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손쉽게 달러 환전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진다?
모스크바서 손쉽게 달러 환전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진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0.03.20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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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객들이 폭증하면서, 명동쪽 도로변 가판대에 엔화 환율을 적어둔 메모들이 등장했다. 그 환율로 일본 엔화를 한화로 바꿔주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길거리 환전소인 격이다. 남대문 시장 주변의 암달러상과는 또다른 풍경이다.

이런 풍경은 러시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길거리 환전소가 많다. 물론 합법적이다. 그러나 이 풍경이 오는 10월이면 자취를 감출수도 있다.

러시아 경제 일간 베도모시티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길거리 환전소를 오는 10월 1일을 기해 폐쇄할 계획이다. 환전소를 열겠다는 사람이 줄어든 데다 환전소 직원들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고객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길거리 환전소가 붐을 이루는 것은 역시 좋은 환율이다. 러시아의 시장경제 초창기에 환율은 하루가 다르게 폭락했다. 이 흐름을 길거리 환전소가 가장 먼저 포착해 좋은 환율로 달러를 바꿔주더라도 시간을 조금만 더 끌면 그만큼 이익을 보전할 수 있었다. 환전소에서 중소 저축은행으로 발전한 곳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금융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일반 고객들이 환전소를 가지 않더라도 은행 지점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환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수요가 점차 사라진 것이다.

그래도 손쉽게 외화를 바꿀 수 있는 풀뿌리 네트워크여서 모두 사라질 경우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24시간 운영도 많다. 또 일부 환전소는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일반 은행보다 환율이 후한 편이다.

이런 불만을 잘 아는 중앙은행은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환전소를 계속 유지하려면 환전 업무 외에 현금 입출금, 여행자 수표 교환 등 다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그만큼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조건이다.

문제는 이 조건에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것. 비좁은 환전소를 확장 또는 이전해야 하고 창구 직원들을 최소 2명 이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명동 입구의 가판대에 임시 환전업무가 이뤄지듯 러시아 길거리 환전소도 1인 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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