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색깔 빨강 이야기-책 소개
금기의 색깔 빨강 이야기-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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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0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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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매혹의 에로티시즘에서 금기의 레드콤프렉스까지 / 김융희 지음/시공사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때 거셌던 ‘붉은 악마’ 열풍은 빨강 혹 은 레드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각을 바꿔놓은, 색과 관련한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피와 혁명의 상징으로 한동안 금기시됐던 빨강은, 전국을 물들였 던 월드컵 응원단의 빨간 티셔츠바람 이후 열정과 감성의 색으로 우리의 일상과 한결 가까워졌다. 냉전 분단의 시대에 이데올로기의 틀 안에서 레드콤플렉스에 시달려온 세대로선 충격이라 할 만큼, 빨강에 대한 시선과 평가가 달라지고 있는 것.

빨강을 ‘위험하고 불안한 색’으로 일정 거리를 두던 우리와 달리 서구에선 온통 빨간색인 코카콜라, 산타클로스복장 등 누군가 의 시선을 붙잡는 색으로서 빨강의 마법은 광고디자인 등 마케팅 에서 적극 활용돼왔다.

칸영화제 개막식때면 성장한 스타들이 레드 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서양의 명화 속 왕이나 성직자, 귀족들도 대부분 위풍당당 한 빨간 복장이다. 중국인의 빨간색 선호는 장이머우감독이 중국 이야기를 펼친 영화 ‘국두’‘홍등’ 등의 화면에서도 잘 드러 난다.

한국에서도 전래의 오방색중 하나인 빨강은 역사적으로 높은 신분의 상징이었다. 고구려 고분 강서중묘의 ‘사신도’중 붉게 칠 한 주작(朱雀)은 불과 불멸의 화신이었고, 주칠이 들어간 도자기 목공예품은 특정신분의 소유물이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 하고 생명력과 뜨거움의 징표이자, 태양 불 피의 힘이 담겨있는 원초적 에너지 또는 불멸과 생명의 상징이었던 빨강.

피와 불의 빨강은 전쟁의 색이며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붉은 군대’가 그렇듯 무언가 바꾸려는 사람들에겐 혁명의 색으로 우리 로선 레드콤플렉스로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서울예대에서 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색중에서 가장 먼저 말을 건넨 것이 빨강”이라며 빨간색 속으로의 ‘뜨겁고 정열적이 며 도발적인 여행’을 시도한다.

저자는 선사시대 동굴벽화의 붉은 들소와 고구려고분벽화의 주작 도부터, 앵그르작품인 붉은 복장의 나폴레옹그림, 로트렉그림속 빨강드레스차림의 물랑루즈여인, 마티스의 ‘붉은 실내’등 미술 품을 비롯, 프랑스 혁명 당시의 적색기와 러시아의 붉은 군대를 상징하는 엘 리시츠키의 작품 및 코카콜라 광고, 빨간 버스, 붉 은 악마 외에 영화 문학 등 다양한 문화현상 속에서 ‘레드 스토리’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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