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된 러시아 오페라의 '디바' 네트렙코, 15일 베를린 국립 오페라단 무대로 돌아온다
퇴출된 러시아 오페라의 '디바' 네트렙코, 15일 베를린 국립 오페라단 무대로 돌아온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9.0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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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세계 오페라 무대의 주역에서 사실상 퇴출됐던 러시아 유명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독일 오페라 무대로 돌아온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베를린 국립 오페라단은 1일 "우리는 네트렙코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며 "오는 15일 오페라 '레이디 맥베스'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이디 맥베스 출연을 알리는 안나 네트렙코/사진출처: facebook.com/annanetrebko

'마리아 칼라스'를 뒤를 이을 만한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네트렙코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러시아 출신(이중 국적자) 소프라노 가수로, 대표적 친(親) 푸틴 예술가로 꼽혀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세계 주요 오페라단은 그녀의 이같은 성향을 감안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그녀에게 요구했다.

베를린 국립 오페라단은 지난해 3월 초 네트렙코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같은 해 6월로 예정된 '투란도트'의 공연에서 배제했다. 이에 네트렙코는 지난해 3월 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며, 나는 러시아의 어떤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았고, 어떤 지도자와도 연관이 없다"며 "과거의 행동이나 발언 중 일부가 잘못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인정하고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또 "푸틴 대통령을 여러 번 만났으나 주로 예술상 시상식이나 올림픽 개막식이었다"며 "러시아로부터 어떤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적이 없고,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 브로드웨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하 메트)은 "그녀의 입장 표명이 기대에 미흡하다"며 모든 공연에서 배제시켰다. '전쟁에 반대한다'고 했으나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거나 비판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라노 네트렙코의 공연 장면/사진출처:페북

하지만 네트렙코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후 공연 배제에 대한 소송을 미 법원에 제기해 메트로부터 2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메트를 상대로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최소 36만 달러(약 4억7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메트에서 퇴출당한 뒤 일감을 잃고 우울감, 굴욕, 당혹감 등 정신적·감정적 고통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매트 측은 네트렙코가 지난 2012년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공개 지지했고, 2014년 (분리독립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오페라 하우스에 100만 루블(당시 약 2천만원)을 기부하면서 친러 분리주의 깃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적극적으로 친러 활동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 2008년 열린 러시아 인민예술가상(PAR) 시상식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시상자로 나서 그녀에게 상과 꽃다발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베를린 국립 오페라단은 "전쟁이 시작된 뒤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목소리 중 하나인 네트렙코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지난해 3월 입장 표명이후 러시아 측의 어떠한 제안, 의무도 수락하지 않았고, 러시아 무대에도 서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트렙코는 간헐적으로 유럽의 일부 무대에 서기도 했으나, 앞으로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파리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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