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학을 통해 마리어네트 연출가가 된 김종구씨
러시아 유학을 통해 마리어네트 연출가가 된 김종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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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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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 연출가 김종구(52) 씨는 국내 유일의 정통 목각인형 제작자다.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마리오네트 제작법을 배우러 러시아로 유학갔다왔다. 그리고 산 속에 칩거한 지 2년만에 첫 작품 ‘목각인형 콘서트’를 열었다.

줄을 움직일 때마다 하얀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는 발끝으로 우아하게 회전하고, 색소폰 연주자는 눈썹까지 씰룩이며 열정적인 애드리브를 선보인다. 이 팔뚝만한 인형 하나하나가 짧게는 석달, 길게는 여섯달씩 정성을 쏟아 만든 자식들이다.

김씨의 ‘목각인형 콘서트’의 풍경은 여느 공연과 사뭇 다르다. 객석에는 세 살의 어린이부터 연인, 노인 관람객까지 한데 섞여 있다. 아직까지는 ‘인형극=아동극’으로 인식되지만 체코, 러시아 등 마리오네트가 발달한 동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늘면서 성인 관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는 30대 중반이던 1990년까지 부산에서 잘나가는 인테리어디자이너였다. 경제적으로도 부러울 것 없던 그가 갑자기 ‘목수’로 변신한 이유는 뭘까.

교회 여름성경학교에서 인형극을 처음 본 그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어 인형극에 뛰어들었다. 그게 세상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은 것.‘보리떡과 물고기’라는 인형극 선교극단을 만들어 10년간 고아원, 양로원, 소년원을 찾아다니며 무료 공연을 펼쳤다. 장대인형, 손인형, 탈인형 등 온갖 인형을 다뤘고 부산에서만 공연 횟수가 1500회를 넘겼다.

마리오네트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6년. 일본에서 열린 이다국제인형극제에서 마리오네트 공연을 보고 또 한 번 “이거다”를 외쳤다.

그래서 김씨는 200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대학으로 유학가 2년간 인형극을 공부했다. 국내에서 정통 마리오네트를 배운 이는 김씨밖에 없다.

한.일월드컵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2002년 경남 양산의 산속에 들어간 그가 2년 만에 완성한 첫 작품은 2004년 춘천국제인형극제에서 어렵사리 첫선을 보였다.

그는 “마리오네트는 장난감이 아니라 고급 문화"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처음 마리오네트를 제작했으니 본보기가 돼야 하는데 싸구려 상품으로 전락시켜서야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무 곳이나 가서 공연을 하지는 않는다.

김씨의 꿈은 숲 속에 작은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을 짓는 일. 유학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에만 3개나 있던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이 몹시도 부러웠던 그다. 장소는 이미 골라뒀다. 온 가족이 소풍 와서 공연도 보고 직접 마리오네트를 만져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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