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내선 여객기 폭파물 설치 위협에도 비상착륙하지 않는 까닭?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 폭파물 설치 위협에도 비상착륙하지 않는 까닭?
  • 나타샤 기자
  • buyrussia2@gmail.com
  • 승인 2020.03.06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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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소년'의 우화가 생각난다.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허위 신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늑대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최근 몇년간 모스크바 등 러시아 주요 지역의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에 폭발물 설치 협박 신고가 쇄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서둘러 이용객들을 소개한 뒤 폭탄전문가들을 투입해 시설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탕을 쳤다. 허위신고였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괘씸한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해외에서 보내온 신고여서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한동안 뜸했던 허위 신고가 이번에는 국내선 항공기로 몰리는 것 같다. 러시아 당국은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폭발물 설치 위협을 했던 자들의 소행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항공기는 폭발물 설치 위협을 무시하고 원래 목적지까지 비행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의 하나, 폭발물 설치가 사실이었다면 '대형 여객기 추락사고'로 이어지는 아찔한 선택이다.

아에로플로트 항공/SNS 홍보 사진

러시아 항공당국은 왜 폭발물 설치 신고를 '늑대 소년'의 행위로 판단한 것일까? 현지 언론에 따르면 5일 하루 동안에만 4건의 허위 신고가 접수됐다. 승객과 승무원 48명을 태우고 수도 모스크바에서 북서부 코미공화국의 식티브카르 구간을 운항한 A-320 여객기는 폭발물 설치 신고에도 서둘러 비상착륙을 하지 않았다. 식티브카르 공항에 도착한 뒤 기내와 승객, 화물 등에 대한 검색을 벌였다. 역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도시 옴스크까지 운항한 '아에로플로트' 소속의 여객기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이륙한 크림반도 심페로폴 행 국내선 여객기, 또 블라디보스토크~(시베리아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노선을 운항한 시베리아 항공사(S7) 여객기에 대한 협박도 거짓으로 판명됐다. 

이날 전까지만 해도 신고를 받은 여객기는 인근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안전을 확인하고 다시 이륙했다. 3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하던 아에로플로트 소속 에어버스 А-330 여객기가 출발 후 1시간여 만에 하바로프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한 게 대표적이다. 노보시비르스크 출발, 모스크바행 S7 항공사 소속 에어버스 A-320 여객기도 페름 공항에 비상착륙 해야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여객기 탑승 시간에 늦어버린 40대 한 승객이 홧김에 놓친 여객기 안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허위 신고를 했다가 당국에 체포되기도 했다. 부랴티야 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하던 '스마트아비아' 항공사 소속 보잉 737 여객기는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익명의 신고 전화에 가까운 크라스노야르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여객기는 공항 상공을 순회 비행하며 연료를 소진한 뒤 출발 후 약 3시간 만에 크라스노야르스크 공항에 무사히 내렸으나 '홧김에 건' 장난 전화로 밝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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