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척하는 모씨의 남매가 그래도 러시아동화 번역
잘난 척하는 모씨의 남매가 그래도 러시아동화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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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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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 남매가 러시아 동화를 공동 번역, 출간했다. 정지연(17·대원외고)양, 정준(14·대청중)군 남매가 그 주인공. 이들이 번역한 ‘세 명의 배불뚝이’는 1900년대 초 일어난 러시아 혁명을 풍자한 내용으로, 전 세계 17개국 언어로 출간되고 연극으로 공연됐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이들 남매는 지난해 모스크바를 떠나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에 번역을 완료했다. “러시아 언론사의 서울 특파원으로 있다가 1996년 모스크바국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아버지 덕분에 7년간 모스크바에서 살았어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기왕이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러시아 동화를 번역해 보자고 뜻을 모았죠.”

아버지보다 러시아어 실력이 더 뛰어난 남매는 200쪽이 넘는 분량의 원고를 둘로 나눠 번역을 해냈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 됐지만 우리말 표현도 어렵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생활하면서도 하루 한 시간 이상 우리말로 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집의 엄격한 원칙이었거든요. 소설이든 만화든 한국말로 된 책은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이 번역할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어, 러시아어 외에 남매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5개 국어를 기본으로 가르치는 모스크바 시(市)정부 직속의 언어 김나지움에 다닌 덕분이기도 하지만,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교수직을 얻은 아버지를 매개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사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우리말 책에서 종종 정확하지 않은 번역을 발견한다”는 남매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러시아의 알려지지 않은 소설, 우화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덕기자 [ si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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