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냉전 대치와 소련붕괴의 혼란기를 거쳐 러시아가 기력을 되찾은 즈음, 소치가 국제적으로 부각한 것도 재밌다. 그동안 소치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당할때, 옐친 대통령이 휴식을 취할때 정도 언론의 각광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아예 동계올림픽을 따냈다. 유럽의 IOC 위원들이 2차 투표에서 평창보다 소치에게 표를 던진 것은 '러시아의 재부상' 인정한 것이다. 유럽의 일환임을 인정한 것이다.
소치가 우리에게만 생소하게 느껴진 것은 그만큼 우리의 관심이 러시아에서 빗겨간 때문. 일광욕과 스키ㆍ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천혜 환경을 이제야 소개하고 있다. 유럽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러시아 지도자들의 피한(避寒) 별장지로, 또 국제행사가 연중 이어지는 소치의 경쟁력을 애써 외면한 느낌이다.
지난해 5월 소치에서 러시아-EU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때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파리에서 소치로 곧장 비행하지 않고 프랑스 남부로 한참 돌아간 연유가 뭔지 궁금증을 낳았다.
공식 설명은 없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밤 11시 넘어 파리를 떠난 전용기가 직선비행거리 2,000km 가량인 소치에 3시간40분 정도면 닿기 때문에 비행시간을 일부러 6시간으로 늘린 것으로 추정됐다. 대통령이 편히 주무신 뒤 새벽 5시반 소치에 도착, 산뜻한 모습으로 조찬 모임에 참석하도록 궁리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만큼 소치는 유럽에게 익숙한 곳이다. 유럽이다. 2차 투표에서 유럽인들이 소치를 찍은 것은 유럽이기 때문이다. 가기 편하고 즐기기 편하고.. 먼 평창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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