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공연 러시아 공훈배우의 실력
에버랜드 공연 러시아 공훈배우의 실력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3.11 0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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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훈배우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에버랜드는 18일부터 개장 이래 최대 규모 축제인 ‘유로 페스티벌’을 엽니다. ‘하루에 떠나는 유럽여행’이라는 주제로 유럽 각국의 문화와 볼거리를 보여주는 고급화한 대형 축제입니다.

87일간의 축제에는 베르사유 퍼레이드, 왕실무도회 등이 화려하게 펼쳐지는데 유럽의 광장문화와 카니발을 결합한 ‘유로 카니발’도 빼놓을 수 없답니다.

남녀 공연단원 30여명이 보여주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가 탄성을 불러 일으키지요. 바로 그 묘기를 이끄는 주인공이 러시아 공훈배우 출신인 푸자코프 발레리(55)씨 입니다. 놀이공원의 상설 공연에 공훈배우 출신이 출연하는 것은 국내에선 처음입니다.

‘공훈배우’가 뭐냐구요?

금강산에 구경 다녀오신 분들은 기억 나실 텐데요. 금강산 관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볼거리는 상팔담이나 만물상이 아닌 모란봉교예단의 숨막혔던 공연이었음을.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저런 묘기를”하며 감탄하다가도 “그동안 얼마나 고되게 연습했을까” 가슴을 ‘짠’하게 하는 공연입니다.

하지만 공연단중 일부는 북한에서 장ㆍ차관급 대우를 받는 인민배우, 공훈배우들이었습니다. 국빈만 머문다는 금강산 초대소에서 숙식을 하는 지체 높은 귀한 분들이죠.

발레리씨가 바로 그런 공훈배우였습니다. 러시아에서도 교예 무용 연극 영화 음악 등 예술 부문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운 이들을 심사해 공훈배우라는 자격을 수여한답니다. 공훈배우를 공인받은 사람에게는 명예칭호 증서와 함께 국기훈장 제1급 또는 노력훈장이 주어집니다. 대우는 정부의 국장급이랍니다. 공훈배우 위에는 인민배우가 있습니다.

이 같은 긴 설명 대신 발레리씨는 “공훈배우란 서커스 등 예술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인정 받는 실력을 갖춘 배우”라고 잘라 말합니다. 자격만큼이나 그의 예술혼도 훈장감이죠.

그런 애정과 의욕을 갖고 그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발레리씨는 러시아 외에도 일본 프랑스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연기해온 코스모콜리탄입니다.

쉰이 넘는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팀장으로서 동료들의 안전을 챙기는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젊은 친구들의 역할을 거뜬히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가슴을 툭툭 쳤습니다.

공중 2회전 몸틀어 착지하기 등 고난도의 기술을 자랑했던 그는 “여전히 무대에 설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이번에 보여줄 묘기를 설명해달라고 하자 “쉿”하며 입을 가리고는 “서프라이징(Surprising)”이란 말로 대신합니다. 맛보기로 조금만 보여달라 재차 졸라도 “18일 에버랜드에 오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러시아 서커스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겠다”란 대답 뿐입니다.

환한 미소가 얼굴의 밝은 주름에 그대로 남은 푸근한 인상입니다. 언뜻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닮아 보이는 발레리씨. “아직 잘 모르지만 한국의 첫 인상은 무척 따뜻했습니다. 여러분 얼굴에도 저처럼 언제나 밝은 웃음 가득할 수 있도록 기쁨을 선물하겠습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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