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16일) 러시아군의 우크라 에너지 기반시설을 계속 폭격하는 진짜 이유? - WP
우크라-16일) 러시아군의 우크라 에너지 기반시설을 계속 폭격하는 진짜 이유? - WP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12.18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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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키예프(키이우) 등 우크라이나의 7개 지역이 16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전기와 수도, 난방 등 생활 기본 시설이 또 크게 파괴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에너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월드컵 결승전 경기에 앞서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려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이 FIFA에 의해 거부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측은 크게 놀랐다고 미 CNN이 전했다. 

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 앞서 영상 메시지를 띄우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포착해 정리하는 '우크라 이슈 진단-16일'자/편집자

◇ 러시아의 공습이 진짜 노리는 것은?

러시아군이 16일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을 향해 최소 7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러시아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미사일 76발을 발사했고, 우리는 이 중 60발을 요격했다"며 "키예프를 향해 날아온 40발 중 37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측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사라토프주 엥겔스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장거리 Tu-95 폭격기가 처음으로 공습에 가담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네 군데서 폭발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여객기서 찍은 사진/텔레그램 캡처

또 몰도바 상공을 지나던 여객기에서 찍은 미사일 공격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영상에는 적어도 4차례의 폭발 순간이 담겨 있다. 이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발전소와 변전소 등 최소 9개 에너지 시설이 크게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폭격이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것 뿐일까?
공교롭게도 미국 워싱턴 포스트(WP)가 공습 전날(15일) 러시아군 폭격의 경제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러시아는 가뜩이나 전망이 암물한 우크라이나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가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아예 꺾어버리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에 따르면 WP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타격 목적은 서방 측의 재정적 지원 예상 규모를 천문학적으로 늘림으로써 지원을 아예 포기하도록 만드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서방측이 제공한 지원 수준도 우크라이나의 초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WP는 크렘린이 우크라이나 경제 분야 (타격)를 특수 군사작전의 핵심으로 바꿨고, 이는 실제 전투에서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암흑세상으로 변한 키예프/영상 캡처
무너진 우크라이나 민간인 건물들

실제로 지난주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경제가 앞으로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자료가 제시됐다. 러시아군의 에너지 기반 시설 타격 이전만 해도 키예프는 내년에 필요한 (서방측의) 재정 지원 규모를 550억 달러로 추정했으나, 이제는 440억 달러가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경제 관리들이 중앙은행 회의에서 제시한 3가지 외환 위기(혹은 경제 파탄) 시나리오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 우크라이나인들이 흐리브냐화를 달러나 유로로 바꾼 뒤 대거 나라를 떠날 경우 △ 국가의 필수 수입품 지불을 감당하거나 대외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외화가 부족할 경우 △ 올해 33% 마이너스(-) 성장을 한 우크라이나 경제가 내년에도 5% 더 역성장할 수 있다는 비공개 경제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외환 위기, 혹은 경제파탄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스트라나.ua는 "공개된 경제 전망이 중앙은행 회의에서 나온 비공개 전망치보다도 더 낫지 않다"며 데니스 쉬미갈 총리의 지난 13일 연설을 예로 들었다. 쉬미갈 총리는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 지원 회의(현지에서는 '에너지 부문 람슈타인 회의'라고 부른다)에서 "내년에는 경제성장 축소가 9%(비공개 회의에서는 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서방측은 재정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WP는 "미국과 EU가 내년에 우크라이나에 3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로 공동 약속했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이 금액중 아직 한푼도 브뤼셀이나 워싱턴에서 승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EU는 16일 내년에 18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편집자) 

게다가 올해 지원하기로 약속한 자금조차 너무 늦게 지급되는 바람에 키예프로서는 돈을 마구 찍어낼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20% 이상 솟구쳤다고 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약속된 모든 자금이 지원된다고 해도, 그것은 우크라이나를 하루하루 떠받치기 위한 것일 뿐, 전쟁으로 인한 수천억 달러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한 고문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1인당 월 50달러씩 현금으로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WP는 "6개월 동안 무려 120억 달러가 소요되는 방안"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이 지원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서방 측으로부터 냉랭한 반응에 부딪쳤다"고 밝혔다. 

WP는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언제 해결될 지도 알 수 없다"며 "광업과 산업 생산, 정보 기술과 같은 우크라이나 경제의 핵심 분야는 전기나 인터넷 없이는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경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광업과 제조업은 이미 큰 타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제철소 두 곳은 전력 부족으로 문을 닫았고, 인터넷 속도도 전쟁 전의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인터넷 단절은 IT 부문 뿐만 아니라 연금 지불과 인터넷(모바일) 뱅킹, 세금 징수 및 디지털(인터넷) 쇼핑과 같이 일상에서 필수적인 서비스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해 16일 지하철 역으로 몰린 키예프 시민들 
정전으로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지하철 역을 찾은 젊은이들/사진출처:스트라나.ua

일부 전문가들은 서방 측이 너무 인색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있는 '독일 마샬 펀드'의 제이콥 키에르케고르 수석 연구원은 "우리(서방)는 초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을 만큼만 우크라이나를 도와준다"며 "더욱 심각한 경기 침체의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구제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인프라 시설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구제 금융 규모를 폭증시키는 데 있다고 믿는 서방 전문가들은 서방이 계속 그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WP는 우려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공습은 공개되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피해 규모를 계속 늘려나가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짚었다. 서방 측이 G7의 성명에서 보듯, 우크라이나 지원의 최우선 순위를 방공 시스템 지원에 두는 이유라고도 했다.

스트라나.ua는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이전 논의가 시작된 것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 지를 보여준다"며 "러시아의 폭격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우크라이나 당국도 주민들에게 만반의 대비를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승전기념일 군사 퍼레이드 장면. 러시아의 주요 방산업체는 주로 우랄산맥 동쪽에 위치해 있다/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 로스테크(Rostec), 알마즈-안테이(Almaz-Antey), 로스코스모스(Roskosmos) 등 방위산업체가 들어선 러시아 우랄산맥의 스베들로프스크주(州)는 주 6일 근무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리아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회견에서 러시아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우랄지역 어디에선가 새로운 군수물자의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확신한 바 있다. 

- 푸틴 대통령이 19일 민스크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과 회담한다. 두 정상은 경제 협력과 안보 문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는 공동 조치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상 시기가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제이크 설리반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했다. 그는 한 포럼에서 "미국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워싱턴은 키예프가 협상에서 최고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으며, 민주, 공화 양당이 이를 수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 EU는 러시아에 대한 9차 제재안을 승인했다. 제재안은 대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이중 용도 제품의 공급을 제한하며, 제재 목록을 더욱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내년(2023년)에 180억 유로 규모의 거시 금융 지원 방안을 승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EU의 제재 조치와 러시아 석유의 가격 상한제가 러시아의 수출 전망을 악화시키고 루블화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유가가 장기간 낮게 지속되거나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하면, 수출업체의 지속적인 소득 손실로 이어지며,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함께 러시아 통화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그녀는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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