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쿠르나코바 있기에 샤라포바가 있다
안나 쿠르나코바 있기에 샤라포바가 있다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5.01.28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발 나를 안나와 비교하지 마세요."

'테니스 요정'이라 불리는 마리아 샤라포바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사항이다. 자신은 샤라포바일 뿐 제2의 안나 쿠르니코바가 아니라는 호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같은 러시아 출신인 두 테니스 스타를 비교하길 좋아한다. 늘씬한 외모를 보유한 동향 출신 스포츠 스타라는 공통분모로 인해 이들에 대한 가십거리는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쿠르니코바가 없었다면 현재의 샤라포바 열풍도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샤라포바가 오늘날 뜰 수 있었던 요체로는 쿠르니코바의 에이전트사인 옥타곤에 대한 IMG의 강렬한 라이벌 의식이 작용했다.

최근 몇년간 러시아출신 '금발스타' 쿠르니코바를 내세워 세계적 선풍을 일으킨 옥타곤을 바라보는 IMG의 시선은 '질시'로 가득했다.

쿠르니코바를 넘어설 수 있는 미녀스타를 물색하기 위해 IMG 본사차원에서 '스카우팅'에 열중했고, 미모를 보유한 운동선수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들리면 장소가 있으면 어디든 찾아나섰다.

'글로벌 섹시 스타'를 만들기 위한 IMG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IMG의 노력은 매번 허위에 그치기 일쑤였다. "미국인 중에서 쿠르니코바의 라이벌을 찾아야 한다"는 마크 맥코믹 전 회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외국인 보다는 미모와 재능을 두루 겸비한 '미국 시민증' 소지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내에서 그런 인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IMG는 눈을 돌려 차선책을 선택했고, 그들의 눈에 걸려든 인물이 7세 때부터 플로리다 브래든턴의 볼리티어리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유학 중인 시베리아출신 샤라포바였다.

샤라포바는 테니스 선수로서의 재능과 미모는 물론 성공을 위해 훈련을 멈추지 않는 성실함까지 갖춘 재목이었다. 그녀가 미국에 건너오자 마자 연간 3만5천달러의 학비를 지원하며 씨를 뿌려온 IMG는 즉각 '쿠르니코바의 대항마'로 샤라포바를 점찍고, 그녀를 본격적인 IMG의 간판으로 키워나갔다.

이후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샤라포바는 IMG의 바람대로 글로벌 스타로 성장했고, 테니스는 물론 모델로도 활동하며 지구촌 스포츠팬들의 눈길을 확 잡아끄는데 성공했다.

현재 샤라포바의 통산 상금액은 270만달러에 달한다. 윔블던 우승을 차지하며 깜짝스타로 부상한 지난해 수입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확이다.

여기에 나이키 등과의 스포츠 광고계약으로 100만달러를 확보했고, IMG 모델 에이전시와도 계약을 체결해 패션잡지 보그의 이탈리아판에 모델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샤라포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다국적 기업들이 돈을 싸들고 샤라포바에게 달려들고 있다.

카메라 제조업체 캐논은 다년계약의 대가로 600만달러를 내놓았고,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롤라 역시 자사의 비디오폰 광고모델로 샤라포바를 내세웠다. 자동차 회사 혼다도 이제 질세라 샤라포바측과 현재 협상을 진행중이다.

샤라포바가 지금까지 스폰서 계약으로 벌어들인 돈은 모두 1천600만달러가 넘는다.

광고주들이 샤라포바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현재 보다 그녀의 미래 가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모만 빼어난 게 아니라 나날이 향상되는 테니스 실력을 갖췄기에 그녀의 상품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샤라포바의 가장 큰 장점은 '아직 소진되지 않은' 잠재력에 있다. IMG 홍보팀의 린다 도조레츠는 "샤라포바는 소녀의 얼굴과 감성을 가진데다 매우 영리하다"며 "무엇보다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시간만 나면 MTV나 보러 가는 또래 아이들과는 매우 다르다"고 그녀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세계랭킹 32위에 불과했던 샤라포바는 1년만에 4위로 껑충 뛰어올라 진정한 세계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와의 호주오픈 준결승전은 그녀의 일취월장한 기량을 재확인한 한판 승부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테니스계 일각에선 조만간 샤라포바가 여자 테니스계를 평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샤라포바의 등장을 야기한 쿠르니코바는 테니스계를 떠나 '외도'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돈방석에 앉은 그녀는 이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듯하다.

연예게 진출을 꾸준히 시도하는 한편 끊임없는 염문설로 스포츠란이 아닌 가십란에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러시아 출신 아이스하키(NHL) 스타 세르게이 페도로프와의 결혼설로 옥타곤의 진땀을 빼놓더니 최근에는 스페인 출신 팝스타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이제 그녀는 '한때 테니스도 했던 러시아 출신 연예인' 정도로 취급 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쿠르니코바는 이런 주위의 시각에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겠다"는 주장이다.

샤라포바와 쿠르니코바. 테니스 문외한들도 테니스 경기에 관심을 갖게 만든 두 스타는 현재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모양새다. 쿠르니코바가 테니스와 연을 끊으려는 반면 샤라포바는 미모와 실력을 고루 갖춘 '제2의 크리스 애버트'로 기대받고 있다.

'타도 쿠르니코바'를 목표로 출발했던 샤라포바이지만 이제는 경기장 안팎에서 그녀를 완전히 넘어선 느낌이다. 러시아 출신 두 스타의 엇갈린 운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