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소치는 유럽이고 평창은 변방이다
역시 소치는 유럽이고 평창은 변방이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7.07.07 04:35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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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와 소치는 유럽사럼들에겐 우리 생각보다 가깝고 익숙한 곳이다. 흑해는 예로부터 동ㆍ서를 잇는 관문이었고, 소치는 유서 깊은 도시다. 2차 대전 말 소련과 서방 지도자들이 전후 질서를 새로 짜는 역사적 회담을 역시 흑해 연안에 있는 얄타에서 연 것은 상징적이다.

오랜 냉전 대치와 소련붕괴의 혼란기를 거쳐 러시아가 기력을 되찾은 즈음, 소치가 국제적으로 부각한 것도 재밌다. 그동안 소치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당할때, 옐친 대통령이 휴식을 취할때 정도 언론의 각광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아예 동계올림픽을 따냈다. 유럽의 IOC 위원들이 2차 투표에서 평창보다 소치에게 표를 던진 것은 '러시아의 재부상' 인정한 것이다. 유럽의 일환임을 인정한 것이다.

소치가 우리에게만 생소하게 느껴진 것은 그만큼 우리의 관심이 러시아에서 빗겨간 때문. 일광욕과 스키ㆍ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천혜 환경을 이제야 소개하고 있다. 유럽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러시아 지도자들의 피한(避寒) 별장지로, 또 국제행사가 연중 이어지는 소치의 경쟁력을 애써 외면한 느낌이다.

지난해 5월 소치에서 러시아-EU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때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파리에서 소치로 곧장 비행하지 않고 프랑스 남부로 한참 돌아간 연유가 뭔지 궁금증을 낳았다.

공식 설명은 없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밤 11시 넘어 파리를 떠난 전용기가 직선비행거리 2,000km 가량인 소치에 3시간40분 정도면 닿기 때문에 비행시간을 일부러 6시간으로 늘린 것으로 추정됐다. 대통령이 편히 주무신 뒤 새벽 5시반 소치에 도착, 산뜻한 모습으로 조찬 모임에 참석하도록 궁리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만큼 소치는 유럽에게 익숙한 곳이다. 유럽이다. 2차 투표에서 유럽인들이 소치를 찍은 것은 유럽이기 때문이다. 가기 편하고 즐기기 편하고.. 먼 평창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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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2007-07-11 06:32:41
과테말라 IOC 회의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심재엽 의원(강릉)은 10일 "2014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프레젠테이션에서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며 열정적으로 소치 지원을 역설했고, 이런 푸틴의 모습에서 IOC위원들은 감복하고 분위기도 좋아졌다"면서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심 의원은 그러나 "우리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말로 읽었고, IOC위원들도 동시통역을 위한 헤드폰을 끼느라고 자세히 노 대통령의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며 우회적으로 노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을 꼬집었다. 푸틴과 노무현 대통령의 국제적 감각에 대한 비교이지만 현장에 다녀온 사람들이 느낀 그대로다. 사실이다. 그러나 심의원이 원주 치악예술회관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찬양하기 위한 자리에서 한 말이어서 아쉬움은 남는다

이진희 2007-07-11 06:06:43
사실상 평창에 역전승을 거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10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는 러시아 뿐 아니라 우리 이웃국가들의 위상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옛 소련공화국, 즉 CIS 국가들이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나아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jerome@yna.co.kr

이진희 2007-07-11 07:33:15
김귀순 부산외대 교수·전국여성지방분권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최근 소치와 관련된 부산일보 기고에서 이렇게 썼다.

러시아는 경기장 건설문제와 관련, 환경단체 비난을 의식하여 최근 소치 국립 공원 지역 경계를 재조정하여 경기 관련시설 예정지역에 관광·레저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선수촌과 활강경기장 예정부지인 카프카스 유네스코 자연 유산지역의 경우 완충지대에 건설하겠다고 하여 환경영향에 대한 핵심적 공격을 비켜 나갔다.

또 선수촌에서 걸어서 5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경기장을 만들어 교통 혼잡 없는 대회(이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겠다는 내용)를 치르겠다고 했다.

소치는 눈이 많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광고를 CNN에 내보내면서 그린 올림픽을 수용했다. 하지만 평창의 CNN 광고는 관광지 선전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에서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과 자원봉사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 정도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미흡했다.

대통령의 연설이나 CNN 광고등에서 평창은 밀렸다는 느낌이다.

이진희 2007-07-11 06:32:41
과테말라 IOC 회의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심재엽 의원(강릉)은 10일 "2014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프레젠테이션에서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며 열정적으로 소치 지원을 역설했고, 이런 푸틴의 모습에서 IOC위원들은 감복하고 분위기도 좋아졌다"면서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심 의원은 그러나 "우리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말로 읽었고, IOC위원들도 동시통역을 위한 헤드폰을 끼느라고 자세히 노 대통령의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며 우회적으로 노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을 꼬집었다. 푸틴과 노무현 대통령의 국제적 감각에 대한 비교이지만 현장에 다녀온 사람들이 느낀 그대로다. 사실이다. 그러나 심의원이 원주 치악예술회관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찬양하기 위한 자리에서 한 말이어서 아쉬움은 남는다

이진희 2007-07-11 06:06:43
사실상 평창에 역전승을 거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10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는 러시아 뿐 아니라 우리 이웃국가들의 위상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옛 소련공화국, 즉 CIS 국가들이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나아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