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에 대한 러시아 언론의 평가는 냉정하다
히딩크에 대한 러시아 언론의 평가는 냉정하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09.10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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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서 비기자 현지 러시아 언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러시아 축구 전문지 과 은 히딩크 체제 이후 ‘진정한’ A매치인 유로2008 예선에서, 러시아 대표팀이 크로아티아와 무승부(0-0)에 그치자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크로아티아와의 예선 첫 경기를 치른 히딩크 감독은 시종일관 냉정한 자세를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안드레이 아르샤빈(제니트)이 번번이 찬스를 놓치자 흥분하기도 했다.

크로아티아 전에 나선 러시아대표팀 선발 출전 선수를 보면, 이전 A매치나 전 국가대표 감독인 유리 쇼민의 전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변화라면 수비전술 정도? 러시아 전통의 포백이 아닌 쓰리백을 더 많이 구사했다는 것. 이전 포백인 알렉산드르 아뉴코프(제니트)-이그나셰비치-알렉세이 베르주츠키-바실리 베르주츠키(이상 CSKA 모스크바)가 버티는 포백전술에서 바실리 베르주츠키가 빠진 쓰리백을 가동했다.

하지만 제니트의 알렉산드르 아뉴코프의 공격가담이 많아 상대 역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위기에 처하기 일쑤였다.

투톱으로 나선 로만 파블류첸코(스파르탁 모스크바)와 안드레이 아르샤빈(제니트)는 손발이 맞지 않았다.

파블류첸코는 소속팀 스파르탁 모스크바에서 아르헨티나 유망주인 카베나기를 밀어내고 지난 시즌부터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파블류첸코의 플레이는 히딩크 감독에게 믿음을 주기엔 부족했다는 평가.

은 파블류첸코가 소속팀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만들어준 어시스트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대표팀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다고 혹평했다. 결국 이날 파블류첸코는 제대로 된 슈팅 하나 없이 후반 10분 교체됐다.

또 다른 투톱 중 하나인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이미 러시아 내에서도 최고의 재능을 보유한 선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골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다른 선수들과의 조화를 이루기에는 모자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러시아 대표팀은 케르자코프와 아르샤빈을 투톱으로 내세웠지만, 아르샤빈의 ‘독불장군’식 플레이로 투톱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경기를 망친 경우도 종종 발생했었다.

플레이 메이커 성격이 짙은 아르샤빈은 이날 경기에서도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팀의 큰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공격수로서의 자질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러시아 국내 감독들의 표정은 그리 달갑지 않다. 1950년대부터 옛 소련이 해체되던 1991년까지 유럽의 축구 강국(유럽선수권대회 우승 1회, 준우승 3회. 올림픽 우승 2회)으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던 그들은 외국인감독의 힘을 빌어 조국의 축구 부활을 기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 있다. 1:0으로 이긴 라트비아와 평가전 승리 조차도 못마땅해 하는 상황이다.

발레리 가자예프 전 대표팀 감독은 “히딩크가 또 마법을 부린 것처럼 언론이 떠들고 있지만 그는 마법사가 아니다”라며 “짧은 시간 안에 팀의 전력을 얼마나 끌어 올릴 수 있었겠나. 그 경기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가자예프뿐만 아니라 유리 세민, 로만체크 등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몇몇 국내 감독들도 히딩크 부임 초기부터 그에 대해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로만체크 감독은 심지어 호주대표팀을 이끌던 히딩크의 전술을 전근대적인 전술로 몰아 세우기도 했다.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은 그들 특유의 상업적 수완을 발휘하며 각국 대표팀과 클럽에서 상당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히딩크는 그들 가운데 단연 선두주자다.

많은 러시아언론에선 그의 행보를 정치적이고 계산된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축구 월간지 은 히딩크가 조세 무링요 감독의 뒤를 이어 첼시의 차기 사령탑에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히딩크감독과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실제로 만남을 이어 온 관계였고, 히딩크의 러시아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가 있기 전부터 등 잉글랜드언론과 러시아 언론에서는 이 둘의 만남을 첼시와의 유착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유로 2008’까지 400만 유로에 러시아대표팀 계약을 맺은 히딩크와 2008년까지 첼시 감독 계약을 체결한 조세 무링요의 맞물리는 계약기간도 이러한 시나리오에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히딩크가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다면 조세 무링요의 뒤를 이어 감독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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