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문학상 후보에 오른 러 여류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박경리 문학상 후보에 오른 러 여류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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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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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의 문학 정신과 업적을 기려 지난해 제정된 ‘박경리 문학상’이 올해 수상 문호를 세계 문인들에게 넓혔다. 지난해 5월 구성된 제2회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그동안 각계 추천을 받아 국내외 문인들의 작품을 검토했고, 최종 후보를 압축했다.

재단법인 토지문화재단과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강원도와 원주시, 협성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박경리 문학상 후보에 러시아 여류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69)가 올랐다. 울리츠카야는 32개국에 작품이 번역될 정도로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아직 단행본이 나오지 않아 우리에게 낯선 작가다.

현대 러시아 문학의 희망인 류드밀라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대하다 투옥중인 러시아 석유왕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공개 지지하는 등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작가적 양심을 지켜왔다. 또 현대인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 풍자와 익살로 대중성을 함께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류드밀라는 그 선두에 서 있다.

1943년 2월 23일 러시아 중부 바슈키라야에서 태어난 류드밀라는 곧 모스크바로 이주해 성장했으며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유전공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1970년 돌연 해고된다. 국가가 금지하고 있는 ‘불온서적’을 갖고 있다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는 “더이상 정부 기관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1979∼1982년 ‘유럽 실내음악극장’의 문예감독으로 일한다. 이 때 어린이 희극, 인형극, 라디오 방송 대본, 희곡 평론 등을 썼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이 2012년 펴낸 ‘나는 현대 러시아 작가다’에 따르면 그녀는 “나는 독서광이라 할 만한 꼬마였다. 나의 친할아버지, 그리고 작은할아버지는 평생을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고, 그들은 엄청난 양의 책을 소유하고 있었다. 책 대부분은 혁명 전에 출간된 작품들이었다. 그때 나는 세르반테스, 오 헨리, 파스테르나크, 나보코프 등의 작품에 심취해 있었다”고 밝혔다.

류드밀라는 1983년 첫 단편소설 ‘100개의 단추’를 발표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992년 러시아의 저명한 문예지 ‘노보이 미르’(신세계)에 실린 중편 ‘소네치카’가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이 작품은 ‘소네치카’(‘소냐’의 애칭)란 이름의 여성을 중심으로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생활사적인 증언을 펼쳤고, 한없는 인내와 관용을 미덕으로 하는 러시아 여성상을 보였다.

이 작품은 러시아 최고 문학상으로 꼽히는 ‘러시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탈리아 주세페 아체르비상,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았다.

류드밀라는 이어 2001년 장편 ‘쿠코츠키의 경우’로 ‘러시아 부커상’을 여성 작가 최초로 수상했고, 2006년 ‘번역가 다니엘 슈타인’으로 ‘러시아 대작상’을 받았다. ‘번역가 다이엘 슈타인’이 100만 부를 넘기는 등 상업적 성공도 거뒀다.

러시아 문학전문가들은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제로 가족과 여성성, 관용과 희생의 휴머니즘, 제도권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꼽는다. "소비에트 시대에 가족 개념은 붕괴되었고, 가정의 일상은 국가적 이념에 종속되어야 했다. 내 소설은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가족의 의미를 찾기 위한 것이다"고 그녀는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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