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열차라니? 철도공사가 무슨 이벤트 회사?
월드컵열차라니? 철도공사가 무슨 이벤트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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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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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가 구상하고 있는 ‘월드컵 열차’ 사업은 얼마만큼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대회에 맞춰 철도공사는 한국 응원단 ‘붉은 악마’를 철도 편으로 남북한과 러시아를 거쳐 대회 개최지 독일까지 운송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월드컵 열차’는 부산을 떠나 휴전선과 북한 개성을 거쳐 러시아에 도착한 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편으로 베를린까지 장장 1만여㎞를 운행하는 일정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 사업이 얼마나 차분한 검토 끝에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 남북한 사이에 철도가 운행된 적이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월드컵 열차를 운행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다.

TSR과 남북한종단철도(TKR) 연결을 위한 남북한과 러시아 간 3자 회담은 지난 2004년 4월 단 한차례 열린 뒤 답보 상태다. 당시 노선문제, 북한 철도 현대화와 재원 확보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우리 정부가 북한 철도 실사 차원에서 컨테이너 시범 운송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부정적이었다. 한국의 월드컵 열차 운행계획을 전해들은 러시아 철도부 관계자는 “러시아와 한국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북한측의 여건이 안돼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러시아측은 지난 2001년부터 3년 동안 두만강~평강 구간에 대해 세차례 실사까지 했다. 이를 토대로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에 25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러시아측 실사결과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TSR·TKR 연결사업에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월드컵 열차’가 아니라 당장 3자회담 추진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지난해 러시아 유전개발에 나섰다가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철도공사가 올해 또 ‘월드컵 열차’ 구상을 하고 있다니 철도공사가 무슨 이벤트 회사인가.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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