속을 스쳐갔다.

나의 사춘기 꿈을 이 친구를 통해서 보게되었구나 하는 줄거운 상상을 하며 흐믓해했다.

이곳에 온 후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본사에서 사장님이 오셔서 러시아 정부 고위층과
모스코바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비행기표를 당장 사오라고 한다.

러시아 직원과 함께 비행기표를 사러 처음으로 여행사를 방문한 바로 그날 나의 꿈은 무참히도 깨져 버렸다.

여행사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창구로 다가가는데 표 파는 아줌마가 직원을 보고 큰소리친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기에 설마 우리는 아니겠지 하고 어물쩍 어물쩍 계속 다가가니
아줌마는 오지 말라는 손짓을 계속하며 소리친다.

이제 막 여행사 사무실 문을 들어선 우리는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창구에 다가갔다.

아줌마 왈 "오지말라 했는데 왜 왔냐"며 면막을 준다.

비행기표를 파는 여행사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질 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더군다나 이렇게 준수한 외모의 젊은이에게 ...

잠시 머뭇거리던 직원이 판매원에게 질문을 했다 - 왜 오지 말라 했는가 ?

판매원 왈 : 이유는 없다. 단지 오지 말라고 말했다.

직원 왈 :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할 줄 어떻게 알고 오지 말라고 했는가 ?

판매원 왈 : (당신이 무슨 말을 하던) 그것은 당신 문제다. 단지 오지 말라는 것이다.

더 이상 대화해 봐야 소용이 없음을 알고 직원이 돌아서며 "에따 러시아 !"라고 나즈막하게 내 밷었다.

순간 판매원은 버럭 화를 내며 "당신 지금 뭐라 말했는가?" 라고 다구친다.

기가 죽은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정중히 대답하고 급히 돌아섰다.

이제 표 사기는 글렀으니 돌아가자 한다.

사정을 해서라도 표를 부탁하라고 하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정말 난감하고 황당한 순간이었다.

이제 방법이라곤 러시아 문맹인 내가 나설 수밖에.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창구로 다가가는 나에게 판매원은 손짓도 큰소리도 치지를 않는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러시아말을 못하니 이제부터 영어로 말하겠으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정중하게 판매원에게 말을 걸었다.

판매원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어디로 가는 비행기표가 필요하냐고 친절히 물어보고 비행기표를 끊어 줬다.

밖에 나오니 돌아간 줄 알았던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 다가와 물어본다.

비행기표를 보여주니 직원 왈, "러시아 사람인 자기도 비행기표를 못 샀는데 외국인이 샀으니 기적 같은 일이란다.

이것이 내가 "에따 러시아"라는 표현을 처음 배우게 된 경험이다.

지금도 간혹 이 말을 듣는다.

현명한 독자 여러분은 "에따 러시아"의 참뜻을 굳이 부언 안 하더라도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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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04-06-24 22:31:13
우리랑 무엇이 다른가?

?? 2004-06-19 12:37:10
자국민 경시 사상은 러샤 오랑캐덜이 우리보다 한 수 위군요..써글..

??? 2004-06-27 04:14:46
울 나라에도 싸가지가 많고 러시아에는 싸가지가 더많지요. 싸가지가 싸가지를 욕하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더군요. 싸가지는 러시아던 울나라이던 욕먹아야 하지요.

?? 2004-06-26 09:09:31
우린 최소한 저렇게 싸가지가 없진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싸가지는 많으니 러샤 싸가지를 욕하지 말라....이건가요?

q 2004-06-24 22:31:13
우리랑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